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줄이지 밥줄, 근데 아주 좋은 밥줄.”

- 가온누리에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도와주는 일.”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
“공장하고 여기하고 왔다 갔다 하면서 도와주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 가온누리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되셨어요?
“우리 고모하고 국장님하고 아시거든. 그래서 응.”
- 전에 다른 곳에서 근무하신 적이 있어요?
“응.”
- (매우 반갑게) 아, 있어요?
“응, 장갑공장이랑 마트 같은 데. 일반 간판 있잖아, 그런 데도.”
-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게 더 나아서 옮기셨어요?
“지금 없…….”
- 없어졌어요?
“응.”
- 죄송한데요, 여기서 임금은 얼마나 받으세요?
“…….”
- 안 가르쳐 주셔도 돼요.
(짧은 침묵) “그, 50만원.”
- 회사에 바라는 거, 뭐 그런 거 있나요?
“…….” (시선을 피한 채 침묵)

점점 표정이 좋지 않고 불편해 보이셔서 이민재(20)씨에게 더 이상 물어 볼 수가 없었다. 사전에 놀러가서 인사도 드리고 얼굴도 익혔는데,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천천히라도 대답해 주시는 게 무척 고마웠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해룡(46) 사무국장님을 찾아갔다.

▲ 가온누리 사람들 : 서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가온누리의 아름다운 사람들 ⓒ 가온누리

“가온누리가 뭐하는 곳이에요?”

- ‘가온누리’란 뜻을 찾아봤더니 ‘누리 가운데’, 그러니까 ‘세상의 중심’이라는 순우리말이던데, 기업의 이름을 이렇게 정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이 세상에서 소통의 중심이 되고 싶어서 이름을 그렇게 붙였어요. 소통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는 장애인과 소통을 하고 싶어요. 장애인 하면 뭔가 결핍을 떠올리며 소통이 안 될 거라 여기는데, 아니에요. 일을 해 보면 알게 돼요. 일을 통해 장애인과 소통을 꿈꾸는 것, 그런 세상의 중심에 서고 싶은 것, 이런 바람이 ‘가온누리’라는 이름에 담겨 있어요.”

- 일을 통해 장애인과 소통을 꿈꾼다! 멋진데요. 가온누리라는 기업을 설립하게 된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듣고 싶네요.
“재작년 12월 6일 개업을 했으니 2년이 되어 가네요. 처음에는 예닐곱 명이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돈이 조금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컴퓨터 한 대 사고, 뭐 한 대 사고, 이런 식으로 기업을 꾸려나갔지요. 그러던 중에 전라남도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을 작년 5월에 받았어요. 그리하여 6월부터 인건비 보조금을 일부 받게 되면서, 직원들을 더 늘려 채용하게 되었지요.”

-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되고서 일하게 된 분들이 더 늘었다고요?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말이 사실이네요?
“그럼요. 김정화 대표이사(46)를 포함해서 직원이 19명이에요. 그 중에 소외계층이 아홉 명인데, 장애인이 일곱 명이고 고령자가 두 명이지요. 그리고 앞으로 장애인 한 명, 그리고 다문화 가정 출신 한 명을 더 채용할 생각이에요. (사무실에서 채색하시던 분이 그분이냐고 묻자) 맞아요. 새로 오신 분이지요.”

▲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 : 가온누리에 가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 주현영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나요?”

- 목공일 하시는 분들(조적권·64, 이원길·64)에게 여쭤 보니까, 들어오게 된 경로가 다르던데, 가온누리에 취직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능력이 있나요?
“채용과정은 일반 회사하고 다를 게 없어요. 단지 소외계층을 우선 채용하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만 일반인 채용을 하는 것이 조금 다르지요. 그리고 ‘꼭 필요한 능력’이 있느냐고 물었지요? 반듯한 자격증 가지고 있으면 대기업 가지 사회적 기업 오겠어요? 우리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에요. 하면서 배우면 돼요.”

-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파는 곳”이 사회적 기업이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렇게 만든 빵으로 경쟁력이 있을까요?
“그게 고민이에요. 사회적 기업이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 참 좋은 생각이지요. 하지만 경쟁력이 없으면 안 돼요. 사회적 기업도 기업이거든요. 지금은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해 주니까 어느 정도 꾸려갈 수 있는데, 그게 끊기면 사람들을 자르게 되잖아요. 그래서인데, ‘사회적 목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빨리 키워 ‘이윤’을 창출해야 돼요. 그래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거든요.”

- 사회적 기업도 이윤창출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씀인데, 가온누리 나무간판은 잘 팔리고 있나요?
“잘 팔리면 이렇게 한가하게 인터뷰하고 있겠어요? 하하하. 이 인터뷰도 어떻게 좀 팔아보려고 하는 거예요. 정부에서 최대 5년까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주니, 그 안에 자립해야죠. 그런데 전남지역에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 세 곳 중 한 곳이 적자를 본다고 해요. 그래서 말인데, 사회적 기업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우리 사회가 튼튼하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해룡 국장과 만나다 : 비싼 카페가 아닌 값싼 편의점에 가자고 할 때부터 커피 값은 우리가 낼 생각이었다. 국장님 파이팅! ⓒ 주현영

“사회적 기업, 여수가 전남에서도 으뜸이라고요?”

-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취약계층이 많은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 기업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하던데, 여수의 사회적 기업들은 잘 정착하고 있나요?
“2007년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전남에 있는 사회적 기업만 해도 100개가 넘어요.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지요. 그중에서도 여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을 포함해서 사회적 기업이 열네 곳으로 전남에서도 으뜸이지요. 올해도 지난 6월 10일 시청에서 사회적 기업에 3억1200만원을 지원한다는 ‘2013 사회적 기업 지원 약정식’이 있었어요. 덕분에 우리 가온누리도 인건비 지원을 계속 받게 되었고요.”

- 고마운 일이네요. 그런데 시에서만 그렇게 나설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착한 기업’에 대하여 시민들의 ‘착한 소비’도 뒤따라야 하지 않겠어요?
“그 말씀을 기다렸어요. (웃음) 사회적 기업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학교 등 공공기관이 우리 물건을 우선 사 주었으면 해요. 그리고 산단도 나서야지요. 여수 산단은 산업 구조상 고용 측면에서 지역 공헌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잖아요. 여수 산단이 적극 나서서, 우리 물건 좀 사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수에 대형 마트가 두 개 있는데, 사회적 공헌의 일환으로 매장 구석에라도 사회적 기업 제품을 전시 판매해 주셨으면 해요.”

- 사회적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그것이 제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문제는 사회적 기업의 품질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같아요. 장애인이 만들었다고 품질이 안 좋은 게 아닌데 말이에요. 영국의 경우에는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Crystal Mark로 공증해 주는 제도가 있대요. 정부나 기업에서도 그런 제품을 우선 구매해 주고요. 우리나라에도 그런 제도가 생기면 시민들도 품질을 믿고 사회적 기업의 제품을 먼저 사주지 않을까요?”

▲ 구봉산 둘레길 : 여수의 명물 구봉산 둘레길에서 (주)가온누리 상호가 보이는 표지판들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 박용성
여수고등학교의 긴 담벼락을 따라가다 보면 골목이 나온다. 신경 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골목. 골목 어귀 전봇대에 ‘가온누리’라고 적힌 팻말이 달려 있고, 조금 더 걸어 들어가면 우리 이웃들이 옹기종기 모여 친환경 나무간판을 만들며 꿈을 키워 가는 곳이 나온다. 그냥 지나치기 쉬운 모습으로 사회적 기업은 늘 그렇게 우리 주변에 있다.
며칠 동안 가온누리를 드나들다가 목공일을 하는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할아버지에게 가온누리란 뭐예요?” 그러자 그는 웃으며 대뜸 이렇게 말했다. “가온누리? 우리에겐 밥줄이지, 밥줄. 근데 아주 좋은 밥줄.” 가온누리에 대해 그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말씀을 더 들어보니, 언제 끊길지 몰라 초조해하며 붙들고 있는 밥줄이었다.
그 밥줄이 끊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다 문득 구봉산 둘레길―한번 와 보시라. 정말 멋지다.―을 걷다 표지판이 빠져 있어서 다른 길로 가는 바람에 헤맨 적이 있다는 친구 아빠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 표지판을 가온누리에서 제작해서 설치해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팻말이 필요한 지점을 알아내서 시장님께 건의하려고 구봉산을 찾아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우리는 마냥 행복했다.

▲ 오, 사랑해여수! : 날마다 가온누리이고 싶은 우리 ⓒ 주현영

(기사 작성 : 동아리 <사랑해여수 4기> 김지현, 김정원, 김혜연, 주현영, 고은비 기자. 지도 교사 : 박용성)

♣ 취재 후기 : <사랑해여수 4기>는 “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우리 고장을 널리 알리고 있는 여수지역 고등학생들의 연합동아리입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여수(YEOSU)의 글자 하나씩을 따서 만든 ‘Y-fine’, ‘Energy’, ‘Oasis’, ‘Superstar’, ‘U&I’ 총 다섯 팀이 있는데, 이 기사는 O팀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5월 19일, 26일, 6월 8일, 세 차례에 걸쳐 (주)가온누리를 찾았고, 기말고사가 끝나고 7월 6일 구봉산을 뒤졌습니다. 바쁜 시간을 내 주신 (주)가온누리의 아름다운 사람들, 그리고 저희를 묵묵히 이끌어 주신 박용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팀장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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