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농협 미평동 로컬푸드 직매장 인근 상인들 직격탄
여천농협, 전통시장 인근에 직매장 추진…상인들 반발
여수시, 대책 마련은 손 놓은 채 시비 2억 지원키로
시, “민원 발생시 사업규모 축소나 시비 &

소비자와 생산자 간 상생모델로 농산물 유통의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

그러나 긍정적인 영향 못지않게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인들은 여수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미평동의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매장에 과일·야채뿐만 아니라 공산품을 판매하는 하나로마트와 정육점, 제과점 등이 입점해 인근 상권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평동에서 25년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상인은 “어디에다 하소연할 곳도 없고, 정말 분통이 터진다. 로컬푸드가 농가를 살린다고 하지만 인근 상인들을 다 죽게 생겼다. 농협이나 여수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농가만 시민이고 주변 상인들은 시민이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도 의무휴일과 입점제한을 하고 있는데 로컬푸드 직매장과 하나로마트에 대한 제약은 왜 마련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형마트처럼 의무휴업을 해줘야 우리들도 숨통이 트일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컬푸드가 들어서기 전 이마트·롯데마트가 쉬면 그래도 장사가 좀 됐다. 그런데 로컬푸드 직매장은 명절을 제외하곤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다”며 “여기에다 할인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는데 우리가 당해 낼 수가 없다. 직매장이 북적북적할 때 우리 가게는 텅텅 빌 때가 허다하다. 이를 쳐다보는 심정이 오죽하겠냐”고 말했다.

그는 “실제 직매장이 지난 9월 추석에 쉴 때 장사가 좀 됐다. 농협이니까 금융처럼 최소한 토·일요일은 쉬어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로컬푸드가 들어서기 전과 후의 매출액 차이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아예 안 된다. 단골은 물론 심지어 아파트 주민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그는 “바로 밑에 SSM(기업형 수퍼마켓)인 롯데수퍼가 있다. 이 때문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인근에 로컬푸드 직매장까지 들어섰다. 이는 우리 보고 죽으란 것과 같다”며 “이미 생긴 직매장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여수에 더 이상 직매장이 생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양면의 알고 지내는 언니가 배추 농사를 짓는데 판로가 없어 썩어간다며 돈을 안 줘도 되니 그냥 가져다 먹으라고 한다. 그럼 이 농민들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직매장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로컬푸드 직매장과 하나로마트가 생긴 이후 매출이 절반가량 급감했다. 단골들의 발길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 여수 진남시장.

여기에다 여천농협이 진남·제일·쌍봉시장 바로 인근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추진하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상인들은 로컬푸드 직매장을 대형마트 진출과 같은 효과를 내는 ‘동종 골목상권 죽이기’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상인회 차원의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어 향후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진남시장 상인연합회 서태원 회장은 “로컬푸드가 농가를 살린다고 하지만 우리 상인들에게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대응해야 한다는 게 상인들의 생각이다. 조만간 상인들이 모임을 갖고 대응책을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서 취급하는 품목과 로컬푸드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거의 겹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진남시장으로 오던 봉계동의 아파트 주민들이 미평동의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가면서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진남·제일·쌍봉·이화시장에는 마트와 청과·야채, 정육점, 노점상 등 150여곳의 점포가 있으며, 이곳 시장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상인만 300여명에 이른다.

서 회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전통시장을 살린다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데, 그것도 로컬푸드 직매장이 전통시장 바로 인근에 개점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진남시장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당연히 피해가 오지 않겠냐.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먹고 살기 바빠 개인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며 “갈수록 영세 상인들만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상인은 “현재 있는 것만으로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충분히 힘들다”며 “가뜩이나 SSM(기업형 수퍼마켓) 등의 진출로 어려운데 직매장 확대에 시비 지원까지, 우리(지역상인)는 다 죽으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그는 “같은 품목이라도 농협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직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로컬푸드 직매장은 영세 상인들이 상대하기엔 심히 버거운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고 말했다.

▲ 여수 진남시장의 주변시장.

이렇게 로컬푸드 직매장이 지역 상권을 붕괴시키고 있고,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여수시는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여수시는 내년에 개점할 로컬푸드 직매장에 기자재 설치·구입과 공동포장실, 잔류농약 검사시설 등의 시설비 명목으로 2개소에 각각 1억원씩을 지원키로 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 안은 최근 여수시의회 해당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논란 끝에 통과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비 지원은 직매장 개점 이후 운영 개선 권고와 관리감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인근에 전통시장과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 여천농협 학동점의 경우 상인들과의 마찰이 예상된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사업규모를 축소하거나 시비 지원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천농협 측은 주변 상인들 반발이 어느 정도 예상되나 기존에 수년간 금융업과 마트 등을 운영해왔고,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으로 계획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설사 국비와 시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하더라도 자체사업비로 추진한다는 게 내부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천농협은 또, 직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도 들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인들은 미평동의 로컬푸드 직매장의 경우처럼 로컬푸드를 빙자한 또 하나의 대형마트가 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편 여수시는 올해 로컬푸드 농가 육성을 위해 187농가에 대해 비가림하우스, 친환경자재 등 생산기반 시설에 3억원(시비 1억5000만원, 농협 6000만원, 자부담 9000만원)을 지원했다. 내년에도 로컬푸드 교육수료 농가 및 귀농인을 대상으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로컬푸드 기반 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농가에게는 제값 받고 농산물을 판매하고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신선한 농산물 공급을 통해 안전한 밥상을 보장하겠다는 좋은 취지의 로컬푸드가 농협이 지역 상권과의 상생을 외면하면서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옥죄는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양측의 현실적인 공존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 한, 로컬푸드의 좋은 취지가 퇴색하고 또 다른 유통 주체 간 대립과 갈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실 가능한 주변 상권과의 상생 및 협력 방안부터 찾은 뒤 로컬푸드 직매장의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의 특성상 모두의 이득을 보장하기는 힘든 만큼 농협의 상생발전을 위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로컬푸드는 상생(相生)의 대표적 사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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