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교육문제를 언급함에 있어 신문지면 8면을 모두 사용해도 부족함을 느낀다. 그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이러한 소망을 갖지 않은 부모는 없다. 부모에게 “아이가 공부를 참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기쁜 일도 없다.
그래서 부모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자녀들의 교육비는 마지막까지 줄이지 않는다. 그것이 한결같은 부모 마음이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 도시는 그동안 장기적 안목으로 도시발전을 준비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눈에 보이는 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할 시점이 됐다.
정부방침대로 2012년까지 자율형사립고가 100개교로 확대되면 기존의 특목고와 함께 전체 고등학교 정원의 20% 정도가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 학생이 된다.

지금대로라면 전국에 수많은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가 난립하는데 우리지역에는 단 1개의 특목고나 자율형사립고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목고에 예산 편중지원이 심해지고 있다. 그 학교들은 우수한 학생을 뽑아, 우수한 교사가, 우수한 환경에서 교육을 시키는데 일반 학교가 따라가는 데도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우리는 손을 놓고 있어야 하는가? 특목고에 갈 형편도 안 되는 내 아이, 일 년이면 1~2천만원씩 하는 특목고 교육비에 돈 없는 부모는 이것도 그림의 떡이다.

얼마 전 모 고등학교 교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 죄를 짓고 있습니다” 그 말이 그 교사 혼자만의 생각일까.
현행 수업방식에 분노하는 교사는 어디에 있는가? 훌륭한 교사와 무능한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왜 학생들이 외지로 빠져나가는가? 이유는 이 지역의 교육의 질보다 타 지역의 교육의 질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빠져나가는가?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지도층이 대부분이다. 공무원도 많고, 교사도 많다. 입으로는 지역 교육문제를 외치면서 내 자식만은 외지로 보내야 하는 것이 부모마음이라는 것도 안다.

그럼 여수교육의 미래는 없는가? 있다. 단언하건데 분명히 있다. 단지 우리는 그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을 뿐이다.
여수 교육위기의 본질은 여수를 지배하고 있는 지배층의 무능과 일선고등학교의 준비 부족이다. 단어 표현이 비록 거칠다고 해도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여수교육을 바로잡기 위한 개혁을 원한다면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을 무릅쓰고서라도 결정권자는 결단이 필요한 시기에 과감한 결단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교육문제는 이것을 선택하면 저쪽이 반대하고, 저것을 선택하면 이쪽이 반대한다. 이러한 문제를 여수시가 시민들에게 여론조사를 해서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민주적인 발상이지만 대단히 비겁한 발상이기도 하다.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불가능한 과업에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우리가 결단만 하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을 교육 때문에 서럽게 해서는 안 된다. 교육 때문에 원망을 품게 해서도 안 된다.

가장 좋은 사회란 시민에게 다양한 선택을 제공해주는 사회다. 자녀교육을 위해 외지로 보낼 수도 있고, 안 보낼 수도 있는 선택. 지금같이 보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 신문은 교육에 관계된 기사를 내 보내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 싸잡아서 비난하는 모습에 그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리고 싶다.
그러나 일부학교와 일부교사의 피나는 노력을 보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본다. 그들이 있기에 여수교육의 희망을 본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오늘밤도 하늘에는 눈썹달이 떠있다. 시민들이 이 달을 보고 소박한 소망을 빌 때, 힘 있고 책임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올바르게 해내고 있는지 스스로를 비추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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