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전국 1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결과 새누리당이 11대 4로 압승을 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일련의 ‘인사 참사’ 등으로 민심 이반이 상당히 심각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임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의 압승이라 표현해도 큰 무리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 개인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승리라기보다는 새정치연합의 패배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 까닭은 새누리당이 잘해서 이겼다기보다는 새정치연합이 스스로 자멸을 한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궐선거를 보면서 새정치연합이 너무 오랫동안 2등에 익숙한 당이 되지 않았나, 그 생각도 들었습니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3등이 없으니 2등도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당을 지배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당으로서 확실한 존재이유를 밝히지 못하면 그 알량한 ‘2등 독점권’마저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새정치연합은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보여지는 모습이 선장도 없이 표류하는 난파선 같기 때문입니다.

지금 일각에서는 ‘당을 쪼개자’는 의견도 있나 봅니다. 여도 야도 아닌 제3지대에서 제3세력을 만들자는 움직임입니다. 이것이 실현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움직임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여와 야를 아우르는 건강한 제3지대 말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패배 원인을 분석해보라 하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의 명칭은 ‘새정치’라고 붙였지만 실제는 새정치와는 거리가 먼 무원칙한 공천과 어설픈 권은희 공천이 패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유부단한 지도력, 세월호 국정조사와 세월호 특별법 대처에서 보여준 무능력과 무기력, 야당답게 싸우는 투쟁력도 없고, 그렇다고 대안능력도 보여주지 못한 오합지졸의 정당처럼 국민들에게 보여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순천-곡성에 출마한 새누리당의 이정현 후보가 당선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를 보고 지역 내에서 안 됐다는 의견보다 잘됐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라 하겠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이정현 후보가 약간 앞서기는 했지만 실제 그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그를 지지하기는 하지만 투표소 안에만 들어가면 자신도 모르게 손이 거기(?)로 간다는 정설이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 벽을 허물었습니다. 그 지역이 다른 지역이 아닌 호남이어서 오히려 다행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이제 전라도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현상이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머물 것인지는 새정치연합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겠지요.

그렇지만 지역감정에 기대기를 거부한 호남의 이정현과 대구의 김부겸 같은 일꾼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호남에서는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더 나오고, 영남에서도 새정치연합의 국회의원이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허수아비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주의 망령은 반드시 철폐되어야 하는 적폐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호남과 대구·경북에서 특정 정당 공천만 받으면 득표율 70~80%가 보장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정상적 상황이 10~20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그 때문에 이 지역 출신의 정치인들은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내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면서 정치를 해왔다고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천만 받으면 그것이 곧 당선이니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공천권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회 안에서 도끼를 들기도 하고 온갖 추태를 부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은 못해도, 능력이 부족해도,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시켜주는 정치를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정치가 바뀌지 않겠습니까.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