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석 (여수시 문수동).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학과 4학년 조민지.

내 친구 딸래미의 간단한 이력과 이름이다. 민지가 7월 22일 저녁 7시 30분 광주광역시 유스퀘어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다.

나는 민지가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는 걸 봐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끔씩 피아노를 연주하는 걸 보았고, 어떤 때는 아빠 친구들 앞에서 즉석 피아노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나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 민지가 치는 피아노의 음표도 모르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를 건반을 미스터치 하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어 본 내 경험에 의하면 민지가 피아노를 매우 안정적으로 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정적이라고 해서 기교가 못 미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배우는 요즘 추세로 보아 기교보다 물 흐르듯 한 안정적 타건이 훨씬 강점이라는 말이다.

타건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어깨와 손목, 손가락의 힘이 좋고, 그 힘을 적절히 잘 배분 한다는 것인데, 그 점이 연주를 듣는 사람을 피곤하지 않게 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하며 민지 연주를 듣던 때가 민지가 초등학교․중학교 다닐 때 인 것 같은데, 벌써 광주예고를 거쳐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저녁 7시 30분 연주시간에 맞추기 위해 6시에 여수에서 광주까지 승용차로 내 다렸다. 아뿔싸, 그러나 연주회에 한 발 늦었다. 처음길이라 주차장과 연주회장을 바로 찾지 못하고 헤매고 다닌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이 처음 곡은 연주회장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로 볼 수밖에 없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지만 연주는 괜찮았다. 다음 곡인 쇼팽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2번은 객석에 앉아서 실황으로 들었다.

나는 음악을 평가할 정도로 전문적이지 못하다. 그냥 느낌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민지는 어렸을 대부터 웬만한 콩쿠르에는 나가서 상을 휩쓸었지만, 지금은 예전에 내가 알 던 때보다 더 성장했고, 힘이 붙었고, 이번 연주곡 전체를 암보하여 연주할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았고 연주회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보니 민지가 아직 수줍음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좀 더 탤런트적인 기질을 가지고 당당히 났으면 한다. 또 한 가지 예술이란 그 장르를 막론하고 테크닉만으로 승부해서는 오늘날 기교적으로 뛰어난 수많은 예술인들과 차별화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인생의 깊이를 알아야 하고, 그들의 심리도 파악해야 하고, 철학적 깊이도 갖추어야 한다. 예술인은 조직 속의 톱니바퀴가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을 쪼개서 문학도 공부하고 철학도 공부하고 역사도 통달해야 진정한 대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왜 역사냐고? 폴란드에 가서 연주하려면 폴란드를 알아야 하니까?

민지는 많이 컸고, 우리 고장이 배출한 음악인재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머지않아 우리 앞에 우뚝 서 있을 민지를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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