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가 아픕니다. 바다도 아프고, 사람도 아프고, 도시도 아프고, 기업도 아픕니다. 그리고 그 아픔을 치유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상처받고 상처입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발생한 일이니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GS칼텍스 측도 자꾸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자꾸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미안하다고,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면 GS칼텍스 사장이 되었든 회장이 되었든, 부회장이 되었든, 직접 작업복을 입고, 주민들과 함께 방제작업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만나본 주민들은 무조건 떼만 쓰고 무조건 요구만 하는 그런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분들이었습니다. 이분들과 대화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중간 간부들만 보내서 고생 시키지 말고 최고 책임자가 직접 나서라는 얘기입니다.

여수의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사장만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작업복을 입고 주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행사장만 쫓아다니면서 인증샷만 날릴 것이 아니라 최소한 사람이라면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말단 공무원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아들 같은 해경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이럴 때 높으신 분들이 솔선수범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책임져야 할 높은 사람들은 실실 피해 다니면서 말단이나 중간간부들에게만 힘든 일을 시키니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확대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엊그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현장을 방문해서 또 한 번의 추태를 보였습니다. 윤 장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며 입을 막고 코를 막는 모습이 뉴스 검색의 톱까지 올랐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이 없어하고 허탈해 하는 국민들은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고약한 기름 냄새를 맡으면서 몇 날 며칠 동안 기름 제거작업을 하는 주민들 앞에서 장관이라는 사람이 어디 할 행동입니까.

그따위 행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해양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라는 것에 고약한 기름 냄새보다 더한 역겨움을 느꼈습니다.

적어도 제대로 된 장관이라면 브리핑을 받은 다음에 작업복을 입고 주민 속으로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이고 주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기름제거작업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비록 쇼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인해 주민들은 또 얼마나 많은 위안을 받았겠습니까. 그런 다음에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도 가졌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번 사태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주민들도 조금만 더 참고 이겨내자고 따뜻하게 격려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저 같으면 GS칼텍스를 방문해 회사 최고위층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았을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사고가 발생하고 1시간이 지나도록 왜 지자체와 해경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는지,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앞으로의 대책은 무엇인지, GS칼텍스가 이번에 피해를 입은 부두는 언제나 복구가 가능한지, 사태 수습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지를 회사 최고위층에게 어떤 것은 조단조단, 어떤 것은 큰소리로 물어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윤 장관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 앞에서 오만 상을 찡그리며 입과 코를 막는 것도 부족해서 이번 사고의 보상 문제는 원유사와 보험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몰상식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더 아픕니다. 덮으려고 하는 사람들만 있고, 축소하려는 사람들만 있지, 주민들을 가슴으로 보듬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더 아픈 것입니다.

이왕지사 바다로 흘러나온 기름을 어쩌겠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진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더 배려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회사는 주민들을 더 걱정하고, 주민들은 어찌 보면 회사도 피해자이니 우리가 같이 최선을 다해보자고 말해주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아플 때 챙겨주면 그 마음이 오래가는 법입니다. 바다도 주민도 도시도 회사도 모두가 아파하는 지금입니다.

기름 한 방울 닦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것을 정쟁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도 아프지만 너도 많이 아프겠다고 생각하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사고가 서로를 분열시키고 서로를 증오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만 잘해서는 절대 될 일이 아닌 것입니다.

서로가 잘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에는 여전히 기름 떼가 있고 바위 위에는 많은 기름들이 묻어있지만 이것들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네가 잘못했고, 네 탓이라고 강조하는 우리가 아니라, 이런 때일수록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선한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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