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미 의원 “승강장 정보시스템 오작동, 점자블럭, 교통카드 할인·환승 시간 확대 등 전반적인 개선 주문

“살기 좋은 도시의 중요한 요건 가운데 하나는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중교통 시책은 그 어느 시책보다 중요합니다.”

여수시의 교통행정이 시민, 특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제159회 정례회에서 시정질의를 통해 ▲시내버스 교통카드 할인 및 버스무료 환승 시간 확대 ▲시각장애인 보행로 정비 ▲버스 정보시스템 오작동과 불편한 모니터 설치 ▲시내버스 운전원 부족 등 여수시의 교통 행정에 대해 조목조목 짚고 개선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웅천지구의 횡단보도.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럭이 유도하는 대로 걷다보면 신호등 기둥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시내버스 교통카드 할인·환승 시간 확대해야”

박성미 의원은 시내버스 교통카드 할인 폭을 현행 50원에서 100원으로 하고, 버스무료 환승 시간도 30분에서 1시간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그 예로 “순천시의 경우 50원하던 교통카드 할인금액이 100원으로 할인 폭이 커지자 이용률이 30%가량 늘었다”며 “이는 시민의 활동량이 그 만큼 늘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철현 시장은 “교통카드 할인 폭이 100원으로 늘게 되면 시 예산이 7억71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고 환승시간 연장에는 9억3200만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돼 약 17억여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나타냈다.

농어촌지역만 무료 환승 시간 연장하면 인근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예산 등을 고려해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박 의원은 “교통카드할인 예산은 도비와 시비가 각 50% 분담하는 것으로 안다”며 “시 부담은 3억8000만원 가량 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교통카드 사용은 일반 1200만명, 중고생 340만, 초등생 37만 등 연간 1580여만 건에 결제금액도 156억원이나 결제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거동이 느릴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은 전통시장 등을 방문할 경우 30분의 무료 환승 시간이 부족해 시간이 연장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서시장으로 매일 장을 보러 간다는 여서동의 한 상인은 “무료 환승 실시 이후 시장에 유동 인구가 늘어난 것은 확실하게 느낀다”면서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다른 예산을 절약해서라도 연장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충질의에 나선 전창곤 의원은 “시민들이 교통카드 요금을 충전하는 방법은 선불 결제를 하고 있다. 또 충전은 현금만을 요구하며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전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십 수억 들어가는 건물을 짓거나 불요불급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예산은 쉽게 편성하면서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되는데도 예산 편성에 난색을 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고 말했다.

▲ 웅천지구에 설치된 육교.
시각장애인 위한 버스 정류장·인도 점자블럭 ‘엉망’

박 의원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내버스 정류장과 인도의 점자블럭이 보행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현재 조성되고 있는 웅천택지개발지역 보행자도로의 경우 신도심임에도 불구하고 점자블럭보도가 엉망인 곳이 많다”고 말했다.

기자가 시각장애인처럼 점자블럭을 따라 웅천지구와 여서·문수지구, 원도심 일부 지역을 직접 걸어봤다.

점자블럭 반경 20㎝ 이내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어야 하지만 인도의 점자블럭은 신호등과 겹쳐 일반인도 제대로 지날 수 없는 곳에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이 이동하다 부딪칠 위험이 높았다.

점자블럭이 유도하는 대로 걷다보면 전봇대에 부딪치거나, 점자블럭이 갑자기 끊겨 있어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점자블록 설치가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오히려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또 버스정류장 승·하차지점에는 시각장애인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도록 점자블럭을 설치해야 함에도 탑승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럭이 설치되지 않거나 연결돼 있지 않은 곳도 많았다. 특히 신월동~서시장 로타리 구간의 버스승강장에는 점자블럭이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점자블럭이 보도를 이용해 보행하는 시각장애인만을 염두에 두고 설치돼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설치 기준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 여수시 봉산동의 한 횡단보도 앞에 설치된 화강암 재질의 볼라드. 볼라드가 점자블럭 한 가운데 설치돼 시각장애인이 점형블럭을 따라가다 충돌할 경우 부상 위험이 있다.

이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안전보행을 위해 인도에 설치된 차량진입억제용 말뚝인 ‘볼라드’ 역시 규정에 맞지 않는 설치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정상 볼라드의 높이는 80~100㎝, 지름은 10~20㎝, 간격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1.5m 내외로 설치돼야 하며, 재질은 보행자가 부딪쳐도 다치지 않도록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써야 한다.

아울러 볼라드 전방 30㎝에는 시각장애인이 충돌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점형블럭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 볼라드는 점형블럭 한 가운데에 설치돼 있거나 화강암 등의 지나치게 딱딱한 재질이어서 시각장애인이 점형블럭을 인지하다가 충돌할 경우 부상 위험이 높았다.

어린이나 노약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설치된 웅천지구 육교의 경우 세심하지 못한 마무리로 인해 되레 불편을 주고 있다.

▲ 시내버스 정보시스템. 승강장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이 오류가 많고 설치 방향이 잘못돼 있어 시민들의 불편·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버스 정보시스템 오작동 및 모니터 방향 시민 불편 초래

여수시는 50만 명 이하 도시 중에서 전국 최초로 교통관제센터를 만들었다. 교통관제센터에서 버스정보시스템(BIS)을 기반으로 버스노선별 실시간 위치, 정류장 검색 및 도착시간, 기타 운행 시간표 등 실시간 버스 정보를 제공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승강장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은 오류가 많아 시민들의 불편·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박성미 의원은 “시외버스터미널 앞 승강장은 잦은 고장으로 화면은 안보이고 소리만 난다”며 “시민들은 차가 오는 방향 반대편에 설치된 버스정보시스템을 보는 것이 아니라 차가 오는 방향을 확인하며 버스를 탄다”고 지적했다.

“승강장 주변은 지저분할뿐더러 안전에도 취약하다. 엑스포역 승강장에서는 화면에 16분 남았다는 버스가 지나가고 있고 진남관 앞 승강장은 버스 이동차량 현황을 알리는 표시판이 손상되어 있다”고 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여수·순천·광양 3개시의 시내버스 1일 이용객수는 여수 6만여명, 순천 5만1000여명, 광양 1만1000여명 순으로 여수시가 일일 평균 버스 이용률이 가장 높다.

박 의원은 “순천시와 광양시 그리고 창원시의 경우 버스정보시스템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약 79% 이상이 만족하고 있고 20% 이내가 불만족을 느끼고 있지만 여수시는 만족도가 65%이상이 만족하고 있어 타 시도에 비해 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여수시민들의 버스정보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승강장 시설 관리는 교통행정과에서, 버스정보시스템은 정보통신과에서 담당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보시스템 화면에는 여수시 교통 행정과의 전화번호가 690에서 659로 바뀐 지 1년이 지났는데도 그대로 있어 불편 사항이나 안내를 받고자 전화를 하면 ‘없는 번호’로 안내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히 노인과 학생들의 불편·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여수시는 내년에 2억여원을 들여 승강장 단말기 20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 천지구의 버스승강장. 시각장애인의 승하차를 돕기 위한 점자블럭이 설치돼 있지 않다.
▲ 횡단보도 진입로에 나무가 심어져 있다.

시내버스 운전원 부족…기사·시민 안전 위협

박성미 의원은 시내버스 운전원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여수시가 적극적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성미 의원에 따르면 여수시내버스 7개 업체 운전원 285명 가운데 촉탁직(정년퇴임을 한 운전원이 다시 근무하는 것)은 동양교통 15명, 오동운수 12명, 여수여객 8명 등 35명이다.

박 의원은 “한 달에 만근은 13일, 15일 근무가 정상적인 근무 형태이지만 운전원이 부족하다보니 현재 오전 4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6~18시간 근무하는 날짜가 2~3일씩 이어지면서 운전기사들의 피로 누적과 이로 인한 졸음운전 등으로 실제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가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50명의 운전원이 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전원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종사자들의 복지와 근로조건 임금 등 처우개선이 매우 낮은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간 근로에 시달리다보니 근 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운전원이 부지기수며, 부족한 수면 시간 등으로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의원은 “시내버스를 안정적이고 질적으로 우수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40시간, 1일 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꿔야 한다”며 주 시장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관련해 주 시장은 “교통약자 불편사항인 점자블럭 보도와 횡단 경계석 높이를 정비해 나가고 버스 승강장의 역방향 모니터를 검토해 가능한 곳은 순 방향으로 설치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일부 버스의 현재 지나는 위치가 승강장 모니터에는 달리 표시되는 오류도 내년 예산을 세워 버스 내 단말기를 교체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여수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지난 5월 시작한 제2차 교통약자증진계획 수립용역이 내년 초에 나오면 5개년 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시장은 “버스 운전원 부족은 회사 측과 시간을 갖고 풀어가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여수시는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 보행 및 이동편의 시설로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137개소에 274개, 점자블럭 354개소, 육교 엘리베이터 3개소 6개, 저상버스 12대, 장애인 콜택시 12대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 2012년 하반기 여수시 화양면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졸음운전사고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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