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수시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도통 모른다. 신문사 발행인이라는 사람이 시예산을 모르면 누가 알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진짜로 잘 모른다.
여기서 내가 잘 모른다고 하는 것은 시예산이 어디에 얼마가 사용되는지는 알지만,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수시 핵심간부로부터 “당신이 예산이 뭔가 아느냐?”는 구박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알려주지 않는 이상 내가 알 수는 없다.

지난 4년 동안 학교 운영위원장직을 맡으면서 학교의 예결산을 다루어왔지만 그래도 숫자놀음 같은 시예산은 도통 모르겠다. 내가 무식해서일까. 머리가 나빠서일까.
어쨌든 내가 잘 모르니 “좀 가르쳐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가르쳐달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사용하는지 좀 보여줘 봐라”하는 말과 같다.
8천억원이 넘는 여수시 예산은 여수시장 개인의 돈도 아니고, 공무원들의 돈도 아니다. 오롯이 우리 여수시민들의 돈이다.

우리 시민들이 직장에서, 사업장에서 땀 흘려 낸 세금으로 시예산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과 공무원은 그 예산을 우리 시민들을 위해 따뜻한 가슴으로 머슴같이 잘 써야 한다.
그 예산을 잘 쓰라고 우리는 그들에게 신분을 보장해주고, 적지 않은 월급까지 주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우리 시민이 맡겨놓은 돈을 마치 자신들의 돈 인양 “알 필요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시민들이 돈을 모아 시장과 공무원에게 그 돈을 맡기고 그 돈을 “얼마나 잘 썼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했는데 “잘 썼다. 그러나 영수증은 보여줄 수 없다”고 답하면 이것은 이치에 맞는 논리가 아니다.
시장과 부시장과 국·과장이 사용하는 수억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도 그중 하나다.
물론 법에 정해진 대로 잘 썼을 것으로 믿는다. 잘 썼겠지만 “적은 금액이 아니니 제대로 사용했는지 어디 한번 보자?”고 시민들은 요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돈의 주인이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돈을 받아 쓴 사람이 대충 얘기하면서 영수증 보여주기를 거부하면 우리는 의심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혹시 남의 돈을 가지고 다른 짓을 한 것은 아닌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것이 요즘 세상 인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쓴 사람이 불필요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 얼마를 썼고, 저기에 얼마를 썼고, 그에 따른 영수증은 여기에 있다”면서 어디 볼테면 한번 봐 보란 듯이 보여주는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하라고 법원에서도 판결을 했다.
광주지법 행정부(재판장 김진상 부장판사)는 올 1월 9일. 목포시장의 업무추진비공개 소송에서 “개인정보 등 일부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제외한 시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경영·영업상의 비밀 등이 아니라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대상에 해당한다”며 “개인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을 제외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영수증과 함께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광주지법에서만 그러한 판결을 한 것이 아니라 청주지법 판결에서도 똑같은 판결을 했다. 그런데 시민들이 의아해 하는 것은 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영수증과 함께 공개하는 것을 그토록 꺼리느냐는 것이다.
자신의 돈이 아닌 시민들의 돈을 사용했으면 그 영수증과 함께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다. 무엇이 두려워 보여주지 못하겠다고 하는지 시민들은 도통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여수시에서 제대로 된 자료를 줄 것으로 믿는다. 법원의 판결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양이 많아도 복사비는 우리가 낸다. 그냥 있는 것 복사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신문은 공개된 여수시장 업무추진비에 대해 세밀히 분석해 시민들에 게 공개하겠다는 것을 약속한다.
법원에서도 공개하라고 한 것을 혹시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업무추진비 집행규칙 및 세출 예산 집행규칙에 따라 정당하고 적법하게 업무추진비를 집행했다면 무엇이 두려워 공개하지 못하느냐?”고 시민들은 물어야 한다. 그 묻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맹자의 만장 편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왕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면 충고를 해야 한다. 여러 번 충고했음에도 그것을 듣지 않는다면 왕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젠 시민들의 아픔도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를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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