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에 유출된 기름 여파로 여수의 해산물이 팔리지 않는다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신문을 보신 국민들은 지금 엄청난 기름이 여수 앞바다를 뒤덮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나 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고 당시에 조류의 방향이 전혀 달랐고 여수 앞바다의 청정지역에는 기름으로 인해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초기에 신덕 일대에서 기름의 큰 흐름을 잘 잡았기에 청정 지역으로의 기름 유입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수에서 생산되는 새조개나 굴이나 그 밖의 수산물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그곳에서 나는 해산물에 기름 냄새가 났다면 우리 시민들부터 그 해산물을 먹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름 냄새가 났다면, 그 기름이 해산물에 영향을 줬다면, 우리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그 해산물을 먹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수의 바다는 맑기만 합니다. 가슴 아픈 일을 겪기는 했지만 이제 여수는 기름으로 인한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입니다.

지금 이 사건으로 인해 지역 경제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거의 빈방이 없던 숙박업소들도 지금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수산물 시장도 마찬가지고 횟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여수의 해산물이,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외지에 계시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각 언론사들도 이러한 문제를 이제 더 이상은 확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과장된 기사 하나가 수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박람회가 끝나고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려던 숙박업소들과 이러한 문제를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을 더욱 어렵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부탁 하나를 드리고자 합니다. 여수산단에 있는 기업체에서는 지역민들이 이렇게 느닷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지역 해산물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고맙겠다는 당부입니다.

지금 많은 식재료들이 외지에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지역민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산단의 기업들이 앞장서서 지역 수산물을 먼저 구매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겠습니까.

그것이 쇼라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기업 간부들이 지금 반품되어 돌아오는 지역의 해산물을 “그것을 우리가 구입하겠다”며 어깨띠를 두르고 수산시장을 헤집고 다니고, 산단기업의 부녀회원들도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여기에 동참한다면 얼마나 흐뭇한 모습이 되겠습니까.

그 모습을 어느 방송사가 놓치겠습니까. 그리고 그 모습에 고마워하지 않은 시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여수에 있는 공장 뿐만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도 이러한 운동에 동참해 주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지역의 수산물을, 많이 구입하고 적게 구입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외지에 있는 사람들이 여수에서 올라온 해산물이라고 푸대접을 할 때 “그러면 그것을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그 모습만으로도 우리 시민들에게는 충분한 감동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한다 해도 금액으로는 큰 금액이 아닐 것입니다. 지역 해산물을 구매해서, 직원들에게는 맛있는 해산물을 제공하고, 지역에는 좋은 소리를 듣고,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 또한 얼마나 흐뭇해 하겠습니까. 이러한 것이 대기업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특히 GS칼텍스의 경우는 이 부분에 각별히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입니다.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 피해보상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GS칼텍스에 부족한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삼성전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우호적인 감정을 갖지 않는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돈은 많은데 인정머리가 없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GS칼텍스가 이러한 지역정서를 외면하거나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러한 운동은 산단의 기업들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지역과 하나 되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지역 해산물을 구입한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무리를 하면서까지 무한정 구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단지, 지역민들이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우리라도 돕겠다고 나서는 그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007년에 태안에서 기름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삼성그룹은 그룹차원에서 움직였습니다.

그룹의 전 직원들로 하여금 휴가도 태안 쪽으로 가도록 유도했고, 숙박과 음식점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나는 농산물까지도 그룹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들을 동원해서 지원하고 도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대형 사고를 발생시킨 것에 비해 그 지역에서는 삼성에 대해 격한 감정을 갖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뒷얘기도 들려옵니다. 지금 GS칼텍스가 배워야 부분이 바로 이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달라는 당부입니다. 지금처럼 자꾸만 뒤로 숨을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단순히 GS칼텍스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한 숨 돌리는 기업들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산단에 있는 기업 중에서 이러한 사고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어느 한 곳도 없을 것입니다.

사람도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려움에 처해봐야 그 진면목을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잘나가고 있을 때는 모두가 친구 같고 모두가 아군 같지만,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이르러서야 그동안 내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가 있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것입니다. 지역과 기업이 한 마음으로 화합하지 못하는데 시민들이 어찌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시민들을 탓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에는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는 법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GS칼텍스 뿐만 아니라 여수산단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지역을 대하는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단순히 봉사활동 조금 했다고 기업의 의무와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할 것이 절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합심해서 마음 따뜻한 여수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도시를 만들자고 하는데 너와 내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부터, 기업의 규모가 큰 기업부터, 많이 가진 사람부터, 나이 많은 사람부터, 먼저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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