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다 아는 이야기... 그러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는 정규 수업이 끝나고 보충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보충수업은 학교에서 정해준 특정과목을 대상으로 전 학생이 동일하게 듣는 수업이다.

이 보충수업의 문제점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고등학교와 수도권의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획일적인 보충수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그 밖의 지역 고등학교에서 보충수업은 의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수 모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이 모 교사는 보충수업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한다.“내 아이도 지금 고3이다.

우리지역 교육 여건상 학교 내에서의 보충수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보충수업 방식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본다.

당장 입시를 눈앞에 둔 내 아이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과목을 수업하라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여수 모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최 모 학생은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보충수업에 대해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도 보충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90% 이상의 학생들이 그냥 엎드려서 잔다”고 하면서“왜 필요하지 않은 과목까지 보충수업으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교육문제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다. 그래서 접근 자체가 대단히 조심스러운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알면서 손을 못 대는 까닭은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나 않을까 염려스럽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의 자존심을 흔들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학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충수업의 문제점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져야 한다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어떻게 하면 교육계를 흔들지 않고 문제점을 줄여나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여수지역 고등학교 보충수업 방식은 <희망 학생, 희망 교사, 희망 교과>라는 보충수업의 원칙이 무너진 지 오래이다. 특히, 입시를 앞둔 고3의 경우 수능에 나오지 않는 과목도 일부 보충수업에 들어있다.

여수 모 고등학교 박 모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보충 수업을 강제로 시키면서도 학생들이 진짜로 원해서 보충수업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동의서를 받는다.

혹시 문제가 생길 경우, 교육청 감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교사의 강요에 의해서 보충수업에 참여하겠다는 동의서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두렵다.

거짓 동의서를 받는 순간, 그로 인해 잃는 교육적 가치는 보충 수업으로 얻는 그 어떤 이익도 상쇄시켜 버리고 남을 만큼 큰 것이다”?여수의 모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 모 교사는 “부끄럽기는 하지만 보충수업은 아이들의 학습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급여를 보충하는 성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예민한 부분을 언급한다.

하지만 교사들이 보충수업을 하는 까닭이 매월 받는 30~50만원의 보충수업비 때문이라고 말하는 데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많은 교사들도 주어진 체제에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측면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문제점을 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보충수업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충수업은 철저하게 수익자부담의 수업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익자인 학생들의 학습권은 철저히 존중되어야 한다.
학습권에는 학습하고 싶은 것을 학습하는 권리도 있지만, 학습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학습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된다.그런데 현재의 보충수업은 학생들의 선택권이 전혀 없다. 본인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할 권리도 없고, 원하는 선생님에게 교육 받을 선택권도 없다.

그리고 보충수업을 거부할 선택권도 없다. 그리하여 수능에 관계없는 과목일지라도 무조건 학교에서 배정하는 과목을 들어야 한다. 더욱이 보충수업의 정상화는 사교육비 절감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과목을, 본인이 듣고 싶어하는 교사에게서 들을 수 있도록 학생의 선택권이 강화된다면, 누가 고액의 비용을 들여가며 심야에 사설 학원으로 달려가겠는가.물론 이로 인한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듯이 학교에서도 교사들 사이에 ‘건강한 경쟁’이 시작되어야, 여수 교육의 질적인 향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작은 문제점’은 껴안으면서 ‘큰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닐까 싶다.

이 기사를 쓰면서 기자는 어떤 소리를 듣게 될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지역 사회의 지혜를 모아낸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다.
(다음호에 계속) 박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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