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래짤래 또옹장군, 또옹장군 짤래짤래”. 아이들이 놀려대는 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절룩거리던 그의 몸은 더 심하게 흔들렸다. 쌍욕을 하며 뒤쫓아 보았지만 아이들은 요리조리 빠져 나가고, 씩씩거리던 그는 더욱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러다 수업이 시작되면 아이들은 자기 교실로 훅 사라져 버렸다.

익숙한 풍경이어서였을까, 선생님들도 모른 척했다. 아버지 직업 때문인지 그에게서는 늘 똥 냄새가 났고, 한쪽 다리는 공중에 걸려 있는 빨래처럼 후들거렸다. 더욱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그가, 사실 나도 별로였다. 그렇게 3월이 가고 4월이 갔다. 결석이 잦더니 마침내 그는 교실에서 보이지 않았다.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등굣길에서 그를 보았다. 아버지인 듯한 사내에게 붙잡힌 채 그는 맞고 있었다. 사람을 저렇게 팰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도 그는 학교에 절대 안 가겠다고 버텼다. 짤래짤래 또옹장군 그렇게 놀리는 새끼들한테는 죽어도 안 가요, 죽어도. 그렇게 악을 썼다.

하지만 고작 열한 살. 사내의 완력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질질 끌려 결국 교실에 들어왔다. 체념한 듯 보조기를 바닥에 던져 놓고 그는 고개를 처박고 울었다. 다들 피했다. 놀리지는 않았지만 한 번도 그의 편이 되어 주지 못해서인지, 나는 괜히 미안해졌다. 몹시 외롭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지만 그날도 아이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먹이를 본 승냥이처럼 그를 물어뜯었다. 예의 그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하지만 시작종이 치면 그뿐, 모든 반에는 선생님이라는 견고한 철벽이 그의 진입을 가로막고 있었다. 씩씩거리며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전쟁같이 징그러운 하루가 갔다.

하굣길에 그의 뒤를 따랐다. 집을 알고 싶어서였다. 북동 뽕뽕다리를 지나 천변에 자리 잡은 그 집은 둑 밑으로 움푹 꺼져 있었다. 다짜고짜 따라들어 갔다. 그제야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챈 그는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다 멋쩍어하는 나를 보고 앉으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며칠간 머리를 맞댔다. 아이들이 놀리면 작살내기로 했다. 제일 심한 놈을 찍어 두었다가 그 교실로 들어가서 그놈 뒤통수를 보조기로 후려치기로 했다. 선생님한테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다짐도 당연히 했다. 하지만 맞더라도 끝까지, 저놈이 도리어 맞아야 한다며 선생님한테 악을 지르기로 했다.

응징이 시작되었다. 수업중인데 뒷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 못된 놈들을 하나씩 처단했다. 놀린 아이도 함께 맞긴 하였지만, 어떤 선생님한테는 정말 개처럼 맞았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소문이 쫙 퍼지면서, 아무도 그를 놀리지 못했다. 아니, 놀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그 전쟁을 종식시켰다.

너희가 입을 다물면 돌들이 일어나 소리 지르리라
이 성구를 처음 들었을 때
그 친구 생각이 났다
사무쳤다
- ‘돌들이 일어나 소리 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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