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실존인물이냐 허구냐’ 가리지 않아
다수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

[기획]인물이 지역을 살린다
① 지역인물 마케팅 활용 이렇게
② 인물 마케팅 활용 사례-예술가의 고향 통영
③ 여수지역의 인물과 활용 방안

 

▲ 통영의 작곡가 윤이상 기념관에서 방문객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 마재일 기자

◇ 윤이상과 통영
유명 인사를 활용한 국내 마케팅 사례를 꼽으라면 단연 경남 통영이다. 살아생전 핍박받고 사후에도 핍박받고 있지만, 통일 후 가장 감동적 인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큰 비운의 작곡가 윤이상이 특히 그렇다.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의 고향 통영은 그를 기려 세계적 음악 축제의 장이 됐고, 그의 음악으로 통영은 도시의 새로운 정체성까지 얻고 있다.

북한 연관설 때문에 현재에도 곤욕을 치르는 그는, 논란이 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더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의 위대한 음악성을 빼더라도, 윤이상의 서러움, 윤이상의 역사적 비극, 고향을 그토록 그리워한 그의 통증은 통영에서만 전하는 세기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세기의 향수로 각인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작곡가 윤이상은 현대 음악의 5대 거장으로 불린다.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2002년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남 최초의 클래식 전용 음악당인 통영국제음악당이 10월 정식 개관을 앞두고 있다. 통영 출신인 소설가 박경리는 통영과 원주시, 하동군에서 인물과 작품으로 크게 활용되고 있다.

통영은 윤이상, 박경리 외에도 김춘수, 유치환, 전혁림 등 유품전시관과 미술관 등을 건립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통영은 청마 유치환 문학관→김춘수 생가→청마 생가터→청마거리→박경리 생가→김상옥 생가→화가 이중섭이 기거했던 집→윤이상 거리→윤이상 기념관→윤이상 생가→전혁림 미술관 으로 이어지는 ‘예술인 생가투어’는 전국의 문화예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통영의 작곡가 윤이상 기념관에서 방문객이 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 마재일 기자

◇ 영월 ‘김삿갓면’, 진주 ‘논개’, 울릉도 가수 ‘이장희’
단종으로 유명한 강원도 영월군은 2009년 10월 방랑시인 김삿갓을 이름을 따 면 이름을 ‘하동면’에서 ‘김삿갓면’으로 아예 바꿔버리기도 했다. 이곳은 김삿갓의 거주지와 묘, 문학관 등이 있는 지역이었다. 김삿갓면으로 개명한 이후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삿갓포도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져 전국에서 포도 주문량이 늘었다. 김삿갓 문학관을 찾는 관광객도 명칭 변경 이후에는 세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장을 끌어안고 숨진 논개를 찾고자 사람들이 진주성을 찾고 진주성대첩 역사까지 알게 하는 사례도 있다. 논개는 진주성대첩 영웅 김시민 장군보다 인지도가 높아 진주시 공식 얼굴이 된 지 오래다. 국내에서는 가장 선명하게 스토리텔링 된 예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마케팅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울릉도에는 가수 이장희가 있다. 울릉도에 푹 빠져 아예 눌러앉은 이씨는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노래도 만들었다. 최근엔 ‘이장희 음악타운’ 건립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역출신이 아닌 인물을 투자차원에서 유치해 지역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 강원도 화천 작가 ‘이외수’, 경북 청도군 개그맨 ‘전유성’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 살고 있는 작가 이외수씨는 신문·방송 등에서 전천후로 활약하면서 화천군은 일약 스타 지역이 됐다. 이외수씨는 대한민국 트위터 대통령이라 불린다.

이외수씨의 작업장은 하루에도 수백명이 다녀갈 만큼 이미 주요 관광지로 이름을 올렸다. 배춧값 폭락으로 이 마을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을 때 이외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화천 다목리 해발 700 고지에서 재배한 배추, 양념과 절임이 대박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일이 있었는데 트위터 팔로어 150만여명이 이 마을 배추를 싹쓸이하면서 10일 만에 15t이 팔린 것은 유명한 실화이다.

이외수씨의 명성과 함께 강원도 산골 화천군도 덩달아 인지도가 수직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 마케팅의 표본으로 꼽힌다. 지역 이미지 홍보는 물론 지역 경제를 이끄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외수 작가의 고향이기도 한 경남 함양군으로서는 많이 아쉬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경북 청도군도 그런 곳 중 하나다. 개그맨 전유성이 ‘개나 소나 콘서트’를 연 이후 청도는 일약 웃음 도시로 태어났다. 한 인물이 지역을 크게 변화시킨 결과였지만 향후 청도는 전유성으로 더욱 유명해질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청도군은 전유성 씨에게 ‘철가방 코미디 극장’을 지원했다. 그 인물이 하는 일 자체가 지역 마케팅이기도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인물 자체가 마케팅이기도 한 것이다.

◇ 헤밍웨이, 존 스타인벡, 그리고 모차르트
헤밍웨이가 말년을 보내며 <노인과 바다>를 썼던 쿠바 코히마르는 문학인들이 영감을 받으러 올 정도로 유명한 도시다. 헤밍웨이가 마시던 술, 그가 술을 마셨던 바, 영감을 줬던 마을 사람과 바다 등등, 코히마르는 헤밍웨이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지역이 되기도 했다.

비영리로 운영되는 헤밍웨이 재단 운영은 관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헤밍웨이를 좋아하고 기념하고자 하는 민간이 모여 재단을 만들었으며, 기부를 통해 박물관, 생가 등을 관리하는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주민 스스로가 헤밍웨이를 알리는 데 열정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 작가 존 스타인벡의 고향 미국 살리나스는 작품과 그의 인지도에 의해 세계인들이 스타인벡을 찾고 작품의 배경을 찾아 살리나스를 찾고 있다. 무미건조한 평지에 고만고만한 산으로 둘러싸인 곳을 그의 작품을 통해 신비롭고 뭔가 일이 터질 것 같은 곳으로 만들어 놓은 것. 이는 작품뿐만 아니라 존 스타인벡이란 인물 자체가 마케팅으로 활용된 예이다.

<미래 소년 코난> <이웃집 토토로> <붉은 돼지> <원령공주> 등은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불멸의 작품들이다. 미국의 디즈니, 픽사와 더불어 세계 3대 애니메이션의 제작사로 불리는 지브리 스튜디오는 미야자키 하야오 있어 가능했다. 세계 최고의 음악제인 잘츠부르크 음악제가 열리는 도시는 모차르트의 고향이다.

◇ ‘저명인사’ 마케팅, 도시 정체성까지 바꾼다
저명인사를 활용한 마케팅은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 사람을 불러들이면서 도시를 일약 세계화시키기도 한다. 덩달아 지역이 돈을 벌고, 지역민 자부심까지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인물 마케팅은 대단한 캐릭터가 지역에 덧입혀진 결과이다. 인물이 지역과 적절하게 버무려지면서 이로 말미암아 지역 인지도가 높아지고,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강력한 캐릭터의 브랜드 탄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명 인물은 그의 삶이 질곡과 감동을 동반하는 사건을 가지고 있기에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진다는 큰 이점도 있다. 저명인사가 마케팅되는 이유는 알려진 유명인이 대부분이므로 심리적으로 익숙해 받아들이기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지역인물 마케팅에서 굳이 역사적 사실이나 지나친 사실 강조, 논란거리를 크게 따질 필요는 없다. 다수의 공감을 이끌어 내면 된다. 유명인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역사 지식과 인간의 고뇌, 지혜까지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인물만이 할 수 있는 홍보방법이다.

그 지역만이 ‘원천 보유’하고 있는 다른 지역과 ‘비교 불가’한 그 어떤 자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바로 그러한 특색 있는 자원으로 가장 첫 손에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역이 낳은 ‘인물’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은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