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기억입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 하나가 있습니다.

자신의 단원 중에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오케스트라를 포기하겠다는 단원에게 지휘자 강마에가 한 말이었습니다.

“꿈이라고? 그게 어떻게 꿈이야. 행동하지 않는데. 그건 별이지. 하늘에 떠 있는. 만질 수도 없는 별.”

그렇게 강한 톤으로 지휘자 강마에는 용기를 잃은 단원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강마에가 주저앉은 단원에게 약한 소리를 했다면 그 장면은 결코 감동으로 남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지휘자나 리더는 이렇게 꿈을 꿈으로 남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현실이 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예울마루에서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우리 신문사 김광중 기자께서 단원으로 참여해서 격려차 방문했습니다. 공연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여준 단원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했습니다.

악기 하나 하나의 소리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화음. 아직 완성된 단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선의 소리로 우리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카운터테너로 출연한 ‘루이스초이’의 공연도 백미였습니다. 사람의 성대에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어제는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루이스초이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래저래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늦은 시간에 예울마루를 걸어서 내려오는데 소호 앞바다의 불빛이 참 곱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언뜻 드는 생각이 이제는 우리 시민들에게도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듭된 사고와 불미스러운 일로, 도시도 시민도 엄청난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상처받은 우리가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위로하는 치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듭된 사고를 접한 시민들은 몹시도 아픕니다. 그 상처를 안고 살자니 더 아픕니다. 그런데 그 상처를 우리는 누구로부터 치유 받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우리 스스로 치유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누구나 압니다. 우리 도시가 유난히 소란스럽고 시끄러운 도시라는 것을. 곳곳에 시끄럽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타협도, 화해도, 배려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고집은 세고, 상대적으로 잘난 사람들은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도 ‘도시의 품격’이라는 것을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도시의 품격은 누가 거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일 겁니다.

의회도 행정부도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웁니다. 시민들을 위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가 서로 잘 살자고 오른 자리 아니겠습니까.

이제 그만 따뜻한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아픔을 겪는 시민들에게도 힐링이 필요합니다.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어야 우리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다시 일어설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바람처럼 우리 도시가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처해 있는 자리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거친 손일지라도 함께 마주잡고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 봄에 혹시 우리 주변에 나의 힐링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는 것도, 좋은 계절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마음 씀씀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을 모아 품격 있는 도시 한 번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품격 있는 도시는 우리가 이룰 수 없을 만큼 멀리 있는 것은 아니질 않습니까.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정말 우리 가까이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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