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의 경쟁력은 시장이 가진 경쟁력과 다름 아니다. 시민들이 아무리 열심히 잘 해보려고 해도 시장의 철학과 마인드가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안다.

최근 오현섭시장의 교회활동이 주목된다. 주일이면 각 교회를 찾아다니면서 간증 아닌 간증으로 자신이 기독교인임을 전하고 있다.
여수의 기독교 인구는 인구 대비 전국에서도 군산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기독교 복음화가 잘 되어 있는 도시다.
그래서 여수에 있는 기독인들의 마음만 얻을 수 있다면 누가 되었든 차기 선거가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나는 미션스쿨을 졸업한 사람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성경책을 가슴에 품고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언론밥을 먹고 있는 입장에서 그것이 민감한 종교문제라고 해도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고 믿는다.

최근 오 시장은 ‘손양원 목사 유적지 테마공원 조성사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 사업비만 700억원이다.
이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사업비 상당부분을 국비로 조달할 수 있다면 당연히 추진해야 한다. 손양원목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이 예산의 상당부분을 시 예산으로 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이 사업에 이의를 제기한다.
어쩌면 오 시장은 이러한 종교문제가 더욱 부각되어 지역에서 종교문제로 확대 재생산되기를 원할지도 모르겠다. 정치인으로 손해 볼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글을 씀에 있어서 사실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민감한 종교문제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한 문제가 지역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또 손양원목사의 성지를 만든다고 했으면 그 뜻도 이해한다.
그러나 사업 발표에 앞서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나 충분한 검토 후에 발표를 했어야 옳았다고 나는 믿는다.
어차피 이 사업은 단 기간에 끝날 사업이 아니다. 이왕 할 것 같으면 지역 내에서 충분한 검토와 역사적 검증을 거친 후에 손양원 목사의 영혼까지도 그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야 한다.

최근 오현섭 시장이 각 교회를 다니면서 행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목격하면서 그 와중에 이러한 사업이 발표 되었다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지금 오현섭 시장이 기독인에게 올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가 종교를 등에 업고 표를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고 국민을 감동시키는 게 '존재의 이유'다.
예수님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의 것으로 돌렸고, 부처님도 세속의 왕자를 버렸다. 그들은 이 땅에 권력을 잡기 위해 온 것이 아니었다.
권력으로부터 박해받고, 가난 때문에 소외되고, 고통으로 번민하는 자들에게 하늘의 소식, 평화의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다.
종교가 지역정치에 깊이 들어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또 어떤 정치인도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기독교나 불교가 수천 년의 생명력을 지닌 것은 권력이나 정치가 잘 봐주어서가 아니다. 장로가 대통령이 됐다고 기독교가 번성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시장 자리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 중에서도 적지 않은 기독교인들이 있다. 표는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종교가 프리미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눈에 보이는 일을 앞에 두고 종교문제라고 해서 언급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언로가 막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 말이 설혹 거슬리는 말이라 할지라도 말길이 막히면 공동체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현대사회에서만 통하는 법칙이 아니다. 시공을 초월해 늘 똑같은 문제다.

정치는 어두운 동굴과도 같다. 그 어두운 곳에 영혼이 맑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
누군가 알아줘야만 말하는 게 아니라, 그게 옳다면 그저 말할 뿐이라는, 그 길이 옳다면 그냥 묵묵히 갈 뿐이라는, 어느 종교인의 가르침을 조용히 되새겨 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 신문은 반대가 참 많은 신문이다. 그래서 참 나쁜 신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들에게 부끄러움은 없다.

손양원 목사 성지 조성사업만을 가지고 이러한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지역의 정서와 흐름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을 우리 시민들께서는 너그러이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


-발행인 박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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