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련 여수시농업기술센터 작물환경팀장

흙이란?
물, 바람, 온도가 어우러진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부서져 가루가 된 것에 동식물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합쳐져 탄생되며 흙 1cm가 생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0년 정도이다. 여기에 인간의 지혜가 더해져 토양이 작물의 생육이 적합하도록 개량하는 과정인 숙전화를 거쳐 농지가 만들어 지게 되고 식량을 생산하는 기능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쓰레기, 산업폐수, PVC 비닐, 방사능 등의 각종 폐기물과 오염된 공기에 의한 산성비 등으로 토양오염이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또한 토양의 유실과 퇴화로 앞으로 표토(겉흙)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약 60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어, 흙이 죽어가고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가 빈번해지고 있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작물을 생산하고 있는 토양의 현주는 어떠한가?

첫째는 항생제이다. 육류 1kg을 생산하는데 0.72g의 항생제가 쓰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의 3배, 영국의 5, 스웨덴의 24배가 되는 양을 가축의 사료에 또 질병치료에 쓰고 있는 실정인데, 항생제는 축분을 통한 토양유입으로 흙 1g에는 100억 마리이상이 미생물이 살고 있는 미생물의 숫자를 급격하게 낮추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토양에 항생제 잔류는 토양미생물이 죽거나 활동을 억제하게 되고 이는 유기물 분해지연으로 이어져 화학비료의 사용량을 더 많게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농약의 사용량 역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전 세계 4위로 영국의 2배, 폴란드 16, 캐나다의 21배 이상을 쓰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해 1,200여종에 단위면적당 13.1kg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화학비료의 사용량도 만만치 않다. 화학비료의 사용량은 ha당 242kg으로 세계 8위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농업에 항생제나 농약, 화학비료를 전 세계에서 많이 쓰는 나라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우리의 농산물이 세계의 최고라고 소리칠 수도 없고 외국의 수출도 불가능한 것이 아닐지 또 국내 소비자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야 되고 가장 큰 문제는 작물을 생산하는 흙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다는 현실이 재앙인 것이다. 토양의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근절하지 못하면 고품질 안전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말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토양이 병든만큼 인간도 병들어 갈 수밖에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일이다.

이렇게 병들어 가고 있는 흙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는 토양에 항생제, 농약, 화학비료 등 투입량을 최소화하거나 중단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박정희 정권에서 추진했던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다수확 정책의 실천으로 밀식과 밀파(같은 면적에 종자를 많이 뿌리는 농법)를 하고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 많은 수확량을 얻겠다고 했던 지난 정부의 농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현실에서 항생제와 농약, 화학비료를 무 투입하고 농사를 짖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어 그 실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농약뿐만 아니라 비료나 퇴비조차도 사용하지 않고 작물을 재배하는 자연농법의 창시자 일본 “기무라 아키노라”씨는 산속의 식물들은 비료가 없어도 풍성하게 잘자라고, 농약을 하지 않아도 가지가 휠 정도로 열매를 맺으며 해거리도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자연농법을 실천하고 있는 조영상씨 부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 : 자연에게 물어보고 자연을 따라야 된다. 자타일체(自他一體) : 몸과 땅(흙)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좋다는 것을 의미(로컬푸드), 성속일여(聖俗一如) : 약도 과하면 독이 되고 독도 적당하면 약이 된다는 의미로 토양에 미생물 등을 잘 활용하면 좋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산야초 공생(山野草 共生) : 풀과 공생을 적극적으로 모색 할 때가 자연농법이 실천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녹비작물, 산야초와 공생․공존을 통한 지구 온난화 방지와 흙을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녹비작물을 재배하면 토양의 보습효과가 극대화되고 토양의 비옥도가 상승하면서 병 발생이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이렇게 녹비작물을 이용한 초생재배를 하면 기후온난화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과수의 ‘조기개화’ 기온 급강하로 인한 ‘동해나 냉해’ 여름 초고온기의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토양 초고온화’ 인한 피해 등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땅을 살릴 수 있는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흙(토양)을 자원 차원에서 다루는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 흙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며 손상된다고 생각해 자원으로 보지 않아 자원이라는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흙은 생물과 같이 생겨나고 성숙하며 병들고 죽게 되는 생명이 있는 자원이라는 인식이 매우 중요하다. 토양은 경관을 이루는 바탕이 될 뿐 아니라 생태계 물질순환에 있어서도 근본이 되며, 현재는 주말농장, 도시농업 등 중요한 여가생활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에 토양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홍보하는 정책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어김없이 10~15cm의 겉흙에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과 같은 토양 미생물과 더 고등한 생물이 선형동물(선충류), 땅강아지 등의 절지동물, 환형동물인 지렁이, 두더지 같은 척추동물 등 흙 속에도 먹이사슬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안전한 농산물을 소비자의 식탁위에 올려놓기 위해서 즉 유기농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항생제, 화학농약,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 흙 속에 미생물 등 먹이사슬의 놀이터를 만들어 주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한 영양분을 공급해 주기 위해 녹비작물을 재배해야 할 것이며 흙을 자원으로 보고 지원하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지금이라고 판단된다. (다음호에서 녹비작물 재배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짓는 기술을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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