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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손 한번 잡아봅시다정호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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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6.09  12: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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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너무’가 들어가면 안 좋습니다. 문장에서 ‘너무’라는 부사어 다음의 서술어는 반드시 부정(否定的)인 내용입니다. 예문을 들어볼까요.

“그 여자는 너무 예뻐서 오히려 소름이 끼친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사니까 삶이 무미건조하다.”

그건 그렇고,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이 너무 추워서 남쪽도 그럴 것이라며 늙은이 건강이 걱정된다며 전화가 여기저기에서 걸려옵니다.

“거지가 겨울에는 모닥불에 살찐다.”는 속담이 있지요. 이 겨울에 모닥불 같은 정이 그립습니다. 좋은 글은 추운 겨울날 따뜻한 안방 구들목에서 많이 나옵디다.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는 그 색깔이 달라서 돌산 끝자락 벼랑위에 앉아 있는 커피숍 ‘언덕에바람’에 종종 나갑니다.

꿈속 같은 수평선이 보이는 곳입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가물거리고 있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졸음이 옵니다. 밤에 싫건 잤는데도 그럽니다.

수평선도 나와 함께 정겹게 졸고 있습니다. 사는 일이 어려워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이곳으로 오세요. 한을 풀게 될 것입니다.

여름철 장맛비에는 개들이 몸이 근지러워 끙끙댑니다. 그러다가 비가 그치고 하늘이 들면, 그 녀석들은 종일 마루 밑에서 졸다가 복날이 되면 말없이 떠납니다.

열흘만 지나면 가을이 든다는 입추입니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경향 각지의 일간신문들 맨 앞장에는 오래된 묘비 같은 ‘천고마비(天高馬肥)’라는 문자가 또 나붙을 것입니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현대감각에 맞는 새롭고 멋진 표현을 우리는 만나고 싶은데 어떤지요.

오늘은 활짝 갠 일요일, 겨울 하늘은 계란껍질처럼 텅 비어 쌀랑합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모두들 구경 나갔는지 아파트 주차장은 텅 비어 있습니다.
알고 보니 구경나들이가 아니라 모두들 성경책 들고 교회 나갔네요. 언제까지 기도를 해야 팍팍한 우리 살림이 좀 풀릴는지요.

그런데 살림은 그만두고라도 우선 내 콧물감기나 좀 풀리면 살 것 같습니다. 아까 집사람 교회 갈 때 보름이 넘은 내 콧물감기 얼른 낫게 기도 좀 해 달라고 부탁할 것을 깜빡했네요.

여수 오동도에는 동백꽃 따라 봄이 오는데, 이 추운 날 줄을 지어 찾아오는 관광버스는 섭섭하게도 오동도 벼랑의 갈매기 울음소리만 듣고 떠납니다.

여수에는 먹을 것도 많은데 그냥 떠나면 서운하지요. 맵고 짠 ‘게장백반’도 있고, 고소한 ‘장어구이’나 ‘서대회’도 있어요. 유수와 같은 세월만 탓하지 말고 천천히 쉬었다 가세요.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무렵 주차장의 그 좁은 틈새로 간신히 차를 대고 나오면서 열어놓은 내 차문이 옆 차에 살짝 닿자 차속에 앉아 있던, 이마가 홀랑 까진 늙은이 운전자가 나오더니 “남의 차 안 다치게 조심히 대시오.” 했습니다.

놀라서 돌아보니 십년이 넘도록 같은 아파트에 사는 늙은이였습니다. 웃으면서 하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성난 얼굴이었습니다. 아침마다 나와서 기름걸레로 차만 닦는, 정년퇴직한 늙은이였습니다.

단순하게 살면 무식한 촌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말 안 들으려고 모두들 서울로 기어 올라가서 밤낮으로 멱살을 쥐어 잡고 복잡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놈의 세상이 오나가나 어디서나 돈 놓고 돈 먹기인가요. ‘단순철학’의 의미를 아십니까. 이는 인간의 삶이나 글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휘황찬란한 수식어로 장식한, 긴 글이 아니라 문장은 짧으면서도 의미를 함축한 글이 우리를 감동하게 합니다. 좋은 글은 좋은 사람을 만든다고 합니다.

오늘 여수는 동네에 따라 눈도 내리고 비도 옵니다. 한결같은 것에는 멋이 없지요. 거기에 동백꽃이 곁들여 여수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자기만의 개성미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지요. 요즘 침을 맞으러 다니신다고요? 침을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맞을 수 있는 것이지만, 드러누워 침을 맞으면서 코를 골고 자버리는 사람에게는 침이 정성을 다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침은 맑고 조용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침 맞는 일도 일종의 수도(修道)입니다.

옛날 눈 내리는 날은 강아지들이 제일 좋아했지요. 그런데 요즘의 허약한 강아지들은 아파트에서 잘 먹고 잠만 자니까 그들 조상의 낭만을 알 리가 없지요.

그렇다면 그들의 낭만과 추억은 완전히 개 물어 갔나요? 요즘 세상의 눈 내리는 날은 낭만(浪漫)이 아니라 크고 작은 차들이 눈감고 박치기하는 낙망(落望)의 추억이 있을 뿐입니다.
또 봄이 오고 있네요. 시끄럽고 어지러운 일들 다 잊어버리고 우리 모두 따뜻한 손 한번 잡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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