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시문화원 생활유물전시관 내부 모습.
문화원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지역의 역사와 향토문화를 발굴·보존하는 역할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문화를 골라내 이를 지역 고유의 것으로 만들어내고 계승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그 지역만의 고유 향토 문화를 관광 콘텐츠화해 세일즈에 나서면서 그 어느 때보다 문화원의 역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역 문화 보존·전승에 힘쓰려면 결국 문화 사업에 대한 주민 공감대 형성은 물론 이를 이끄는 주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3려통합 이후 여수시문화원은 존재감 없는 콘텐츠 등으로 시민과 멀어지면서 존재를 위협받기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원장 선출과정에서 벌어진 내홍과 파행으로 개원 이래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9월 여수시문화원은 처음으로 직접선거를 통해 제6대 문화원장으로 임용식(67) 씨를 선출하면서 문화원 역할 재정립에 들어갔다. 취임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여수시문화원은 안정과 본연의 역할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원에서 만난 임 원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지난해 11월 문화원 청사 1층에 꾸민 생활유물박물관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박물관에는 고서적과 전라좌수영 관련 생활유물 등 400여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 중 109점은 좌수영박물관 임기봉 관장으로부터 8년 동안 무상 임대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임 원장의 소장품으로 채워졌다.

임 원장은 “전시된 유물은 대부분 선조들의 생활과 밀접한 진귀한 것들이다. 동백골에서 발굴한 구석기 시대 쌀 까게(볍씨를 까는 도구)와 전라좌수영 동헌 흙, 전라좌수영 사철소 부산물인 쇠똥 등은 좀처럼 보기 힘든 유물이다”고 말했다.

생활유물전시관은 70년 된 모형 거북선을 비롯해 충남 아산 현충사에 전시된 것과 같은 이순신장군이 사용한 장도(복제품), 이층장 등 100여년전 만들어진 가구들과 농기구, 거문도사건 당시 영국군이 사용했던 망원경, 청동거울, 전통 혼례용 물품, 독립군 가죽가방, 여수 젓갈 항아리, 축음기 등 가정용품도 갖추고 있다.

▲ 여수시문화원 생활유물전시관에 전시된 구석기 시대 쌀 까게(볍씨 까는 도구).

특히 사서삼경, 중용 등 조선시대 고서적과 양반들의 문필 도구와 요강, 엿가위, 재봉틀, 물레 등을 통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볼거리 제공은 물론 학생들의 역사 체험 현장학습장으로써 교육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 원장은 “전라좌수영 및 삼도통제영이 있었던 여수시가 제대로 된 박물관 한곳 없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면서 “문화원이 나서 하나 둘씩 유물을 모으고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게 되면 식었던 유물과 박물관 건립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원장은 앞으로 시골마을에서 고서적과 고가구 등 오래된 마을 대대로 지켜온 오래된 유물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어 전시물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대회로 유명한 삼학집이 문화원 옆으로 옮겨 오면서 주말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이 식사를 한 후 생활유물박물관에 들러 유물을 관람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임 원장은 “오동도와 종포, 구항을 연결하는 역사 테마 스토리텔링을 만들고 고대부터 근현대사를 막론하는 유물 전시 공간을 꾸며,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쉽게 찾아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시가 하멜전시관을 위탁운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문화원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임 원장은 “예를 들어 하멜 전시관에 천체 망원경을 만들어 별자리와 여수의 야경을 볼 수 있게 하는 등 활용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여수시문화원은 매년 수차례 이순신광장에서 전라좌수영 수군출정식을 재연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여수가 호국도시로써 자리매김하는데 중요한 기념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명랑대첩축제에 전라좌수영 강강술래를 선보여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통문화 육성에도 이바지 하고 있다.

임 원장은 “문화원은 지역의 향토 문화와 역사,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발전시키는 중요한 곳인만큼 여수만의 특색 있는 향토 문화 정책과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는 데 주력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

특히 “시민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원, 후손들이 문화원을 통해 여수의 향토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놓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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