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수관 와이씨텍 회장
새해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갑오년 아침을 맞이한 때가 엊그제 같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지만 우리 경제는 여전히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오히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과 엄청난 물량공세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는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은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더욱 혹독해지고 있다. 우리의 미래인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못해 방황의 길을 걷고 있고 홀로 살고 있는 고령의 어른들은 난방도 되지 않는 방에서 추위와 싸움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여행이 줄을 잇고, 명품 판매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등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소득 분배 불평등 수준이 OECD 회원국 중 5번째인 데서 알 수 있듯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12년 기준 상위 10%의 임금소득은 하위 10%의 5.7배나 되고, 근로자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의 56%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갖는 것이 소원인 사람이 너무도 많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할 능력과 취업할 의사가 있음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국민의 10%(국제노동기구 기준)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청년실업률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 공식 통계는 8%이지만 국제노동기구 기준을 적용할 경우 20%가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기쁨과 즐거움은 누군가에 특별하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다. 일시적인 사소한 일에서도 고마움과 기쁨이 일어날 때 순간순간 살아가는 즐거움으로 생기와 탄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살아가기 좋은 세상이고 진정한 공동체다. 이런 세상을 위해서는 사람향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복에도 관심을 가져 주는 따뜻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우리 마음과 가슴이 활짝 열리면 세상의 문도 따라서 열리기 때문에 빈곤한 이웃에게 관심과 배려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도 없지 않지만 사회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정한 기회의 상실, 경제 제도상 문제, 소득분배 구조의 불평등 등 사회구조적 요인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다. 정부가 무엇보다 이런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야 겠지만 정부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모두 함께한다는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한 범국민적 기부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금전, 물품, 자원봉사 등 다양한 형태의 기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우리나라 총기부규모는 약 9조 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 총량 비중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얼마 전 영국에 본부를 둔 자선구호재단(CAF)이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금전기부, 봉사활동, 낯선 이에게 도움을 주는 정도 등 3가지 기부행동을 평가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 수준은 60위에 그쳤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감안한다면 매우 인색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최빈국으로 인식되는 미얀마가 미국과 함께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여유로워야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우리도 이제 기부는 특정 시기에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생활의 일부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 정착되도록 범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부의 약 70%가 연말연시에 이벤트성으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기업과 같은 소수 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개인기부, 소액기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부는 받는 사람보다 이를 행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쁨을 주고 삶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한다. 그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일을 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 모두 기부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자. 쓰고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내가 쓸 것의 일부를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다. 행복은 혼자 누릴 때보다 함께 나눌 때 더욱 충만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눔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경기침체로 기부가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날씨마저 차가워지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커진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는 아름다운 기부천사들로 온정이 넘치는 연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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