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장. 그곳은 썰렁했다. 바람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모습이 을씨년스러웠다. 어제, 박람회장을 다녀온 소감이다.

아직도 우리는 이곳 박람회장의 뜨거운 열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이곳은 과연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쓸쓸한 해변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많던 사람은 간 곳이 없고, 화려한 조명도 환호도 사라지고 오직 적막만이 그곳에 뒹굴고 있었다.

태풍 뒤끝이라서 그런가. 곳곳이 쓰레기 더미였고 건물들은 철거작업이 한창이었다. 여기저기 대형 크레인이 서있고, 폐기물 처리차량은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2조원을 넘게 들여서 지은 건물들인데, 그리고, 사후활용 방안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는데, 그저 철거하는 손길들이 바빴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그 현장을 보고 느낀 소감은 “저 아까운 건물들을 기어이, 저렇게 조져버리고 말겠다.”는 안타까운 생각만 들었다.

조직위는 당초, 국제관과 기업관 등 일부 시설들을 정리하고, 올 연말까지 박람회장을 재연장해서 오픈 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빅오쇼 무대, 디지털갤러리, 아쿠아리움, 주제관, 한국관 등의 시설물은 엑스포 이후에도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왔다. 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생각이 얼마나 고맙던지.

그런데 막상 엑스포가 폐막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철거하기에 바쁜 모습이다. 정부는 애당초, 박람회 시설 중에서 주제관과 빅오, 일부 국제관, 스카이타워 등 6곳은 영구 존치키로 방침을 정했다.

주제관은 박람회 박물관으로, 한국관은 컨벤션센터로, 엑스포홀은 대규모 회의장으로 바꾸고, 국제관 일부도 리모델링을 해서 해양레저 장비 쇼핑이 가능한 상업전시장으로 꾸민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리고 일부 건물은 유스호스텔 등 중저가형 단체 숙박 시설로 바꾸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국제 해양관광단지 건설도 진행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다. 이곳에 국내외 정기크루즈를 유치하고, 카지노와 면세점, 해수워터파크 등을 지어 박람회장 주변을 세계적인 해양리조트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정도만 되어도 박람회장이 지역발전에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되어 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한국관과 엑스포홀 등 2곳만 남기고, 주제관과 빅오 등 전체 95% 가량의 시설과 부지를 2년 이내에 민간에 일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엑스포를 시작할 때도, 지역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끌고 가더니만 끝까지 이 모양이다.

정부는 민간에 일괄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박람회장을 구역별로 쪼개서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어코 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여러 약속들은 결국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말이 되겠다.

조직위가 정부로부터 4846억원의 선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정부는 박람회장의 사후활용보다 이 돈부터 먼저 갚으라고 성화다. 그 모습이 고리대금업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박람회를 통해 남해안의 중추기지로 만들겠다는 사후활용에 대한 진정성은 그야말로 빈약해 보인다. 말로는 남해안 선벨트와 연계해 동부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관광리조트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도 식언을 밥 먹듯이 한 정부인데.

정부는 연말까지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에나 한국관과 빅오 시설 등을 중심으로 엑스포단지를 재개장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앞으로 1년 동안 저 시설들을 묵혀둔다는 얘기다. 그동안 저 시설들이 잘 버텨질까 그것도 두렵다.

우리는 지금까지 엑스포가 어떻게 하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를 걱정해 왔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짓을 보면 박람회가 자칫 일회성 행사로 끝날까 두려움이 밀려온다.

정부는 박람회장을 복합콘텐츠 구역, 마리나 구역, 엔터테인먼트 구역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눠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한다고 했다. 언뜻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당장 한두 달 전에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하는 정부의 약속을, 그것도 민간에게 모두 매각하고 난 이후의 약속을, 2021년까지 지키겠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이 박람회가 부산에서 개최됐다면 정부가 이딴 식으로 박람회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그것을 이놈의 정부에게 묻고 싶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나마 다행이라는 표정들이다. 국회의원들이 그러면 안 된다. 박람회 초창기 때, 조직위가 지역의 여론을 무시하고 전횡을 휘두를 때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시민들이 간절히 그들의 노력을 필요로 할 때, 그들의 몸부림이 시민들 가슴에 느껴져야 한다.

오늘도 박람회장을 뜯어내고 있는 크레인 소리가 시민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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