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석 통일부 전남지역통일교육센터장

‘자유를 찾아 남하한’ 귀순 용사가 영웅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식량 난민에서 시작된 탈북자는 2000년대 들면서 크게 늘었고, 2012년에는 탈북여건의 악화 등으로 감소하였으나 큰 틀에서 보면 1998년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월 말 현재 남한 거주 북한이탈주민이 2만 5천명에 이른다.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탈북자의 98%는 북한에서 ‘이것도 인간의 삶인가’ 하는 비참한 심경으로 탈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중 절반 이상이 생활보호 대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탈북자 대다수는 인간답게 잘살아보고 싶어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온 이웃이다. 고통 받는 이웃인데도 이들을 모른척 한다면 이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회낙오자가 되어 불만세력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탈북자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매우 크다.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이주 노동자들보다 못한 ‘3등 시민’이라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제3국행을 결심한 탈북자들이 생겨나고, 심지어 재입북 탈북자도 생겨나고 있지 않는가.

애써 받아들인 탈북자들을 잃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남북한 모두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은 통일 시대에 남북 통합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남한이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자신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려는 ‘새터민’이고, 남북한 통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통일 일꾼’인 것이다.

요즘의 화두인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싶다면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탈북 과정에서 겪었을 온갖 고난과 악몽의 응어리를 녹여줄 따뜻한 마음을 보내야 할 것이다. 배고팠던 북녘 땅, 언제 잡혀갈지 몰라 숨어 살던 중국 땅,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남한 땅,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가 갈 곳이 마땅찮아 고개를 숙이는 그들에게 누가 달래고 보듬어야 하는가?

우리사회가 천신만고 끝에 제 발로 찾아 온 이들조차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다면 앞으로 통일은 요원하다고 본다. 우리는 탈북자들을 의미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그들의 애환을 함께 해줘야 한다. 두고 온 북녘 가족 걱정과 남한 정착을 위한 삶의 몸부림, 인맥과 재산도 없는 조건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하는 그들이 안고 있는 스트레스는 사회적 지지를 통해 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가치와 경험을 인정해주고 작은 실수는 수용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감지할 때 긍정적인 정서 속에서 생활을 안정시키고 자신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들이 남한사회에 통합되어 건전한 국민이 되도록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 통일정책 내지는 탈북자 정책이 되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그들의 순조로운 적응과 성공이 바로 최고의 대북 심리전이며,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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