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희  역사연구자/칼럼리스트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93일의 화려한 축제는 끝났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나고 여수시민이면 누구나 나름의 자평을 했을 것이다. 세계박람회 유치에서 준비과정 그리고 93일간의 축제기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 형태로든 기록화가 되었으면 한다. 특정세력에 의해 가공되지 않고 사초(史草)로서 또렷하게 기록되었으면 한다.

박람회가 끝나자 여수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람회 관람객 8백만 돌파는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 보자’라는 신념으로 도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여수시민들이 일구어 낸 기적”이라고 강조하면서, 그 공을 여수시민에게 돌렸다. 중앙과 지역 언론에서도 ‘관람객 820만 명 돌파’를 제목으로 성공적인 박람회였다고 주요하게 기사화했다. 한편 800만 명을 채우기 위한 꼴사나운 행위를 기사화한 언론도 있었다.

필자도 몇몇 사람을 만나면서 나름의 평가를 들어 보았다. 관점에 따라 약간씩 달랐지만 ‘나름 성공했다’는 발언이 다소 많았다. 그렇지만 시민들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에 대한 필자의 평가는 “시민들은 자원봉사, 승용차 안타기 등 충실히 각자의 위치에서 박람회 성공을 위해 노력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된다. 즉 시민의 박람회 성공을 위한 열정과 참여정신을 놓고 보면 이번 박람회는 성공한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그렇지만 숫자에 연연했던 820만 명 관람객을 갖고 성공박람회라고 평가한다면, 이는 결과만으로 행위와 과정을 짓밟는 평가라고 일갈하고 싶다. 820만 명의 숫자가 갖는 의미를 찾아보면 ‘원칙 없는 박람회’, ‘관람객 편의 실종 박람회’, ‘공짜 박람회’, ‘무질서와 불만 박람회’라고 평가하고 싶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짜표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강동석 조직위원장은 ‘지자체의 날’이라는 괴상한 관객동원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3,000원짜리 1,000원짜리 표를 살포했다. 또한 ‘여수시민 감사의 날’이라고 공짜표를 집집마다 배부하는 한심스러운 작태를 보였다. 관람객 동원을 위한 조직위원회의 작태는 과정과 행위가 무시되고 오로지 결과만으로 정당화하려는 잘못된 인식의 발로로 보인다.

여수시와 박람회조직위의 전반적인 운영도 매끄럽지 못했다. 갈팡질팡한 주요 전시관 사전예약제 폐지와 부활, 공짜표를 비롯한 일관성 없는 입장료는 박람회 격을 떨어뜨리는데 일조했다. 무료시내버스, 셔틀버스 운영은 혈세낭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만의 표적이었다. 웅천․돌산 환승주차장과 부대행사에 대해서도 철저한 사전 점검이나 준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다보니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람회 폐막이후 여수시와 시민의 관심은 박람회 사후활용에 쏠려있다. 그러나 우리지역의 이해와는 어긋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껏 박람회를 개최했던 여러 세계 도시 중, 박람회 폐막이후 사후활용을 계획한 도시가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사후활용이란 박람회장을 건설하기 이전에 이미 완성되어야 했으며, 폐막이후는 사후활용 계획에 따라 곧바로 활용해야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뒷북치는 꼴이 되었을까? 냉정한 자성과 정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2012년 뜨거운 여름을 달구었던 축제는 끝났다. 우리지역에서 이렇게 큰 세계적인 축제가 다시 열릴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여수시는 ‘국제해양관광도시’를 꿈꾸고 있다. 더 큰 미래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2012세계박람회는 93일간의 축제만이 아니라 여수의 현실과 미래를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무성한 구호, 현실성 없는 사업, 즉흥적인 행정, 시장의 공적 쌓기 등 지역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이다. 차분한 내부적 점검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 박람회’라고 자화자찬하기 전에 박람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박람회기간 그리고 사후활용 등 무수한 사항들을 ‘실패학’ 측면에서 곰곰이 따져봤으면 한다.

일본인 하타무라 요타로 교수는 “실패학 -실패를 감추는 사람, 실패를 살리는 사람-”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실패’를 공유하며 사회시스템을 보완하고 ‘창조적 실패’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실패학’의 원조격인 책이다. 이 책의 서두에 “실패는 기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감추면 감출수록 커지고 악화되다가 일단 드러내기 시작하면 성공과 창조를 가져온다”고 실패를 정의하고 있다.

특히 23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 베어링 은행이 28살밖에 안 된 풋내기 은행원의 불법거래로 인하여 파산한 내용을 자세히 기록하면서 ‘실패는 망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실패를 몹시 부끄럽고, 체면을 구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숨기기에 연연하고 드러날까 노심초사한다. 성공의 경험도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실패의 교훈도 값진 미래의 선물이 될 수 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 박람회’라고 자평도 좋지만, 먼 미래 여수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과 사회시스템을 위해 실패학 측면으로 접근하고 논의를 활성화했으면 한다. 미래지향적인 실패 연구는 또 다른 성공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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