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용인을 갔다가 새벽에 왔습니다. 왕복 10시간이 걸리는 꽤 먼 거리였습니다. 저는 평소에 고속도로에만 올라가면 제법 밟는 편입니다. 보통 130~150km/h정도는 밟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100~110km/h의 제 속도로 달렸습니다.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제 제 나이가 천천히 달려야 할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올라가는 길에 차 안에서 아이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그만 빠져나가야 할 길을 놓쳤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천안방면을 가라고 했는데 저는 곧장 서울 방향으로 내달렸습니다. 아차, 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후진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갓길에서 후진을 할까? 하는 잠시의 유혹도 없지는 않았지만 더 위험한 일이라 곧장 앞으로 달렸습니다.

그렇게 길을 놓치고 나서 먼길을 돌아서 오다보니 도착 예상 시간보다 40분이나 더 걸려서 도착을 했습니다. 잠깐의 방심이 고속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한 것입니다.

이처럼 달리는 길에서도 그렇고 인생길에서도 그렇고, 방향이란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얼마나 빨리, 얼마나 부지런히 달리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리카의 초원에는 수많은 동물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초원에 건기가 닥쳐오면 수만 마리의 물소 떼들이 물을 찾아 목숨을 건 대이동을 시작합니다. 이때 어떤 물소가 이 무리의 선두에 서서 리더의 역할을 하겠습니까?

무리의 선두에 서는 물소는 가장 힘이 쎈 놈도 아니고, 가장 빨리 달리는 놈도 아닙니다. 바로 물이 있는 방향을 잘 잡을 줄 아는 물소입니다. 운전을 한 제가 잠깐 방향을 놓치니 온 가족이 고속도로에서 40분이나 더 허비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얼마 전에 아프리카의 스프링팍스라는 곳에서 수천 마리의 양떼들이 앞서 달려가던 양 한 마리를 따라서 절벽 아래로 떨어져 떼죽음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선두에서 달리던 리더의 양이 절벽 아래로 뛰어드니 수많은 양들이 생각도 없이 그냥 따라서 절벽을 뛰어내렸던 것입니다.

그렇게 양들이 떼죽음을 당한 까닭은 양이란 동물은 원래 눈이 어두워서 멀리 보지 못하는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바로 앞에 있는 양의 꽁무니만 따라서 다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요즘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분명한 자기 확신과 신념도 없는 사람이,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이, 누군가 이것이 옳다고 소리쳐 외치니 그렇다고 따라서 하는 사람이 많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아버지인 필립왕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 마리 사슴이 이끄는 사자들의 군대보다 한 마리 사자가 이끄는 사슴들의 군대가 더 위협적이라고. 이 말은 그만큼 리더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장군 한명이 무능하면 천명의 군사가 죽는다고 했습니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조직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이것은 국가도, 도시도, 기업도, 그리고 어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잘못된 리더 한 사람이 나타나면 아무리 탄탄한 조직이라도 엉망이 되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잘 나가는 국가, 잘 나가는 도시, 잘 나가는 기업, 그리고 잘 나가는 조직의 공통점은 그곳에 훌륭한 리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리더를 잘 선택하느냐, 잘못 선택했느냐에 따라 국가와 도시와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리더가 가진 그릇의 크기에 따라서, 리더가 가진 역량에 따라서 조직의 수준도 그에 걸맞게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리더가 상투 끝을 잡고 이리 잡아채면 이리 흔들리고, 저리 잡아채면 저리 흔들리는 것은 국가도 도시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대통령에 따라서, 시장에 따라서, 사장에 따라서 조직 자체의 색깔이 달라지지 않습니까.

리더가 착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조직 전체가 착해지고, 리더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조직 전체가 따뜻해지고, 리더가 흉악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 조직 전체가 흉악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이러한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시대는 나에게 어떤 일을 원하는가?”
“내가 맡고 있는 자리는 나로 하여금 무엇을 하기를 원하는가?”
“내가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나는 어떤 인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이 질문들은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묻고 스스로 그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처럼 뚜렷한 생각이나 철학도 없이 내가 누구이니까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우길 일이 절대 아닌 것입니다.

리더가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걸어온 삶에 그윽한 향기가 있어야 하고, 그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 사람이, 앞으로 누구를 감동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선거철이 가까이 다가오니 너도 나도 리더가 되겠다고 손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한 말씀 올렸습니다. 그러한 사람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 어찌 저 혼자뿐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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