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철희 역사연구자·칼럼리스트
지구의 70% 정도는 바다로 이루어졌다. 현재 65억이 넘는 사람이 나머지 30%인 지구표면에 집중돼 살고 있다. 향후 2050년에는 지구 인구가 9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0억 명이 좁은 지구표면(땅)에서 얼마나 더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야할지…… 때문에 각 나라는 해양(바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달려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후변화·환경변화·자원부족 등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는 바다로 향하고 있다. 해양은 미래를 위한 공간으로 보다 체계적이고 꾸준한 연구 활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2여수세계박람회는 매우 소중한 국제행사이며, 인류공영과 공존의 가치를 되새기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즐거움과 함께 인간의 책무도 깨우치는 살아 있는 교육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문화 축제에 너무 국한되게 박람회를 홍보하고 있어 박람회 본연의 소중한 가치를 잊고 있지는 않는지 되묻고 싶다. 세계박람회 주제는 “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으로 환경과 바다의 조화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인류공영과 공존의 가치를 새기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세계인을 초대하고자 한다. 파란 별 지구에 살아가는 인류의 가치를 서로 공론화하여 논의하고 실천방안을 논의했으면 한다. 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천 방안을 찾으면서, 나름의 의미와 의의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의 축제도 만끽했으면 한다.

여수는 분명 대한민국 최고의 아름다운 바다 도시다. 3백여 개의 아름다운 섬이 있으며, 유일하게 해상국립공원이 두 곳이나 위치하고 있는 곳이 이곳 여수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수를 박람회장에서만 모두 감상할 수가 없다. 박람회장이 인간의 예술이라면, 해양도시 여수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자연 예술의 극치라고 하겠다.

보석같이 숨겨진 아름다운 도시 여수. 그곳에서 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여수시민 30만 명과 전남도민 2백만 명이 10년을 준비하여 세계인과 대한민국 국민을 초대하고 있다. 90여일을 위해 10년을 넘게 준비한 여수세계박람회는 분명 최고의 멋과 가치가 담겨져 있음을 자부한다.

세계박람회의 도시 여수. 해양과 섬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도시 여수. 누군가의 노랫말에서 나오는 형용할 수 없는 여수밤바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문화이벤트. 그런 여수에는 또 다른 맛과 멋이 숨겨져 있다.

여수는 역사의 도시다. 자랑스러운 승리의 역사도 있으며, 민족의 아픈 역사도 동시에 있다. 지금으로부터 420년 전 1592년 4월 왜군이 부산성을 함락시키고 20일 만에 도성이 함락되었다. 임금은 백성과 도성을 버리고 북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국가의 존망이 풍전등화와 같이 위태로울 때 전라좌수영의 수사 이순신은 전라영민들과 함께 굳건하게 남해 바다를 지켜냈다.

이순신 장군이 해상권을 장악하고 왜군을 분쇄했던 전라좌수영이 바로 여수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유적, 역사적으로 위대한 가치를 지닌 유물 등이 관광객에게 두 배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그리고 기분 좋은 교훈의 선물을 남겨주는 곳이 바로 여수다.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올곧은 정신으로 나라를 구한 선조들의 피를 이어받은 용기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여수다.

여수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수탈한 미곡 등을 일본으로 방출하기 위해 전라선을 만들었다. 호남 곡창지대의 쌀과 소금은 전라선 기차를 타고 남쪽 항구도시 여수역에 도착했다. 서글픈 역사의 전라선 종착역이 바로 여수다. 여수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굴이 있다.

마래터널(만성리굴)은 국내 유일의 자연 암반 터널로, 일제 때 이 지역 사람들과 중국인들이 동원되어 특별한 도구 없이 손과 정으로 굴을 팠다. 현재 국가지정 등록문화재 제116호로 지정되었다. 만성리굴을 지나면 여수역이다. 전라선 종착역은 조선민중의 강제징용, 쌀과 소금 등이 일본으로 실려 갔던 항구에서 세계인의 축제장소로 변했다. 역사의 아픔을 품에 안은 채……

해방과 함께 한반도는 좌․우 이념적 갈등으로 분단 고착화되었다. 그런 와중에 1948년 동족상잔의 비극을 반대하는 여수주둔 제14연대 국군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일명 여순사건이라 부른다. 그리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남한에서만도 백만 명이 넘는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해방과 함께 시작되는 갈등과 분열과 대립의 대한민국 현대사가 여수의 잔상으로 남아 있다.

이런 역사의 도시 여수에서 세계박람회 관람뿐 아니라, 숨겨진 우리의 역사도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더 좋지 않겠는가. 특히 학생과 젊은이들은……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는 위대한 교훈이자, 준엄한 심판이며, 새로운 창조이다”고 했다. 세계박람회의 도시 여수에서 역사를 통한 교훈과 반성과 새로운 창조를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필자가 돕고 싶다. 여수의 역사, 현대사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으면 필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kor0301) 방명록이나 신문사로 연락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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