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에서는 하루에도 3~5개 이상 보도자료를 배포한다. 대부분 신문에서는 시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낀다. 마치 기자가 취재한 것처럼 하단에는 기자 이름을 버젓이 쓴다. 가만히 앉아서 직접 취재한 것처럼 눈속임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보도자료란 기관의 일방적인 견해를 홍보하고 취재를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진위를 파악하고 게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다못해 오타가 있는 보도자료를 대부분의 신문에서 오타까지 그대로 게재한다. 그래서 베꼈다고 했다.

한 가지 씁쓸한 이야기 한 토막을 소개하겠다. 5월 30일에 “소년항일독립운동가 주재년 열사 기념관 개관”이라는 제목으로 여수시 공보담당관이 작성된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일부 신문에서는 여수시 보도자료를 그대로 게재했다. 부제목이 “7일 오후 5시 돌산읍 금성리 작금마을 생가터에서”이며 내용은 “여수의 소년항일독립유공자 주재년 열사 기념관 개관식이 30일 오후 3시 돌산읍 금성리 작금마을 생가터에서 열렸다. 기념관은 본동 1동과 대문간 1동, 비각 1동 등이 지어졌으며,…”였다.

기사내용이 어디서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이미 한차례 신문에서 보았던 내용이다. 그 신문을 보고 기념관을 찾아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었다. 여수시에서는 5월 4일 “소년항일독립운동가 주재년 열사 기념관 개관”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으며, 일부 신문에서 버젓이 기사화되었던 것이다.

5월 4일 신문에는 부제목 “7일 오후 5시 돌산읍 금성리 작금마을 생가터에서”이며, 내용은 “여수의 소년항일독립유공자 주재년 열사 기념관 개관식이 오는 7일 오후 5시 돌산읍 금성리 작금마을 생가터에서 열린다. 개관식은 정병재 부시장, 국회의원, 시․도의회의원, 기관단체장과 지역주민 등 3백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이다.

그러니까 5월 7일 거행하고자 했던 ‘주재년열사 기념관 개관식’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5월 4일에 정병재 부시장, 국회의원, 시․도의회의원, 기관단체장과 지역주민 등 3백여 명이 참석하여 진행될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신문사는 확인 절차 없이 여수시와 똑같이 미리 앞서 가는 거짓 정보를 독자에게 전달한 것이다.

5월 30일 보도자료를 보자. 정작 개관식은 30일에 있었는데, 부제목이 “7일 오후 5시 돌산읍 금성리 작금마을 생가터에서”이다. 보도자료를 배포한 여수시 담당 공무원도 그전에 써 놓은 보도자료를 그대로 또 배포한 것이다. 그런데 신문사는 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화했다. 이럴 때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비판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기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닌가. 신문사는 자존심도 없는가. 사실관계 확인없이 복사하여 기사화하는 관행을 일상화하고 있으면서 ‘신문사’라고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이. 여수시의 올바른 행정에 대한 홍보도 있어야겠지만 신문이란 비판과 정론직필이라는 막중한 사명이 있지 않는가.

씁쓸하면서 뒤통수가 가려운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다. 여수지역에서 발행되는 OO신문은 6월 7일자와 13일자 양 일에 거쳐 김충석 시장 인터뷰를 실었다. 이 신문은 1주일에 한번 발행된다는 것을 먼저 알린다. 6월 7일자에 김충석 시장이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옷을 입고 여수박람회와 관련된 인터뷰를 했다. 현재 여수가 워낙 막중한 시점이기에 그럴 수 있겠구나 했다.

그런데 13일자에는 여수시 여러 현안과 관련되어, 여수시장 인터뷰가 또 실렸다. 그동안 지역에서 문제되었던 여러 현안에 대해 여수시장이 하고 싶은 말을 한 면에 전부 실었다.(필자는 변명이라고 하겠다) 변명 인터뷰가 전면에 실린 자체를 보면서 한심과 한탄과 열불이 났다.

하필 이 신문에 필자가 한 달에 한 번씩 칼럼을 쓰기로 했다. 간곡했는지 안했는지 모르지만 신문사 대표의 부탁을 계속 거절하기가 힘들어 한 달에 한번 쓰겠다고 승낙했던 것이다. 그 신문사가 연일 시장의 홍보지가 되었다. 그래서 더 열불이 났다. 시장의 인터뷰가 무엇이 문제냐고,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이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렇다.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언론으로서 언론이 지켜내야 할 본분이 있지 않는가…

첨예한 지역 현안에는 상대가 있다. 여수․여천역 개명문제는 여수시의회와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일부분 시의회의 주장이 옳다고 보고 있다. 중앙동 이순신장군 동상은 시의회가 예산을 전액삭감하고, 시민사회가 반대했음에도 편법을 이용하여 건립되었다. 그렇지만 신문에는 오롯이 시장의 변명만 실렸다. 상대방의 주장이나 견해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거기에 기자로서 어떤 비판이나 재차 질문도 없이….

이 글을 OO신문 칼럼으로 게재하고자 보낼 요량이다. 필자에게 어떤 글을 써도 그대로 게재하겠다는 그 약속을 필자는 믿는다. 언론은 누군가의 홍보지가 되어서는 안된다.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거나 흠집을 내서도 안된다. 그렇지만 언론에 비판이 빠진다면 언론이라고 할 수가 없다. 언론이 권력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은 결코 좋은 언론이라고 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어느 특정신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기자는 말의 성찬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론직필이 필요하다. 언론은 힘을 갖는 도구가 아니라 힘을 비판하고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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