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황 여수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계절뿐만 아니라 새 학기가 시작하고 새 출발을 하는 시기입니다. 긴장과 흥분은 봄바람을 타고와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새로운 학교, 반,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까지, 낯선 환경이 주는 긴장감은 종종 아이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흥분으로 잠을 못 이루는 아이도 있을 것이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어서 빨리 3월이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3월은 새로운 의미를 주는 달입니다.

그러한 3월에 아이들에게 찾아오는 하나의 축제가 있습니다. 바로 각 반의 반장과 학교의 학생회장을 선출하는 학교선거입니다. 일 년 동안 반과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을 뽑는 일입니다. 선거날은 그 열기와 기대감으로 학교 전체가 들썩거립니다. 서로의 미묘한 탐색전을 마친 아이들이 후보로 나서고 저마다의 멋진 공약을 제시할 겁니다. 멋진 연설도 빼놓을 수가 없죠. 아이들은 모두 심사숙고 끝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마침내 가장 많은 아이들의 선택을 받은 아이가 선출되어 학교를 위해 봉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학교선거에서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재력, 부모님의 사회적 위치 등 어른들의 잣대가 바로 그것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선거는 피자, 햄버거를 아이들에게 통 크게 사 줄 수 있는 것이 후보자의 자격요건이자 후보자가 내세우는 큰 공약이 되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학생회장선거 때는 선거비용까지 걱정을 해야 한다는 뉴스가 종종 들립니다. 포스터, 운동용 소품 등을 넘어서 연설을 위해 스피치 훈련을 받는 등 그 비용이 수십에서 백만 원이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선거가 끝나도 걱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각 임원들의 부모님은 각종 학교 행사 때마다 나와서 물질적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경제적 사정으로 출마하고자 하는 아이를 말리는 부모님의 사연도 우리는 종종 듣습니다. 언제부터 아이들의 축제에 어른들이 참여를 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왜 그 축제를 어른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깨끗함과 순수함만을 보고 자라도 부족할 우리의 미래들에게 우리는 벌써부터 어른들의 현재를 알려주고 그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금권선거'라고 이야기 한다면 너무 비약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옛말에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라고 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정말로 아이들은 어른들을 따라합니다. 어른들의 말투를 배우고 어른들의 행동거지를 배웁니다. 부모님이 무심코 내뱉은 험한 말을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고 명품가방·화장품을 찾는 우리들의 모습은 벌써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우리들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변질되어 가는 아이들의 축제도 다르지 않습니다. 공약과 열정만으로는 불가능한 학교선거. 모두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깨끗한 선거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유권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50년 전 처음 선거관리위원회가 생겨났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은 환경에서 선거를 치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학교선거가 그것을 이야기 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선거란 무엇인지, 내가 행사하는 한 표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미래의 유권자인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민주주의 조기교육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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