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해운 이정덕 대표

▲ ㈜한림해운 이정덕 대표.
대학 진학 4명에 첫 등록금 기탁
올해 장학회 설립해 지속 지원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문배달 등으로 대학까지 졸업할 만큼 어려운 가정형편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 합격하고도 등록금이 없어 진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죠. 최소한 아이들이 꿈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는 줘야 할 것 같아 학생 4명의 첫 등록금을 내줬습니다.”

㈜한림해운의 이정덕(50) 대표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며 되레 겸손해했다.

이 대표의 고향은 전북 완주의 한 시골마을이다. “금오도는 어머니 같은 섬이다. 제2의 고향이랄 수 있다. 나이 들면 이곳에서 살 계획으로 집까지 사놨다”며 주민들의 소박함, 수려한 자연경관 등 금오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여수여객선터미널 내에 본사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림해운은 여수~연도, 여수 신기~여천, 전북 군산~선유도 항로에 여객선과 도선을 운항하고 있으며, 여수 관내 해운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여수 금오도 비렁길이 지금은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한낱 시골길에 지나지 않았던 비렁길이 재탄생하기까지는 여수시뿐만 아니라 주민들, 그리고 뜻있는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대표도 그 중 한사람이다. 이 대표는 비렁길이 유명세를 타기 전 금오도의 길이란 길은 모두 걸어봤다. 그는 “완도 청산도, 제주 올레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우선 경치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12년째 금오도 방면만을 운항하고 있는 이 대표의 금오도 애착은 남다르다. 운항을 시작한 이후 기착지 마을에 발전기금을 기탁하고 있다. 적자 경영에도 한 번도 지원을 중단한 적이 없다.

이 대표의 금오도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학원도 없는 섬의 여남고등학교가 2014년도 대학 입시에서 3학년 학생 전원(11명)이 서울대와 성균관대 등에 입학하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 대표는 “도시 학생들보다 학업환경이 좋지 않지만 학생들의 표정이 밝고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학구열이 대단하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과 교사들의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4명의 학생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진학을 포기할 처지에 놓인 것.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그 아픈 마음을 잘 알고 있던 이 대표가 첫 등록금으로 써 달라며 학교 측에 900만원을 전달한 것이다.

이와 함께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급식비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을 위해 올해 학생 자부담에 한해 학생 전원의 식비(1일 3식)도 지원하기로 했다.

“비록 지금은 도움을 받는 처지이지만 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해서 또 자기와 같은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주리라 믿는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이를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장학금 지원을 위해 올해 장학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머물고 싶은 지속가능한 명품 관광지 위한 종합적인 플랜이 없다“
“마을공동체로 주민 소득창출 모색 필요…주민들 초심 잃지 않아야”

이 대표는 금오도가 지속가능한 명품 관광지로 발돋움하기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한림해운은 여수 돌산 신기항과 금오도 여천항에 매표소 겸 특산물판매장(여수시에 기부채납)을 건립하고 있다. 주민들이 언제든지 특산물 등을 가져와서 자유롭게 판매하게 할 계획이다.

방풍, 보리새우 등 주민들이 생산한 특산물을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판매장이 진즉 들어섰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숙박시설과 음식점, 특산품판매장 등 주민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고, 비렁길에 대한 체계적인 홍보와 관리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비렁길을 걷는 재미 못지않게 금오도에서만 가능한 먹을거리도 중요하다. 방문객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관광트렌드에 맞춰 비렁길을 앞으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관광지로 만들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플랜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마을공동체 활용도 주문했다. 마을 부녀회나 청년회 등이 중심이 돼 방풍 비빔밥, 생선회 등의 먹을거리 개발, 마을 전설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등 마을별 공동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 지속가능한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도 괜찮다. 다만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은 만큼 여수시의 행정이 방향을 정해주는 리더십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필요하다면 금오도 관광자원 개발·활용에 대해 연구용역을 해서라도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아가는 작업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쓰레기만 늘어나는 등 금오도의 가치가 훼손된다면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온다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차별화된 명품 관광지로 오래 보전하기 위해서는 ‘금오도만의 가치’를 지켜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음식점이나 숙박업소의 바가지요금은 절대 금물이며 주민들 또한 초심을 잃어선 안 된다고 했다. 식당과 택시·버스, 매표소의 친절과 서비스는 금오도의 얼굴이랄 수 있는데 늘어나는 관광객에 치여 쉽게 간과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금오도는 걷기, 자전거, 차 일주 모두가 가능하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일출 장소도 많다”며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인심과 푸근함, 그리고 사람 사는 정을 느낄 수 있는 정말 머물고 싶은 여행지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지킴이 역할을 오래도록 하고 싶은 게 이 대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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