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지역과 함께하는 휴먼다큐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날마다는 아니지만 소외된 사람, 아픈 이웃을 만나면 아픈 마음 부여잡고 간간이 쓰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늘 사람과 부대끼며 살면서도 사람 냄새를 그리워하며 사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화난 목소리보다는 우리 주변의 아름다운 얘기를 전하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고운 향기를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지친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다독거릴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봄꽃 피듯 피어나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겠냐는 기대를 갖고 이 글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입니다. 미리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소재가 있을 때, 마음먹은 것을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늘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네요.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여수고등학교 박상희 선생님에게서 한 아이를 돕고 싶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 아이에게 전해주면 고맙겠다며 150만원의 성금을 보내왔습니다.

아름다운 역사는 늘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되나 봅니다.

박상희 선생님이 돕고 싶은 그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의 김영진(가명) 군입니다. 영진이 위로 누나 한 명이 있고 아래로 여동생 한 명이 더 있습니다. 한 살 많은 누나는 현재 정신지체 1급 장애를 갖고 있고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영진이는 메니에르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곤하면 일반인 보다 10배나 더한 피로를 느끼는 병입니다. 엄마도 같은 병을 앓고 있어 아이에게 유전이 된 것 같습니다.

아빠는 허리와 다리 수술을 한 상태에서 현재 일정한 일이 없고, 가끔 일용직으로 일을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어렵게 허드렛일을 하여 가정을 끌어가고 있습니다.

다행히 하느님께서 이 아이에게 축복을 주셔서, 공부는 전교 10등 안에 들게 해 주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은 조금만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면 전교 1등도 충분히 가능한 아이라고 합니다.

박상희 선생님은 이 아이가 무척 착한 아이라고 했습니다. 공부도 잘하는데 집이 너무 가난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생각에 그 아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롯데케미칼 어울림 봉사팀이 나섰습니다.

집은 예상대로 엉망이었습니다. 영진이집뿐만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이처럼 위기에 빠진 이웃들이 참 많습니다. 대부분은 부모 중에 한 분이 안 계시거나, 병과 실직으로 가난의 악순환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입니다.

그 집을 방문하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나도 몰래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그렇지만 막상 도울 길을 찾으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날 영진이집을 다녀와서 저의 개인 통신에 그 사연을 알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메일이니 1만원씩만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롯데케미칼에서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서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 통신을 본 많은 분들이 단 하루만에 500여만원이 넘는 성금을 영진이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며 고운 마음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우리 님들 고맙습니다.

▲ 여수 롯데케미칼 공무 1,2팀으로 구성된 어울림 자원봉사팀.

이번 영진이집수리 봉사는 롯데케미칼 공무 1,2팀으로 구성된 어울림 자원봉사팀이 맡아주었습니다.

자원봉사팀이 찾아간 김 군의 집은 돌산에 있었고, 부모와 3자녀가 남의 집을 잠시 빌려 쓰고 있었고, 얼마 전에 화재가 발생해 창고를 임시로 개조해 5명이 한 방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임준석 봉사팀장의 말입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습니다. 부엌은 창문도 없이 한 겨울의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었고, 방도, 천장도, 보일러도, 가전제품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시작도 하기 전에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집수리를 시작한 영진이네 집은 공사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깔끔한 새집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엉망이던 집은 이제 새 책상에 새 가구에 새 보일러에 새 싱크대에 새 냉장고에 모든 것이 쾌적한 환경으로 바뀌었습니다.

▲ 롯데케미칼 어울림 자원봉사팀들이 집 수리와 방 정리를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안주석 전무님은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아이고, 우리가 뭘 했다고…. 그래도 공사가 모두 끝나고, 아이 엄마가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 우리가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곁에서 조용히 도와주신 모영문 상무님도 고맙습니다. 신속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것도 상무님의 도움 덕분입니다. 그리고 어울림 자원봉사팀원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너와 나는 우리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라는 말의 의미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너는 너, 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들이 조금씩 가까워지는 우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드리 헵번이 화려한 배우생활을 접고 봉사생활을 시작하며 한 말이 생각납니다.
“절망의 늪에서 나를 구해 준 것은 많은 사람의 사랑이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사랑할 차례입니다….”

힘들어 하는 이웃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마음, 그리고 그들을 함께 걱정해 주는 마음, 그러한 마음이 세상을 더 환하게 만드는 마음 아니겠습니까.

▲ 수리하기 전 부엌 모습.
▲ 수리후 부엌 모습.












자원봉사자들의 점심을 제공해 주시느라 고생하신 돌산지역아동센터 박성미 선생님도 고맙습니다. 박성미 선생님은 이 가정의 대모 같은 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잘 챙겨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수시 사회복지과 조영화 팀장님, 손시현님, 그리고 초록우산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여수주거복지센터 곽석동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집수리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일체와 아이들 책상, 보일러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주신 롯데케미칼 안주석 전무님, 모영문 상무님, 임준석 봉사팀장님, 김용철님, 김성수님, 김기상님…. 일일이 이름을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팀원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조금씩 조금씩 모여서 하나 된 도시, 위대한 도시, 그래서 아름다운 도시가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영진이집 가족에게는 이것뿐만 아니라 우리 님들께서 보내주신 500만원의 성금도 함께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영진이가 지금부터는 서울대를 목표로 목숨을 걸고 공부를 한 번 해보겠다고 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