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으로 피어난 꽃

▲ 김경섭 여수거북선로타리 클럽 회장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고리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작다 할지라도 사람 사이에 서로 오가는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를테면 뒤따르는 사람을 위해 잠시 출입문을 잡아주는 것, 짐 든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것, 초보 운전자에게 길을 양보해주는 것, 어려운 이웃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나눠주는 것...

이러한 배려를 통해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 마음을 열고 하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려는 다른 사람의 문제가 곧 나의 문제임을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일요일이었습니다. 휴일인데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에 집을 나섰습니다. 얼마 전 메일을 통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소식을 듣고 천사님들이 집수리를 해주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집은 비가 오는 날에는 집 안으로 비가 새어서 방이고 거실이고 엉망인 집이었습니다. 어린 네 명의 아이들이 곰팡이와 바퀴벌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정인데 어머니는 중국 조선족이었고 아버지는 생활 능력이 많이 부족한 가정이었습니다.

이날 수고해 주신 분들은 국제로타리 3610지구 여수거북선로타리 클럽 회원들이었습니다.

이분들은 집수리를 하기 일주일 전부터 이집을 방문해서 비가 새는 지붕부터 수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봉사 당일에는 40여명의 회원들이 출동해서 비지땀을 흘려주었습니다.

이 가정은 사람만 빼고 다 바꿔야 할 가정이었습니다. 방과 거실은 퀴퀴한 곰팡이 냄새로 가득했고 정리되지 않은 온갖 물건들로 거실과 방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날 만난 아이 어머니는 “우리에겐 희망이 없어요” 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도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한국에 시집온 지 어느 덧 20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가보지 못했다는 중국. 지금은 건강까지 좋지 않아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막내 아이가 네 살. 그런데 이 막내 아이도 심장이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집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습니다. 왜 이래놓고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환경 속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살고 있는 것도 답답할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대로 방치할 수 없었던 까닭은 그 환경 속에서 네 명의 아이들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는데 난방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보일러는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은 겨울에 보일러를 틀어본 적이 없어서 보일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기름 값이 무서워서 아직 한 번도 틀어본 적이 없는 보일러. 영하의 날씨에도 두꺼운 옷을 입고 자면 괜찮다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합니다. 올 겨울에도 이 가정의 겨우살이는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렇지만 이날만큼은 온 가족이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40여명의 거북선라이온스 회원들이 총 출동을 해서 새는 지붕도 고쳐주고, 벽지도 바꿔주고, 장판도 바꿔주고, 지저분한 주방도 정리해주고, 전기공사도 다시 해주고, 가구도 바꿔주었기 때문입니다.

일이 얼마나 많았던지 아침 8시 시작한 공사가 오후 6시 무렵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쓰레기가 한 트럭 이상 나왔습니다. 골격만 놔두고 집을 완전히 고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환경은 바꿔줬지만 집안에 있는 헌 가구들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뜯겨진 문짝, 문이 잘 열리지 않는 서랍장, 책상 하나 없는 아이들 방, 수납공간이 없어 널브러진 살림살이들...

그래서 이날 수고하신 김경섭 회장님과 박성미 시의원님과 여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 하혜순 회장님과 상의한 끝에 이왕지사 고생한 것, 가구도 새것으로 바꿔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후배인 ‘리가구백화점’의 이찬호 사장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찬호야! 늘 부탁만 해서 미안한데, 오늘 봉사 나온 집의 가구가 엉망이어서 바꿔줘야 하겠다. 그러니 이번에는 네가 지난번처럼 공짜로 주지 말고 공장도 가격으로 봉사 좀 해주라.”하고 부탁을 했습니다.

천사 같은 후배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구까지 싹 다 바꿔줬습니다. 다 떨어진 장롱도 새것으로 바꿔줬고 거실장도 아동장도 서랍장도 그리고 아이들 책상도 새것으로 바꿔줬습니다. 집안의 집기들을 모두 바꾸는데 공장도 가격으로 158만원이 들었습니다. 이 금액은 여러분들이 도와주신 천사 통장에서 지출을 하였습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친정어머니도 안 해준 장롱을 해줬다며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아이들도 곰팡이와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했던 자신들의 방이 새롭게 꽃단장한 것을 보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클럽 회장인 김경섭 회장님은 어머니와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러한 환경을 계속 유지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테니 희망을 잃지 말라는 당부도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천사님들이 이렇게 한 가정을 건져주었습니다.

수고해주신 여수거북선로타리클럽의 김경섭 회장님과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거북선로타리클럽은 올해도 서너 가정을 더 찾아서 집수리 봉사를 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10시간이 넘도록 수해해 주신 천사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사랑을 베풀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했습니다. 이분들처럼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 또한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 여수거북선로타리 클럽 회원들과 여수지역아동센터연합회 하혜순 회장(여).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