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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7]“숲에 유치원이 다 있네요!”베타니아 김종호 이사장과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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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23  1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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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고 하지만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 하늘이 어두웠다. 하지만 베타니아(여수시 문수동 521) 앞마당에서는 참살이 바자회 준비로 왁자지껄했다. 토요일은 쉬는데도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은 밝았다. 개량한복을 입고서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선생님들도 밝았다.

자연친화적 교육을 꿈꾼다는 베타니아에서 하는 바자회라 궁금했다. 언뜻 보기에 여느 바자회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아니었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베타니아의 이념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아나바다장터는 물론이고, 유용한 미생물로 나쁜 미생물을 죽이는 EM으로 만든 친환경세제도 팔았고, 푹푹 삶은 만두와 멸치 육수를 과서 만든 어묵을 파는 친환경음식 부스도 있었다.

   
▲ 김종호 이사장님과 함께. 사진 찍을 땐 사랑과 평화의 제스처, ‘I LOVE YOU’라는 사인을 보내세요. ⓒ 박용성

“아니, 의사는 꼭 서 있어야만 하는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덥수룩했다. 한복을 입어서인지 오랜 세월 수도하신 분 같다. 더운 날씨였는데, 한옥 느낌이 물씬 풍기는 본관의 사무실에는 선풍기 하나만 탈탈탈 돌아가고 있었다. 장애아동의 대부라고 불리는 사회복지법인 베타니아 김종호 이사장. 그 수수함과 당당함에 우리는 매료되었다.

- 며칠 뵈면서 느낀 건데, 이사장님 참 멋지셔요. 그 멋진 삶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멋지다고? (웃음) 보다시피 나는 장애인이야. 세 살 때 소아마비로 척수마비가 되었어. 하반신이 마비된 거지. 아버지는 그런 나를 창피하게 여겨, 집에 손님이 오면 다락방에 숨어 있게 했어.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야. 목발 짚고 다니며 맨날 넘어지고. 소풍도 못 가고, 수학여행도 못 가고, 늘 소외당하고.”

- 그런데 그 험한 세월을 어떻게 견디셨어요?
“내게는 꿈이 있었어. 중고등학교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슈바이처 박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야. 드디어 세브란스의대 필기시험에 합격했어. 그런데 신체검사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떨어뜨리는 거야. 그 때가 1968년.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지. 아니, 의사는 꼭 서 있어야만 하는가. (주먹을 불끈 쥐며) 앉아서도 하는 의사는 많잖아.”

- 당시 의식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었어요?
“낮았지. 정말 낮았어. 나를 이끌어 주던 태양이 그 꿈이었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거야. 사방을 봐도 깜깜한 암흑이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부모도, 형제도, 그 누구도. 아주 깊은 굴 속에서 혼자 있는 것 같았어. 실제로 나는 19살 때부터 24살 때까지 자살을 여섯 번 시도했어. 매일같이 비관했지. ‘내가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가?’ 운명을 저주했어.

   
▲ 숲유치원.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연과 하나가 된 베타니아 어린이들의 미소가 싱그럽다. 그 뒤에는 소셜워커 김종호가 있다. ⓒ 베타니아

“소셜워커 김종호입니다.”
-명함을 보니 ‘소셜워커(Social worker) 김종호입니다’, 이렇게 적혀 있던데요. 숱한 어려움을 겪고 베타니아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내가 문수동성당을 다니면서 ‘성빈첸시오아바오로회’ 활동을 했어. 그 단체는 사회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했지. 그러다 보니 여수시에서 운영하는 ‘장애아동 생활지도실’을 드나들었어. 책걸상도 사주고 먹을 것 가지고 찾아가기도 하고. 그랬는데 1994년 12월에 여수시에서 나를 갑자기 보자고 하는 거야. 갔더니 내년 1월부터 운영을 못 하게 됐다며 나보고 맡아달라는 거야.”

- 그때 이사장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데요?
“그때 나는 장사하는 사람이었어. 전공도 전혀 달랐고. 거절하고 왔지.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아. 1주일쯤 지났는데 24명의 장애아동 부모들이 찾아온 거야. 갈 데 없는 아이들을 어떡하느냐고. 마음이 약해져서 울었어. 무작정 인수받았지. 오림동 상가 건물에다 베타니아 조기교육센터를 차려 36명의 장애아와 함께 운영을 시작했어, 무료로 3년 반을 운영하다가 1997년에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서 여기에 건물을 짓게 됐고.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아동 어린이집이 된 거지.”

- 베타니아는 여느 어린이집과는 달리 독특하게 운영된다고 들었어요.
“우리는 두 가지 점에서 달라. 우선, 친환경교육을 하고 있어. 우리는 2005년부터 생태유아교육을 시작했어. 일주일에 세 번, 월 수 금 아이들을 자연으로 데리고 나갔어. 그러다 2010년 숲유치원에 대해 들었는데, 아, 우리가 하고 있던 거네 하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야. 그리고 또 하나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생활하는 통합교육을 하고 있어.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어. 하지만 이제는 세계적으로 연구 대상이 될 정도야. 숲유치원을 최초로 시작한 독일에서 교수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세계 3대 방송국이라고 하는 일본 NHK-TV에서는 취재를 오기도 하니까.”

   
▲ 둘이 함께 걷는 길. “장애아동과 하는 숲유치원은 어렵고 힘들어. 그래도 그 장애아동들과 숲유치원을 하는 건?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 베타니아

“벌레들에게 36.5도는 화상을 입히지.”
- 장애 아동에게 숲 유치원을 하게 된 동기가 있었을 텐데요?
“장애아 중에는 걷기도 힘든 아이가 있어. 그래서 장애인을 위해 복지 숲을 조성해서 휠체어를 타고 숲에 갈 수 있게 해 놨어. 그런데 숲유치원은 이거하고 달라.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그래서 장애아동에게 숲유치원 하는 게 어렵고 힘들지. 그런데도 장애아동에게 숲유치원을 하는 이유가 뭐냐고?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일반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면, 장애 아이들에게도 필요하다는 그런 생각. 일반 아이들에게는 그런 기회를 주고 장애아동에게는 그런 기회를 안 준다면 그건 차별이야.”

- 숲유치원을 하면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간의 문제는 없었나요?
“3월에 입학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다 괜찮아져. 처음에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소외도 시키고 이해도 못 하지. 그런데 조금 지나면 이 아이가 나랑 다른 아이구나 하면서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게 돼. 어디 가면 손잡고 가고. 선생님이 장애 아동을 보호하고 치료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해. 놀라운 일이야.”

- (숲유치원 사진을 보며) 벌레를 나뭇잎 위에 올려놓고 보고 있네요?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야 인성이 발달된다고 하지. 근데 요즈음 아이들은 벌레 지나가는 거 보면 발로 밟아 죽여. 그게 자기를 해칠 거라고 배워 왔기 때문이지. 벌레 체온은 12~3도밖에 안 돼. 우리 인간의 체온은 36.5도인데 벌레들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로 고온이지. 그러니까 벌레를 보호하려고 나뭇잎에 올려놓고 보는 거야.”

   
▲ 생명을 아끼는 손. 체온이 12~3도밖에 되지 않은 벌레는 36.5도인 사람 손바닥에서는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아! ⓒ 베타니아

숲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한 어머니가 들려주신 말씀. “숲유치원을 다니면서 아이가 달라졌어요. 어제는 오빠가 도마뱀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가 잘 만져서 깜짝 놀랐어요. 예전에는 무섭다고 그러지 못했는데. 이제는 장수풍뎅이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렇다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더라고요. 되게 위하면서 친구처럼 대하더라고요.”

베타니아 숲 유치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송지나 선생님께서 해 주신 말씀. “아이들하고 숲에 가면 아이들이 귀를 땅에 대고 있어요. ‘무슨 소리가 들려?’ 그러면 아이들이 그래요. ‘개미 기어가는 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제 귀에는 그 소리가 안 들려요. 교실 안에서 갇혀 있지 않고 자연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베타니아는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의 집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예루살렘에서 가까운 작은 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런데 여수의 베타니아는 소외된 장애아동들의 천국을 지향하고 있었다. 며칠 동안 봉사활동과 취재를 같이 하면서 우리는 그 베타니아를 들여다보며, 외모나 성적, 집안 배경 등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해 온 우리 모습도 함께 들여다보았다.

   
▲ 못난이들. 며칠 동안 베타니아에서 치유받고 나오니 훨씬 나아 보인다. ⓒ 조승완

(기사 작성 : 동아리 <사랑해여수> 박성경, 김서진, 오세영, 조승완, 김여옥 기자. 지도 교사 : 박용성)

♣ 취재 후기 : <사랑해여수>는 “아름다운 여수,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우리 고장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알리고 있는 여수지역 고등학생들의 연합동아리입니다. 우리 동아리에는 여수(YEOSU)의 글자 하나씩을 따서 만든 ‘Y-fine’, ‘Energy’, ‘Oasis’, ‘Superstar’, ‘U&I’ 총 다섯 팀이 있는데, 이 기사는 E팀에서 작성하였습니다. 기사를 쓰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베타니아를 찾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신 김종호 이사장님과 베타니아 식구들, 그리고 저희를 이끌어 주신 박용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팀장 : 박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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