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다. 남 얘기가 아니라 박근혜 당선자 얘기다. 이명박 시대도 이제 20일 후면 끝이 난다.

문제는 곧 도래할 박근혜 시대가 이명박 시대와 크게 다를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선 이후 두 달이 지나가지만, 박근혜의 불통 이미지가 줄어들기는커녕 이 기간 동안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할 수 있겠다.

보안을 강조한 나머지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야 할 인수위를 통째로 불통조직으로 만들더니, 윤창중 같은 극우 포퓰리스트를 대변인으로 고집하고부터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이동흡처럼 공사도 구분 못 하는 인사를 법질서를 확립해야 할 헌법재판소장에 지명하도록 용인한 것을 보면서.

그리고 김용준처럼 겉 다르고 속 다른 인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박근혜의 사람 고르는 능력과 그 주변에 제대로 된 조언자가 있는지 조차 의구심이 든다.

그는 자신을 일컬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 했다. 그런데 이제 취임을 20여일도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그에게 기대했던 시원함이라곤 전혀 없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소통과 화합을 선물하겠다고 굳게 약속했건만 답답함 외에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없다.

이제 시작단계이니 어지간하면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도 심하게 잘못 꿰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국민들에게 존경받을 인사가 그의 주변에 그렇게 없을까.

5년 전 이맘 때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한창 꿈에 부풀어 있던 시절, 이경숙 당시 인수위원장이 별 생각 없이 말을 꺼냈다.

“미국서 오렌지 달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 '아륀지'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 이 한마디가 MB정권의 성격을 단박에 규정해버렸다.

박근혜 당선인의 연이은 불통인사를 지켜보면서 불안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창중, 이동흡, 김용준 같은 사람으로 첫 단추를 꿰는 것을 보면서 박근혜의 5년이 심히 염려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변인이나 헌법재판소장이나 총리 자리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정도 역할에 어울리는 인물을 찾는 게 그리 어려웠나 싶기 때문이다.


인사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던 당선인이 하필이면 왜 말과 글과 행동이 그토록 편벽되고 기이한 인물들만 애써 골랐을까 싶다.

MB가 5년 내내 국민들의 욕을 얻어먹었던 까닭도 국민과의 불통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시스템 이전에 사람이 모든 것을 규정하고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 ‘강부자’ 같은 일방적인 코드인사가 박근혜 시대에 또다시 되풀이될까 두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그가 그렇게도 강조하던 ‘탕평’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지금 정부의 핵심 부처의 고위 인사에 호남 인사가 씨가 말라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역 공무원들이 예산 하나를 부탁하기 위해 정부부처를 찾아다녀도 호남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푸념이 나온 지 이미 오래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호남의 90%가 넘는 몰표를 보면서 나는 이 모습이 참 싫었다. 그렇다고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손가락질하는 모습은 더 싫었다. 그것이 솔직한 표현이다. 왜냐면 몰표 뒷면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치유되지 않은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직책의 경중을 떠나 그 자리가 어디든 백성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영달을 위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거나 직위를 남용해서도 안 된다.

윤창중, 이동흡, 김용준 같은 인사들, 화합과 소통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인사들을 뽑아놓고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들에게 소통과 상생과 화합을 얘기할 수는 없는 이유다.

제대로 된 지도자는 백성들에게 있어 기쁨이요 희망이다. 백성들의 소리에 애써 귀를 막고 민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수를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박근혜 당선자가 심하게 깨어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유난히 갈등과 다툼이 많았다. 사랑보다는 미움이, 화합보다는 분열이, 협력보다는 대결이 사회 분위기를 주도했고 답도 없이 계속되는 정쟁은 국민의 가슴을 더 없이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는 용케도 이러한 위기를 잘 헤쳐 나왔다. 지도자들은 이러한 국민들에게 넙죽 엎드려 천번 만번 절을 해도 시원찮을 지경이다.

지금부터 박근혜 당선자는 새롭게 주어지는 백지위에 맑고 밝고 따뜻한 역사를 써나가야 한다.

그 역사는 무엇보다 그릇된 욕심과 미움을 내려놓고 사랑과 통합으로 가는 역사였으면 좋겠다.

사람을 고를 때 내 사람만 볼 것이 아니라 폭 넓게 봐야 한다. 그가 잘하면 그를 백번이라도 지지하고 싶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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