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보아야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멀리서 보아야 아름다운 것도 있다. 2012여수엑스포 주제관 건물이 바로 그렇다. 바다가 주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수직과 수평으로 표현한 게, 오늘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그랬지. 그해 여름, 주제관에 가서 우리는 듀공과 소년의 아름다운 우정을 만날 수 있었지. 새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강아지 울음 같기도 한 비명이 파도 소리에 섞여 소년의 귀를 때리자, 그 소릴 듣고 소년은 듀공을 구하고, 듀공은 그 소년을 등에 태우고 환상의 바다 여행을 떠난다는 동화였지.

그렇게 속절없이 세월이 흐르고 다시 찾은 주제관에는, 주제도 없고, 소년도 없고, 듀공도 없고, 동화도 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줘요.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바다 밑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비명 소리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줄 소년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진, 글 : 여수고등학교 학생동아리 ‘여수엑스포장을 살리려는 학생들(Save the Yeosu Ex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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