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할머니들에게 걷는 자리세는 어디에 있나--



일요일 아침 재래시장인 서시장을 찾았다. 이곳 재래시장을 찾으면 제일먼저 눈길을 잡는 장면이 있다. 큰 대야에 콩, 마늘, 고사리, 상추 등의 치꺼리를 가득 담아 지나가는 길손들을 애처롭게 쳐다보는 할머니의 눈이다.



“이거 얼만데요?” 작은 바구니에 상추를 정성스럽게 쌓고 있는 할머니에게 여쭌다. “300원!” 산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담으려고 준비하는 손길이 애처롭다.



이 할머니들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대부분 시장 후미진 구석이다. 좋은 자리는 이미 날마다 고정적으로 나오신 분들의 차지다.“자리세로 하루에 얼마나 내세요?”하는 물음에 “700원!”하고 대답한다.



화양면 장수리에서 왔다는 김 모 할머니는 뒷밭에 심은 치꺼리를 뜯어 집을 나섰다. 시장까지 오는데 1,000원은 버스비와 자리세로 700원을 주고, 밥에 김치 하나 둘둘 말아놓은 점심값으로 1,500원을 냈다.



그리고는 하루종일 길바닥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다가 마지막 떨이까지 팔아 오늘 8,300원을 벌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김 할머니는 또 다시 1,000원의 버스비를 지불하게 될 것이다.

시장바닥에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김 할머니는 차비빼고, 밥값빼고, 자릿세 빼고 나니 모두 4,100원을 벌었다.



가는 길에 손주에게 줄 붕어빵 사는데 1,000원을 쓰고, 상치 씨앗 사는데, 2,000원 정도를 쓸 예정이라고 김 할머니는 말한다.

그러면 할머니 손에는 1,100원이 남을 것이다. “자리세 700원은 왜 주나요?” 기자의 질문에 “그냥 다들 주잖여. 안주면 쫓겨나니 할 수 없이 줘야지 뭐” 이렇게 상가 번영회에서는 시장 나온 할머니들에게 청소비 명목으로 700원씩을 걷는다.



하루에 이렇게 걷은 돈이 얼마나 될까? 기자는 서시장을 뺑뺑 돌며 할머니들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세다가 지쳐 포기한다. 어림짐작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될 것 같다. 약간씩 틀리기는 하지만 각 상가 번영회에서는 청소비 명목으로 진남시장은 300원, 교동시장은 500원, 서시장 주변은 500원~ 1,000원씩을 걷는다.



김 할머니 옆에 화양면 옥적에서 왔다는 정 모 할머니에게 여쭌다. “몇 시에 나오셨어요?” “집에서 아침 6시에 출발했어!” 하고 대답한다. “처음부터 여기에 자리를 잡았어요?”물음에 “아니, 아침에는 교동시장에 앉아서 팔다가 다 못팔아서 서시장으로 건너왔어”하고 대답한다.



“그쪽에서도 자리세를 주었겠네요?” 질문에 “당연히 줘야지, 500원 줬어!”하고 대답한다. 정 할머니는 오늘 자릿세로 도합 1,200원을 낸 것이다.

“점심은 드셨어요?”하는 질문에는 “오늘은 밥맛이 없어서 500원어치 붕어빵으로 때웠어!”하고 대답한다.



기자가 몹시도 가난했던 시절, 우리 어머니가 밥 때가 되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밥맛이 없어 밥 생각이 없다” 정 할머니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의 말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시장 할머니들에게 걷어가는 적지 않은 돈을 서시장 번영회, 교동시장 번영회, 진남시장 번영회는 과연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시장 안에서 자기 건물을 가지고 옷을 팔고 있는 김 모씨에게 “저 할머니들에게 걷어가는 돈을 번영회에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세요?” 하고 물었다. “나야 모르지. 번영회에서 알아서 하는 것인데 알 수가 없지 뭐 ”하고 대답한다. “사장님도 번영회 회원 아니세요?” 하는 질문에 “번영회에 안에도 급이 있어. 나 같은 조무래기는 절대 알 수가 없지” 하고 혀를 찬다.



기자는 3시간 동안 시장바닥을 헤메고 다니면서 시장상인들과 인터뷰를 했다. 어떤 상인은 아예 처음부터 손사래를 친다.

그렇지만 놀라운 소식도 몇 개 접했다. 놀라운 소식을 전해준 상인들은 하나같이 “절대 자기가 말했다고 얘기하면 안 된다.



알면 큰일 난다”고 기자에게 보안을 신신 당부를 한다. 이곳 상가 번영회에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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