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근·이미선 부부

“가장 사랑하고 자신 있는 것이 빵입니다”
신선한 빵을 제 시간에 내어 놓는 게 비결

▲ 여수시 신기동 윤춘심 과자점 박종근·이미선 부부.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빵으로 늘 고객들을 감동시키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빵맛이요?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죠. 우리 가족이 먹는 빵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빵을 굽습니다.”

그래도 비결이 있냐는 질문에 “신선한 빵을 제 시간에 내어 놓는 겁니다. 그리고 여름 휴가를 제외하고 하루도 쉬지 않고 가게 문을 엽니다. 성실함을 예쁘게 봐주시면서 꾸준히 찾아주시는 고객들 덕분이죠.”

여수시 신기동에서 윤춘심 과자점을 8년째 운영하고 있는 박종근(43) 씨의 말에는 겸손함이 배어났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빵집이 동네마다 들어서면서 수많은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자본과 기술력에서 상대하기 힘들고, 각종 제휴서비스에서도 밀린다.

결국 여수지역의 제빵제과점은 20년전 150여곳에서 현재는 20여곳으로 줄었다. 일부는 프랜차이즈점으로 전환했지만 대부분 폐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고객들의 입맛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대기업 경쟁 빵집은 늘어가는 상황에서 동네 빵집이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를 선도하는 신제품 개발과 인테리어 등에도 힘을 써야 하지만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동네빵집 500m 이내에 대기업 빵집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권고’한 것은 박씨에게 위안이 된다. 하지만 그는 “한참 늦었다. 이미 동네 빵집은 전멸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

단골을 만든 데에는 보이지 않는 그의 노력이 있다.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인테리어가 깔끔한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언제 찾아와도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박씨는 매일 퇴근하기 전에 청소만 1~2시간 한다. 매장 뿐만 아니라 빵을 직접 만드는 주방의 위생도 중요하다는 게 박씨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동네 빵집의 살길은 손맛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아침 일찍 손으로 반죽을 빚어 빵을 노릇노릇 구워내기 때문에, 공장에서 냉동 배달차 타고 온 프랜차이즈 빵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박씨는 “당일 만든 빵은 당일에만 판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빵도 음식이다 보니 남는 빵이 생겨요. 그러면 시골 교회의 장로로 계시는 친척집에 가져다 줍니다. 시골 어르신들이 일 할 때 새참으로 드시는데 다들 좋아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동네 빵집의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역사회가 동네 빵집을 이용해주고,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당부한다. 박씨 가게와 불과 50m 떨어진 곳에도 프랜차이즈 빵집이 두 개나 있다. 박씨는 고객들께 사랑받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신선한 빵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성실함이라고 말한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가게 불이 켜져 있다 보니 젊은 사람이 열심히 산다고 예쁘게 봐주신 것 같아요. 단체 주문도 해주시고, 이사를 간 고객도 잊지 않고 찾아옵니다.” 박씨는 또 제 시간에 신선한 빵을 내놓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씨는 “동네 빵집만의 장점도 많아요. 고객들의 니즈와 아이디어를 다음날 출시될 빵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왠지 정답게 느껴지는 ‘윤춘심 과자점’ 상호는 어머니의 성함이다. 가게는 박씨와 아내, 어머니와 함께 가족이 운영한다. 빵집의 하루는 전날 배합해 놓은 재료를 아침 6시30분부터 반죽을 치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반죽한 재료가 발효되면 빵이나 과자 등 모양 만드는 과정은 어머니가 맡는다. 빵이 성형되면 2차 발효를 거쳐 오픈에 굽는다. 구운 빵을 식혀 포장을 한 후 판매대에 가지런히 놓으면 마무리된다. 아침 일찍 도너츠와 식빵을 굽고, 오전 11시부터 생과자와 파이를, 오후 2~3시부터는 카스테라를 구워 내놓는다. 오후 5~6시부터는 케익을 만든다. 그리고 다음날 빵을 위한 재료 배합과 청소 등으로 하루 일과는 마무리된다.

박씨의 빵집은 유동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입소문이 날 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 “쉬는 날이 없어요. 아이들과 놀러도 가고 그래야하는데 사실 미안하죠. 매일 신선한 빵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눈에 밟힙니다. 하루를 쉬게 되면 빵을 모조리 빼야 합니다. 하루 지난 빵의 맛은 바로 티가 나거든요. 고객들과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직장에서 부부가 일을 하면 많이 싸운다는데 우린 거의 안 싸워요. 모든 일을 함께 의논해서 합니다. 이해를 많이 해준는 아내가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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