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기념품, 품격 갖춘 독창성과 지역성 담아내야”
“나열식 기념품 사업은 제고해야…선택과 집중 필요”

1천만 관광객 방문, 국내외 행사 증가…마땅한 대표 기념품 없어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성공 개최 이후 높아진 인지도와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난해 1000만 메가투어리즘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서 년 1000만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자체는 서울, 제주도, 용인 등 몇 안 된다.

이에 민선 6기 여수시는 국제해양관광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관광문화 콘텐츠와 인프라 추가 확충, 각종 국내·외 행사 개최, 관광객 유치 마케팅 추진 등 다양한 관광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무엇보다 관광정책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계돼야 하는 만큼 박람회장 등 주요 관광지 연계 관광 코스 개발과 시내 쇼핑 등 다양한 노력도 병행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부가가치와 경제 파급효과가 높은 마이스(MICE) 산업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선정하고 각종 국내·외 행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 제10차 연차총회, 해양수산과학기술대전과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 총회, 여수국제해양포럼 등이 여수에서 열렸다. 오는 17~20일에는 엠블호텔 여수에서 ‘제4회 아시아·태평양 재생에너지 포럼’이 예정돼 있다.

시는 여수신항에 15만t급 크루즈 접안시설이 내년 4월 준공함에 따라 크루즈 선박 입항에 대비한 종합관광안내센터 신축과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센터에는 안내소와 환전소, 특산품·기념품 전시판매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여수를 방문한 이들에게 자신 있게 선물하고 판매할 수 있는 대표 기념품이나 아트상품 등 차별화된 여수만의 브랜드 상품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 여수 진남관 옆에 있는 여수시관광기념품 판매점.

차별성, 실용성 부족 등으로 구매 욕구 자극 못해 ‘외면’
문화유산과 관광지, 야간경관 활용한 추가 상품 개발 가능
관광 트렌드 변화로 기념품 구매 감소…선택과 집중 필요

실제 여수를 알리고 여수를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관광기념품이나 아트상품이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는 여수 관광기념품의 대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갓김치, 게장, 싱싱한 해산물 등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특산품과 음식은 있지만 주로 먹는 것에 치우쳐 있다. 이마저도 국내 관광객은 그나마 집으로 가져갈 수 있지만 외국 관광객의 경우 자국으로 갖고 가기 힘들다.

관광기념품은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상징성을 갖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현재 여수에서 판매되는 기념품은 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수시는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에 맞춰 티셔츠, 텀블러, 장식접시, 오르골, 마블모형, 에코가방, 볼펜, 키홀더, 자석퍼즐, 봉제인형, 골프마커, 액자 등 12종의 관광기념품을 개발해 직영·위탁 판매하고 있지만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 기념품 제작과 쇼핑몰 구축 등에 5억2800만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2012년과 2013년에 제작한 기념품 5만점 가운데 재고가 65%(3만2866점, 2014년 10월 29일 현재)에 이른다. 특히 일부 기념품을 제외하곤 전국 어디서나 구입이 가능한 차별성이 약한 전통 공예품이거나 일반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여수까지 와서 굳이 사야하는 정도의 기념품은 아니다.

여수의 향토 도자업체인 ‘용문도예’가 거북선과 동백꽃 모형으로 만든 찻잔과 다기 세트를, 지역의 한 공예 예술가가 동백꽃 무늬를 새겨 만든 손거울, 명함집, 접시, 천연염색, 압화 제품 등이 그나마 관광기념품으로 내놓을 만한 정도다.

▲ 여수시가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관광기념품.

하지만 이마저도 판매 전략 부재 등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산업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수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나열식, 차별성 없는 관광기념품 사업 정책이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여수의 관광기념품이 차별성과 실용성이 부족하고, 전국 어디서나 살 수 있어 관광객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여수 고유의 특색을 반영하면서도 실용성을 겸비한 품격 있는 관광기념품이나 아트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에는 기념품이나 아트상품 소재가 많다. 여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오동도, 진남관, 향일암과 문화유산인 이순신 장군, 거북선 등을 응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히 아름다운 야경의 밤바다는 국비가 지원돼 문화 특화 상품으로도 개발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여수 관광기념품 판매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품은 차별성과 실용성이 부족하다. 특히 박람회 때 상품을 내놓은 이후 신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진남관, 오동도, 향일암, 이순신 장군, 거북선 등 여수를 대표하는 문화유산과 관광지가 많은데 이를 활용한 아이템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판매점 관계자는 “관광기념품은 교통과 숙박, 음식과 더불어 관광소비의 주요 지출항목인 만큼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념품 판매점 관계자들은 “여수의 관광지나 문화유산을 활용한 마그네틱 상품을 찾는 관광객이 꽤 있다. 특히 이순신 장군 관련 상품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다. 이와 함께 밤바다, 돌산·거북선대교 야간경관 등을 활용한 경쟁력 있는 추가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관광 트렌드 변화에 따른 기념품 구입이 감소하는 추세라며 나열식 관광기념품 육성 사업은 제고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경쟁력 없는 기념품 제작과 마케팅 실패 등으로 인해 투자한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아 기념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진 것이다.

여수시는 박람회를 대비해 만든 기념품 판매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자 추가 기념품 제작이나 신규 상품을 당분간 개발하지 않을 계획이다.

여수시 관계자는 “기념품이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관광도시로서 여수만의 경쟁력 있는 기념품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당장 신규 상품 개발 등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작 단가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수시의회도 기념품 사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수억원을 들여 개발한 기념품이 절반도 안 팔려 재고로 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기념품이나 아트상품은 여전히 문화적 가치가 높은 부가가치산업으로 지역의 관광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다.

성공의 관건은 기존의 나열식 개발·판매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기 위한 선택과 집중의 맞춤형 전략이 절실하다.

▲ 여수의 향토 도자업체인 ‘용문도예’에서 제작한 거북선모형의 다기세트.

기념품 구매 트렌트 분석해 치밀한 전략 상품 개발 필요
대구시의 관광기념품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올해 대구시의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는 ‘김광석 거리에서’ 기념품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최근 대구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모티브로 해 김광석의 이미지를 캐리커처(caricature)로 직접 디자인하고, 그 이미지에 다양한 색상을 넣어 목걸이, 열쇠고리, 패션배지 등으로 제작한 것으로 창의적 디자인과 구매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천시장 골목 350여m에 꾸며진 김광석길은 올해 출생 50주년을 맞은 김광석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높아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또 금상에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돼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대구 근대골목’의 오래된 건물과 골목, 벽화를 미니어처(miniature)로 디자인해 메모꽂이, 수저받침대 등 다양한 소품으로 제작한 ‘근대路의 여행’이 선정됐다.

▲ 지난해 제1회 세종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훈민정음 스탠드’

올해 열린 제1회 세종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는 세종대왕의 훈민정음과 고궁의 단청문양이 빛을 밝히는 ‘훈민정음 스탠드’가 대상을 받았다.

관광도시인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주시 등은 지자체 차원에서 새로운 관광기념품을 개발·홍보하는 등 지원에 적극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고품격 기념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공모전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지난 7월 공모전 대상은 제주의 말을 모티브로 천연감물염색 작품을 선보인 ‘도르라’가 선정됐다.

▲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도르라’

▲ 지난해 경주시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신라의 울림’

경주시도 새로운 관광기념품 발굴을 위해 경주지역에 한해 공모를 하고 있다. 선정된 작품은 기념품 개발비 지원, 판매장 입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변화하는 기념품 구매 트렌트를 분석해 소재 선택과 아이디어로 여수만의 기념품 모델을 찾는다면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관광기념품 개발부터 홍보·판로 지원 활성화, 관광 도시 브랜드 전략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여수만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전략 상품 개발이 요구된다.

▲ 올해 대구시의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광석 거리에서’ 기념품.

스토리텔링 접목 브랜드 가치 제고 필요
여수만의 이미지를 응용한 아트상품도 가능
IT기술·3D프린터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등장
체계적이고 치밀한 전략 상품 개발 고민해야

다른 지역에서 살 수 없는 기념품 또는 아트상품으로 우리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미니어처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상품의 가치를 높여나가는 전략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여수지역에서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출토된 비파형 동검 20여 점 중 14점 가량이 출토됐다. 2010년 1월 여수산단 확장부지 내에서 발견된 비파형 동검은 한반도에서 가장 크다.

또한 여수시 율촌면 산수리 왕바위재에는 기원전 1000년 무렵에 세워진 8.65m 크기의 대형 고인돌(모두 6기)이 자리하고 있다. 이 크기는 지금까지 세계 최대로 알려진 황해도 은율군 고인돌(8.75m)보다 15㎝ 짧다. 이는 여수반도 일대가 남한 청동기 문화의 중심지로 풍부한 경제력과 노동력을 확보한 강력한 권력집단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수시 전체에는 1478기의 고인돌이 있다.

또한 여수에는 6000년 전 조개더미에서 발굴되는 각종 공예품이 있고, 여수시 오림동에서는 청동기시대 고인돌 암각화가 발견됐다. 이는 문화 교류사, 민속학, 종교학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를 받고 있다. 복제되지 않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에 디자인과 예술성을 입혀 여수의 정체성과 상징 이미지가 녹아 있는 대표 상품(스타 상품)에 스토리를 입혀나가는 방식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또, IT(SNS 등)기술과 3D프린터 등의 첨단기술과 빅데이터 방대한 자료를 관광기념품 개발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3월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베를린 관광박람회에서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관광객이 묵은 호텔이나 여행지 지도, 관광지의 상징물 등을 즉석에서 모형으로 제작해주는 서비스가 선보여 화제가 됐다. 천편일률적인 제품 대신 맞춤형 기념품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3D프린터를 활용하면 오동도와 거북선대교, 돌산대교, 종화동 해안가 등을 아우르는 여수 연안의 야간 전경 미니어처도 가능하다. 관광객의 얼굴이 부조된 기념주화,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입체 인물상이나 부조(浮彫)물이 기념사진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그 도시만의 독특한 형상이나 이미지, 이를 응용한 아트상품도 가능하다. 예를 들면 파리는 랜드마크인 에펠탑을 모티브로 활용한 기념품 개발에 주력해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로마는 콜로세움, 베이징은 자금성, 런던은 문화 아이콘인 빨간색 우체통과 전화박스를 기념품의 모델로 채택해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욕시의 ‘I♥NY’과 같은 일종의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1970년대 중반 관광지로는 인기가 없던 뉴욕시는 ‘I♥NY’ 로고를 탄생시켜 대박을 터뜨렸다. ‘I♥NY’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거나, 찻잔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이 뉴요커가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I♥NY’이 대성공을 거두며 관광 수입이 1년 만에 1억4000만 달러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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