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석 통일부 전남지역통일교육센터장

북한관련 단체에 의하면 현재 방영중인 KBS2 TV ‘최고다 이순신’이 북한에서 인기라고 한다. 세계에 불어 닥치는 한류 열풍이 바람을 타고 돌고 돌아 북한 땅에도 불고 있음이다. 드라마 제작진에 의하면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딸과 엄마의 행복 찾기와 사랑에 관한 소소한 가족이야기에 감동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북한 방송은 지도자를 찬양하는 프로그램만 있을 뿐 소시민의 일상과 인간관계를 다룬 내용은 거의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한다.

북한에 남한의 영상매체가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기에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당국의 감시와 통제 이완으로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을 통해서였다. 당시 남한 가요가 중국 연변가요로 포장되어 북한에 유입되면서 북한에도 한류 문화가 시작되었고, 북한 사람들은 남한 가요를 중국 연변가요로 알고 따라 부르게 된 것이다.

물론 북한에서 남한 영상물이나 출판물을 소지하는 것이 처벌대상이 된다. 그렇지만 북한의 암시장에서 중국을 통해 몰래 들여온 한국 드라마와 음악 등이 담긴 CD나 DVD 등이 공공연히 팔리고 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단속반을 운영하지만 숨어서 끼리끼리 남한 영상물을 돌려가며 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는 가을동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올인 등이다. 드라마 외에도 ‘무한도전’이나 ‘1박2일’과 같은 프로그램들까지 방영된 지 1주일 만에 북한에서 유통이 된다는 사실은 남한의 문화, 한류바람이 알게 모르게 북한사회 깊숙이 퍼져 있음을 말해준다.

드라마 시청도 주변의 믿을만한 사람을 집으로 불러 함께 본다고 한다. 필자가 인터뷰한 사리원에서 탈북한 중학교 교사에 따르면 수업 중에도 학생들 자습시켜 놓고서 가까운 교사들끼리 남한 영상물을 본적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남한 영상물을 통해 남조선의 발전된 모습을 보면서 북한 당국의 선전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울러 나도 “저런 나라에서 살아보았으면”하는 정치의식의 변화를 겪을 것은 뻔하다.

한류가 확산되는데 불안을 느낀 북한 당국이 남한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 단속, 처벌을 강화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들은 한류 바람을 ‘남조선 날라리풍’으로 규정짓고, 남한을 ‘미제국주의 식민지’ ‘썩고 병든 자본주의’ 등으로 주민들을 교육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훈아, 태진아, 주현미 등 트롯트 가수들에 이어 최근에는 평양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한국 아이돌 가수 노래영상과 뮤직비디오를 메모리카드에 담아 모임에서 따라 부르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류열풍은 먹고 살기 힘든 일반주민들보다 생활에 여유가 있는 권력을 가진 간부들과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젊은 대학생들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류바람을 막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영상물을 통해서 옷이나 헤어스타일, 서울말씨 등 남한 따라 하기가 점차 주민의식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향후 북한체제 변화를 전망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증언에 따르면 “한국 영화에서 보면 젊은 아가씨들이 가방끈을 길게 엉덩이 쪽으로 늘어뜨리고 다녔는데, 평양에서 대학생들이 그걸 따라하고 다닌다.”고도 전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금보다 더 많은 북한 청소년들이 한류를 접하게 될 것이다. 과거 소련에서 청년들이 비틀스를 보면서 자유주의를 갈망했듯이, 동독으로의 서독 문화 유입이 마침내 통일독일을 이끌어내었듯이 북한에서도 남쪽의 한류가 통일의 한 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남한에 대한 동경과 문화적 수용은 향후 남북한 통합에서 남북주민간의 이질성 해소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북한에서 한류열풍이 더욱 거세져 하루 빨리 평양의 공연장에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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