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은 16개월 동안 알을 낳으면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는 폐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닭으로 하여금 다시 알을 낳게 하려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삼일 동안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게 굶기고, 그 후 나흘 동안은 물만 조금 먹이고, 그리고 다시 이십 일 동안은 먹이를 평소의 절반만 먹인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폐계는 낡고 지저분한 털이 빠지고 새로운 털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면 그 다음부터 8개월 동안 그 닭은 다시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폐계가 다시 알을 낳기 위해서는 한 달 동안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는 고통을 겪은 뒤에야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올해가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한해가 허망한 분도 계실 것이고, 자괴감이 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하지만 새로운 의욕은 생기지 않고, 그래서 점점 내가 ‘폐계’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아들이 벌써 2주째 막일을 다니고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그렇게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녀석이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서 졸린 눈으로 아침을 먹고 6시 30분에 일터로 나갑니다. 그리고는 하루 종일 삽질을 하고 곡괭이질을 하다가 밤 9시 되어서야 작업복에 진흙을 잔뜩 묻혀서 돌아옵니다.

어젯밤에는 수도관 새는 것을 잡아야 하는 급한 공사가 있다며 야근까지 한 뒤에 새벽 2시가 다 되어 집에 돌아왔습니다. “괜찮아?”하고 물었더니 “괜찮습니다.”하고 대답을 합니다. 그리고 겨우 4시간 남짓 눈을 붙이고 아침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어린놈 치고는 그래도 제법 악착같은 기질이 있어 보입니다. 아이가 올해 22살이니 한참 놀 나이입니다. 멋 내고 돈 쓸 궁리나 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군소리 하지 않고 막일을 다닙니다.

제가 이리저리 알아보면 지금보다 고생을 덜 하는 아르바이트 자리는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편한 일자리가 아이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때가 아니면 아이가 언제 이러한 고생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엊그제는 아들 몰래 아들 일하는 공사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아들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공사 현장에서 열심히 땅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먼발치에서 한참 동안 바라보다 돌아왔습니다.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간식이라도 사 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돌아섰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휴대폰 배경화면에는 아들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선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꽁꽁 얼어서 코는 빨개가지고 집에 들어선 모습입니다. 저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휴대폰을 볼 때마다 그러한 아들의 모습을 보아야 합니다.

가끔 이러한 생각도 합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잘 못살면 아들이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 말입니다. 물론 아이에게 고생을 시키기 위해 내보낸 일터이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잘 못살면 아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이왕이면 자식이 막노동을 하면서 살지 않는 바람이 세상 부모의 맘이니까요.

새 중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솔개의 수명은 보통 40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솔개는 40년 정도를 살다가 죽지만, 일부 솔개는 70년까지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솔개가 70년까지 살기 위해서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솔개가 태어나 40여년이 되면 발톱이 노화되어서 더 이상 사냥감을 잡아챌 수 없게 됩니다. 부리는 길게 자라고 구부러져서 가슴에 닿게 되고, 깃털도 두껍게 자라기 때문에 무거워서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도 없게 됩니다.

이때 대부분의 솔개는 조용히 죽을 날을 기다립니다. 그렇지만 일부 솔개는 그렇게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솔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 솔개는 산 정상으로 날아올라가 자신의 부리로 바위를 쪼아서 부리를 부서지게 합니다.

그렇게 부리가 빠지면 오랫동안 먹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고통을 이겨내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면 이제는 자신의 부리로 자신의 낡은 발톱을 하나씩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렇게 발톱을 뽑고 나면 피가 나는데 그러한 과정을 참고 이겨내면 새로운 발톱이 돋아난다고 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솔개는 이제 자신의 낡은 깃털을 하나씩 뽑아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가벼운 깃털이 돋아난다고 합니다. 이렇게 약 6개월 동안 고통스러운 모든 과정을 거친 솔개는 다른 솔개보다 30년을 더 살 수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오늘 이러한 말씀을 드리는 까닭은 철없는 어린 아들도 저렇게 이를 악물고 노력하는데, 알을 낳을 수 없어 버려지는 폐계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 저렇게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데, 미물인 솔개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자신의 부리를 부러트리고, 생 발톱을 뽑고, 깃털을 뽑아서 새로운 솔개로 태어나는데, 과연 나는 나를 바꾸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내 자신에게 묻기 위함입니다.

지금 자신의 모습에 부족함을 느끼는 분 중에서 폐계나 솔개처럼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싶으신 분은, 최소한 폐계나 솔개가 겪는 고통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닭도 하고 새도 하는데 사람이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모두가 아는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어느 한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새로운 결심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올해도 딱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입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이래도 한 달이 가고, 저래도 한 달이 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모두가 새해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남은 한 달 동안 뭔가 뼈를 깎는 변화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모습으로 2014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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