▲ 김동석 여수시 홍보기획팀장
22일 저녁에 열린 여수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시청에서 걸어서 선소 앞길을 따라 망마산 중턱으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서 바라보는 여수밤바다는 환상적이었다.

걸어서 도착한 공연장 ‘예울마루’ 매표소 앞에는 뜻 밖에도 사람들이 수 십 명 늘어서 있었다. 공연시작 시간을 5분쯤 넘긴 오후 7시 35분경이었기 때문에 미처 입장권을 구입하지 못한 관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줄지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에 입장권이 매진되고 없어서 생긴 일이었다. 사전에 예약은 했지만 매표소에서 다시 좌석권으로 교환해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몰라서 혼선이 빗어진 것이다.

이런 장면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여수시립합창단이 생긴 이래 수십년 무료입장만 해온 여수시민들이 지금은 유료인데 설마 “1000석이 넘는 ‘예울마루’ 대공연장을 다 채우지는 않겠지, 다소 늦더라도 돈 내고 들어가는 데 별 어려움은 없을 거야.”라며 여유를 부린 내 짧은 생각에 보기 좋게 한방 먹이는 광경이었다.

여수시립합창단이 마에스트로 이재준을 모시고 2010년 12월 제58회 정기연주회 때 처음 입장권을 유료로 전환한지 이제 겨우 1년 반인데 이런 현상이 생기다니 참으로 괄목상대요, 상전벽해다. 내 경험 속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립합창단의 공연에 가면-물론 유사한 다른 공연들도 비슷했지만-시민회관의 좌석 채우기에 급급했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수시로 공연장 안팍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의 소란스러움 때문에 도무지 공연에 집중이 되지 않은 기억들이 늘 자리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오늘의 상황은 참으로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공연도 음악의 장르가 다양해 졌고, 많은 실험적 시도도 있었다. 시립합창단은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고, 관객들은 그런 수고에 대한 보답으로 기립박수까지 해줬다. 파트별로 화음도 잘 맞았고, 모든 노래가 듣기 좋고 편했다. 합창단의 수준에 맞춰 관객들의 공연을 감상하는 수준도 높아져 공연에 몰입할 수도 있었다. 마에스트로 이재준이 부임하고 난 이후의 큰 변화다.

우리 여수시립합창단이 보여주고 있는 긍정적 변화는 리더의 역량이 한 단체의 수준을 얼마만큼 끌어올릴 수 있고,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변모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본보기다. 같은 단원으로도 어떻게 훈련하고 그들을 조화롭게 이끌어 나가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 합창단원 뿐만 아니라 관객들 수준까지 동시에 올라간 것을 나는 무엇보다 높게 평가하고 싶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조금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다 같이 보듬고 가면서 이미 주어져 있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문제 삼기 보다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방식을 택한다. 여수시립합창단의 지금의 모습은 단원 전체의 완벽한 조화의 승리다. 물론 사명감을 가지고 기꺼이 밤새워 연습해 준 단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크게 높아진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티켓 운영상의 옥에 티는 이제 막 시작이니 너그럽게 봐주되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유료 티켓이 바닥나고, 공연장이 꽉 차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생기는 현상을 보면서 시립합창단원들은 아마 자신들도 믿기 어려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질는지 모른다. 정말로 기분 좋은 일이다. 아직도 가슴 한켠에 진한 여운이 담고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예울마루’에서 바라보는 ‘여수밤바다’가 너무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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