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9300시간 봉사”
대한적십자사 봉사회 여수지구협의회 최상철 회장…“봉사는 나눌수록 커지는 중독”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운 이들을 측은하게 여기고, 하나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가짐만 있다면 누구나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10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봉사단체인 대한적십자사 여수지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최상철(49) 회장.
겉모습만 보면 영락없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인 최 회장은 “봉사는 나의 또 다른 직업이면서 나눌수록 커지는 중독”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위해 내가 할 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손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봉사는 말입니다. 해보지 않고선 그 맛을 몰라요. 달콤한 아이스크림 녹는 맛에 젖어드는 기분이랄까요. 정말 돈 주고는 살 수 없는 황홀한 맛이죠.”
최 회장은 “매일 봉사할 곳이 있다는 건 그만큼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직도 우리 사회는 구석구석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특히 어르신들은 물질적인 지원보다 지속적인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매주 1회 직접 방문해 말벗과 수시로 전화 등을 통해 안부를 묻는다.
회원들이 십시일반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대한적십자사 여수지구협의회는 평소 홀몸노인·소년소녀가정·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후원금 기부, 떡국, 연탄배달, 제빵,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의 봉사를 한다. 매주 화요일은 지역 어르신 40~50명에게 급식 봉사도 한다.
여수지구협의회 산하에는 해양봉사회, 도선사협회, 낚시협회 봉사회, 주부봉사회, 각 읍면동 봉사회 등 20~30명으로 구성된 22개 봉사회, 회원 4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최 회장은 ‘아마추어 무선봉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마추어 무선봉사회는 태풍 등 자연 재난 발생 시 그 지역에 들어가 현지 상황을 유관기관 등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평소에는 각자 분야에서 생업에 종사하다 지진이나 산사태, 태풍 등 긴급 재난이 발생하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합니다. 재해로 통신망 연결이 두절되면 외부와 완전히 고립되는 위험한 지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재해·재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들에 대한 봉사만큼 지역사회 곳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도 필요해서다.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입니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그보다 더 큰 보람을 느끼는 삶이 진정한 인생이라고 여깁니다.”
최 회장은 대한적십자사 여수지구협의회장 말고도 의용소방대 15년, 국동자율방범대장을 20여년 넘게 맡아 활동하고 있다.
최 회장이 18년 전부터 이렇게 봉사한 시간을 합하면 9300시간이 넘는다. 하루 3시간씩, 1년 365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꼬박 10년을 해야 달성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그것도 하루에 8시간 이상 봉사를 해서 안 된다는 규정을 지켜가면서 짬짬이 한 봉사라 더욱 값지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 회장은 2012년 보건복지부장관상과 적십자사에서는 가장 큰 상인 총재상을 받았다. 여수지구협의회는 지난해 전국 최우수 봉사회로 선정됐다.
◆“밥은 굶어도 괜찮은데 말벗이 있었으면 좋겠다”…“가슴이 너무 아팠다”
최 회장은 평생 봉사를 결심하게 한 18년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1박2일로 낙도로 봉사를 갔는데 할머니 혼자 계시는 집에서 자게 됐다. 오랜만에 말벗이 생기다보니 최 회장을 붙잡고 밤새 대화를 하더라는 것. 피곤에 잠이 쏟아지긴 했지만 이를 참고 새벽 4시까지 말벗을 해줬다는 것.
할머니께서 말벗을 해줘서 너무 고맙다며 아침 일찍 봉사활동에 나서는 단원들에게 아침밥을 손수 해주셨다. 눈물이 나더라. 그 할머니 하시는 말씀이 70년을 넘게 살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얘기를 해 본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 순간 어머니 생각이 절로 났다. 봉사를 평생 해야겠다고 이때 마음을 먹었다.
20여년 가까운 봉사는 이젠 생활이 되어 버렸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봉사를 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확고한 의지다. 무엇보다 봉사는 절대 가식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최 회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회원들에게도 늘 당부한다. “어르신과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그 자체를 즐겨라. 음식을 드시고 지급되는 물품을 받아간 후 다시 오시더라도 절대 싫은 내색하지 하지 마라. 이분들을 절대 부끄럽게 해선 안된다고. 떨어질때까지 아낌없이 드리라”고 한다.
가슴 아픈 기억도 떠올렸다. 아침은 굶고 점심까지 겸해서 떡국을 네 차례 먹으러 오시는 분도 있다. 냄비를 가지고 와서 떡국을 담아가기도 한다. 떡국은 불어서 다음날 먹지 못한다고 하면 데워서 먹으면 된다고 가져갈 때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럴 때면 더욱 봉사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산턱 아래 홀로 사시는 어르신 집을 방문해 구호품을 전달한 적이 있다. 밥은 제때 못 해 먹고 있었고, 병원도 제대로 못가는 실정이었다. 그 어르신 하시는 말씀이 “밥은 굶어도 괜찮은데 말벗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구호품보다 말벗을 원한다. 외로움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4대 취약계층 지원 ‘희망풍차’
대한적십자사 여수지구협의회는 찾아가는 맞춤서비스인 희망풍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노인세대,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4대 취약계층을 지원한다. 회원 2명과 대상자 1명이 결연을 하는데 83세대를 매월 지원하고 있다.
여수지구협의회 후원회원이 되시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직접 참여해 희망풍차를 함께 돌려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많다.직접 기부를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기부한 돈으로 빵을 만들어 아동센터에 보내달라고 하면 전달해준다.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직접 참여와 지출도 가능하다.
최대 800개까지 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제빵 시설도 갖추고 있다. 이를테면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행사에 빵을 후원하고 싶다면 30만원 정도를 내면 빵을 만들어 전달한다. 대한적십자사는 동시 수용 1000명이 가능한 밥차도 운영하고 있어 재난 발생 시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