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일치과 원장 김정웅 -





요 며칠 입춘이 지났다는 게 제대로 실감나는 날씨다. 겨울이 끝나고 3월에나 있음직한 따사로운 햇살이 마음을 봄 길로 재촉하는 듯하다.



여수에 살면서 바다 빛을 보며 계절의 지남이나 무르익음을 느끼곤 했는데 엊그제 봤던 바다 빛깔은 다시 봐도 봄의 그것과 같으니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게 맞나 보다.



아직도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연일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들마저 불안한 예측으로 가득차서 위축된다.



얼마 전 정부는 지하 벙커에서 경제 비상 각료회의를 하기 시작하더니 지상으로 나온 뒤에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솔깃한 정책이 눈에 띄어서 내심 반가웠다. 그 정책은 ‘신 빈곤층 지원 대책’ 이라는 것이었다. 현 상황에 시급한 민생 보호 정책이라 생각된다.



친 기업정서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 및 복지철학이 기업지원정책을 통한 경제 역동력의 증가로 하위계층까지 혜택을 본다는 자유주의적 복지정책을 지향하고 노무현 정부의 국가 개입적인 북 유럽식 복지정책의 한계를 피력해 왔기에 더욱 반가웠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엉뚱하게도 의료급여 대상자 수를 줄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차상위 의료급여 대상자의 급여지원을 4월부터 중단한다는 상반된 발표를 했다.

‘신 빈곤층 지원’이라는 말을 아마도 말 그대로 해석하지 못한 국민의 무지로 인한 섭섭함일까? 기존의 빈곤층은 새로운 경제 불황 여파의 피해자가 아니란 말인가?



기존의 빈곤층을 소홀히 하면서 새로운 빈곤층을 찾는다는 것이 이치에 맞는 지 궁금하다. 정부의 이런 상반된 발표의 근거는 다름 아닌 재정의 한계다. 나는 경제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행정은 더욱 문외한이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 느낀 점을 말하고 싶다. 의료급여 대상자인 보호 1,2 종 환자와 차상위 1,2종 환자는 보험 진료 시 본인 부담금이 무료내지 1500원의 소액만 지불하면 된다.

물론 건강보험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본인 부담금이 부담이 안 되는 소액이지만 기초생활비마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계층에게는 이 제도로 인해 건강권의 보호를 받아온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연 이 환자가 정부의 보조를 받을 정도로 어려운 사람이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환자 분들도 종종 있다.

또한 매년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무료틀니사업이라는 복지 정책이 있는데 이 의뢰 대상자 분들 중에서도 자격이 의심스러운 분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돈이 없어서 틀니 없이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며, 일선 보건소에서는 배당된 예산에 맞게 무료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데 재정이 아니라 인원이 부족해서 매년 할당량(?)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무료로 틀니를 해준다는데도 일선 지자체에서는 대상자 부족으로 고민이다. 아이러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답은 이렇다.

없는 예산만 탓할 것이 아니라 복지 정책에 할당된 예산이 자격에 맞는 저소득층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료틀니사업 같은 경우도 좀 더 유연한 대상조건 등의 보완 내지 수정이 필요하며 숨어 있는 대상자를 찾기 위해 좀 더 발로 뛰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소득층 복지에 배정된 세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타가는 사람을 찾아내고 자격조건 등의 탄력 있는 세분화로 필요한 사람에게 올바르게 간다면 재정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리라는 얇은 생각을 해본다.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따뜻해서 좋긴 하다. 이럴 땐 거꾸로가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우리들 사는 세상 이치만은 거꾸로가 아닌 옳게 가는 세상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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