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시의회 강재헌 의원

급여와 자비 들여 1억 기부
선거 때 지역환원 약속 지켜
노인치료 등에 쓰일 예정

“시민이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정치”
의원·시 집행부 간 소통 부재 ‘아쉬워’

▲ 여수시의회 강재헌 의원.
최근 여수시의회 강재헌 의원(50·무소속·여천동)이 급여 전액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선거 때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어서 의미가 더 깊다.

강 의원은 전남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7호 회원이 되면서 5년 동안 매년 2000만원씩 1억원(의정비 예상액 5000만원+자비 5000만원)의 성금을 기부키로 했다. 올해 전남에서는 첫 기부자이다. 기부금은 지역 어르신들의 치매와 관절환자,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다문화 가정 등에 쓰일 예정이다.

강 의원은 여수산단 롯데케미칼(구 호남석유화학) 총무차장 출신으로 재직 시 회사와 직원 간에 1대1매칭비용을 책정해 이를 바탕으로 각 팀별로 봉사단을 조직, 낙도 어린이 돕기, 산단 주변마을 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1년여의 의정활동에서도 날카로운 시정 질문과 의사진행발언 등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성산공원에서 매주 금·토요일 운영하는 노인 빨간 밥차에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 동기와 배경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때 선거 공약으로, 당선되면 급여 전액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막상 기부하려고 보니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을 통해 ‘아너 소사이어티’를 접하게 됐다. 한꺼번에 1억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 범위 내에서 매년 2천만원씩 5년간 기부하게 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떨어져도 기부는 계속되는가?
그렇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에게도 늘 강조해온 부분이다. 형편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이번 결정에 따라준 가족들이 감사하다.

1년여의 의정 활동 소감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 전 직장(총무차장)의 경험을 어떻게 의정활동과 접목시킬지를 고민했다. 기업과 공조직의 예산 운용 방식은 많이 다르다. 이윤추구가 우선인 기업은 기 편성된 예산이라도 실제 집행할 때는 또다시 철저하게 검토를 한다. 이 사업 예산을 왜 올렸는지, 전년도에는 없었는데 왜 신규 사업으로 추가됐는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또 예산을 세울 당시에는 타당성이 있었지만 현재와 앞으로의 사업추진 타당성이 부족하면 제고한다. 예산을 집행하는데 근거가 명확하고 책임 소재도 분명하다.

그런데 공조직은 예산만 통과되면 사업 과정에서 실효성 등의 문제가 생겨도 추진되더라. 아무리 시민을 위하는 일이라도 낭비성 예산은 지양돼야 하는 게 맞다. 매번 지적하다보니 시 집행부와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공무원들도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가자는 한 뜻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여수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유는?
미래에 여수가 먹고 살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늘 생각한다. 관광, 해양수산, 여수산단을 꼽을 수 있다. 엑스포를 계기로 여수가 대·내외적으로 많이 알려졌고, 인프라도 잘 갖춰졌다. 시 차원의 관광·교통 행정은 물론 주요 관광지와 숙박·음식 업소의 세심한 관광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1천만 관광객을 맞이하겠다는 여수시의 수용 태세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시민이나 관광객의 불만을 먼저 헤아리는 능동적인 관광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국가산단이 환경과 안전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수경제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안고 가야 한다. 잘못과 미흡한 점은 지적하되 지역에서 먼저 도울 것이 무엇인지를 묻고, 상생을 도모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수는 알다시피 수산업 도시다. 그런데 수산업이 급격히 쇠퇴하면서 수산인들이 정말 어렵다. 여수시가 국비에 맞춰 틀에 박힌 예산 지원만 할 게 아니라 생산적인 지원 사업을 연구하고 발굴해야 한다. 여수 실정에 맞게, 수산업의 미래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창의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때다.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한다. 교육 또한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의회의 주된 기능이 집행부 견제다. 어떻게 활동해 왔나.
여수 시티파크리조트가 지역사회에 약속한 100억원대의 공익사업은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업자는 여수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곳을 개발하면서 많은 이익을 챙겼지만 10원도 내지 않고 있다. 주변에선 더 이상 언급하지 말라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1년에 10억씩이라도 내야 한다. 지금 영업이 잘 되고 있는 걸로 안다.

시청 직원이 횡령한 80억원 중 28억원이 상품권 회수 대금이다. 상품권 발행 시스템이 조작이 가능할 만큼 관리체계가 부실하다. 또 상품권 기피와 이용률도 저조하다. 상품권이 대형마트 등 일부업소에 집중되는 등 실효성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최근 둔덕동에 108억(국비 70억, 도비 3억, 시비 35억)을 들여 조성한 인공습지가 주차장과 관리비 미확보 등으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연등천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말 필요한 사업이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인 사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본다.

시내버스와 택시 등 해결해야 할 교통문제도 산적해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기사 부족으로 하루 17~18시간 근무, 한 달에 28일 근무하는 기사도 있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 시에서 보조금을 줘가면서 업자만 배불리는 꼴이다.

여수시의회는 현재 민주당 의원 일색이다. 무소속 의원으로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그때마다 소신대로 결정한다. 같은 민주당이면서 갑·을 지역구로 나뉘어 싸우는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좋지 않다.

시의회가 ‘소통’을 강조하지만 정작 의원 간 소통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많다.
시 집행부에 소통하라고 다그치기 전에 의원 간 소통이 먼저인데 아쉬운 부분이다. 시민은 소통의 노력에 진정성이 있는지, 말로만 외치고 있는지 안다. 최근의 예결위 구성 파행만 보더라도 결국 의원 간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원 간, 상임위 간, 집행부 간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을 중재할 구심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의정 활동에 대한 보람과 성과가 있다면.
지난해 4월 당선돼 의정 활동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 나름대로 어필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됐고,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고 있다. 시민이 희망을 갖게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무엇보다 정치인은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민 속에 들어가 함께 뛰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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