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여수세계박람회재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박람회 기념관 건립을 위한 회의에 다녀왔습니다.

이 회의는 약 50억 원의 예산으로 현재의 한국관 위치에 박람회를 기념하는 기념관을 건립하는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기념관도 기념관이었지만 그보다는 현재의 박람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 모두가 박람회장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몹시도 궁금해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이곳 박람회장을 분할해서라도 어떻게든 매각하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입니다. 하지만 여수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그리 반가운 처사가 아닙니다. 3개월 ‘반짝’하려고 우리가 그 고생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람회장은 여수공항에서 20분, KTX역에서 5분, 항만부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천혜의 장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한꺼번에 수용해도 아무 탈이 없는 곳입니다. 대한민국에 이만한 곳이 어디에 또 있겠습니까.

현재 이곳에는 약 38개의 유휴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은 경치 좋고, 공기 좋고, 교통 좋고, 시설 또한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대한민국 해양교육의 메카로 집중 육성해도 부족함이 없는 곳입니다.

이제는 지금의 시대를 해양의 시대라고 다들 얘기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해양산업이라 하면 통상적으로 조선, 해운, 수산만을 생각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물, 에너지, 자원, 도시, 식품, 신약, 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과 같이 소극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2조원이 넘게 투자된 저 아까운 시설들에 해양 관련 연구소나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에너지환경기술(ET), 조선기술, 해양기술 등의 관련 시설을 유치하여 지역 재생과 남해안 성장축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지금 이곳 박람회장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칫거리쯤으로 여기는 느낌입니다. 돈은 더 투자하기 싫고 없애기는 없애야 하겠고, 그러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호주 시드니에 달링하버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에 발전소와 조선소가 있었던 곳으로 아주 지저분한 골칫거리 항구였습니다.

그런데 황폐한 이곳 항구가 국제적 해양위락지로 변화를 시도한 이후 지금은 한 해 3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습니다.

골칫거리였던 이곳에 아쿠아리움과 아이맥스 극장, 쇼핑센터와 박물관, 대형수족관 등이 들어서고 다양한 배후시설이 들어선 이후 지금은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흥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누구나 놀이공원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항구를 바라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분위기 좋은 카페가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지금 여수의 박람회장과 너무나 유사한 입지적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골칫거리 항구로 여겨지던 이곳을 문화, 쇼핑, 오락, 컨퍼런스 등 멀티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재개발하는 개발계획이 시행되면서 이곳이 세계적인 해양관광 위락지역으로 국제무대에 그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달링하버에는 4000명이 넘는 인력이 숙박시설, 식당, 쇼핑센터 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버사이드 쇼핑센터 및 코클베이 선착장을 중심으로 43개의 식당과 29개의 카페, 12개의 맥주 바와 5676대의 주차시설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연중 오페라, 발레, 음악콘서트, 세미나, 국제회의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에 있는 해양박물관은 호주의 해양역사와 어패류의 생태계, 해양자원 등 다양한 해양환경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해양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추어져 있어 어린이의 현장체험 장소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여수에 있는 박람회장과 입지적 조건이나 주변여건이 너무나 흡사합니다. 어쩌면 여수가 오히려 더 나은 조건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달링하버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긴 호흡으로 여수박람회장을 이렇게 준비하면 안 되겠습니까.

대한민국 해양교육의 메카로 재미와 교육과 감동을 함께 줄 수 있는 그러한 공간으로 만들면 안 되겠습니까.

이곳 박람회장은 대규모 컨벤션 회의도 가능하고 다양한 전시도 가능합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대규모 공연도 가능하고 국제보트쇼나 국제모터쇼도 가능한 곳입니다.


관광지는 하여튼 사람이 모여야 합니다. 사람이 북적거리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번 왔던 사람을 다시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달링하버는 이러한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으로 축제를 선택했습니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대규모 새해불꽃놀이를 하고, 1월 중순에 호주의 날 축제를 하고, 3월에 HOOPLA 축제를 개최합니다.

6월에는 흥겨운 재즈 축제를 개최하고, 7월에는 대규모 음악회를 개최합니다. 10월에는 FIESTA 축제를, 12월에 크리스마스축제를 마련해 관광객을 연중 유인하고 있습니다.

수평적으로 비교해도 우리 여수가 모두 할 수 있는 축제들입니다. 그리고 여수의 박람회장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장소입니다.

크루즈도 접안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또 어떻습니까. 지금 제주도는 중국인들로 넘쳐나지 않습니까.

이러한 시설과 축제와 여수의 음식과 여수의 섬과 여수의 일출과 여수의 일몰과 여수의 개펄과 여수의 밤바다와 여수의 다양성을 상품화하면 안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에 이렇게 자유로운 장소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2조원이 넘게 투자된 시설을 저렇게 방치하는 것은 현 세대뿐만 아니라 후세들에게까지 죄를 짓는 일입니다.

내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이렇게 대책 없이 썼겠습니까. 이제 새로운 정부, 새로운 재단이 탄생했으니 지금이라도 우리가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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