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공천폐지 급부상

내년 6월 지방선거서 공천제 폐지 촉각
민주통합당, 아직 결론 못내 ‘예의주시’

새누리당이 대선공약 이행차원에서 오는 4·24 재보선에 출마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해 ‘무공천’ 방침을 결정하면서 여야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을 전면 폐지할지 주목된다.

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반신반의’해 왔던 지역 정치권과 입지자들은 새누리당의 무공천 결정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지와 민주당도 실천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지역 일간지 등 다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 서병수 당 공천심사위원장(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심위 전체회의 직후 정치 쇄신과 대국민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공천을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 등에 대해 무공천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하루만인 20일 여야 반대 장벽에 부딪혔다. 20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가진 새누리당은 공천심사위가 전날 결정한 사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일부 최고위원의 반대로 확정짓지 못했다.

황우여 대표는 “당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쇄신 차원에서 공천하지 않겠다고 국민께 약속했다”며 공천 폐지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일부 최고위원은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은 정당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당인 민주당이 공천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홀로 무공천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거 패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설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재보선에 국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행법에 따라 공천을 하겠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새누리당 내부의 움직임과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캠프’ 간 합의한 새정치공동선언에 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가 들어갔으나, 당내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각 당내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고, 선거법 개정 등 현실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 현실화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공직 선거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여야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만 정개특위 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의원 출마를 준비중인 지역의 한 인사는 “공천제 폐지 여부에 따라 향후 선거 전략이나 경쟁 후보군 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빨리 결론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평소 주민들에게 꾸준히 신뢰를 쌓은 인물, 정책이 좋은 인물 위주로 뽑는 선거구도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는 지속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여수시의회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당공천제가 중앙당 차원의 철저한 후보 검증을 통해 지역의 토호세력들을 배제하고, 책임정치를 활성화하며, 비례대표제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방의회에 진출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반면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돈 있는 지역 토호 세력이 너나없이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선거전이 크게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고, 또 공천을 배제한다고 해도 내천(內薦)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와 정치 신인이 지역 정치에 입문할 기회도 좁아진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것은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단체장과 기초의원의 공천을 사실상 사천(私薦)화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쳤다는 비판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양날의 칼을 가진 정당공천제.
지역민들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 여·야 정치권 모두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공천 폐지를 약속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약속을 실천할 강력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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