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직을 앞둔 선배와 대화를 하다가 그분이 푸념처럼 늘어놓는 말 가운데 “가정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말을 했습니다.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고, 아내와 자식들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도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존재. 가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면 앞에서는 무서워하는 척은 하지만 결코 무서워하지 않는 식구들을 보면서 점점 자신이 작아진다는 말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어 갑니다.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기간입니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통령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 그 리더십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각 부처에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고 그 장관이 다시 새로운 인물로 바뀌기도 했는데 이 분들의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장관이 누구인지, 그 장관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심지어 자주 바뀌는 이름 때문에 부처 이름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민을 향해서 한 이야기가 적지 않습니다. 사회통합에 힘쓰겠다, 반값 등록금을 실천하겠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경제민주화를 이룩하겠다, 중산층 70%를 재건하겠다,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 사회 안전망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등등.

박근혜 정부는 대선 이후 지금까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사회통합에 힘쓰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얼마나 힘을 쓰고 있는지요? 반값 등록금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요?

중소기업을 살리는 경제민주화는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요? 중산층 70%를 재건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어느 부처에서 어떤 단계를 거쳐서 이 일들이 추진되고 있는지요?

이러한 일들을 하려면 필히 재원이 필요한데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요? 이러한 일들을 위해 국민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지금쯤이면 이러한 약속들이 구체적으로 보여야 하는데 아직도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부만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살고 있는 여수라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철현 시장이 취임하고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제 겨우 6개월 지난 시장에게 6개월 동안 뭐했냐고 묻기는 참 미안한 일입니다.

그런데 취임하고 첫 6개월은 공부하는 기간이 아니고 변화의 기틀을 다지고 도시 분위기를 쇄신할 중요한 기간입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 6개월 내에 개혁정책을 제시하고 1년 안에 일단락이 지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름 열심히는 했겠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도시에서 시장의 존재감이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느낌은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박람회가 개최되고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도시에서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사후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 정부는 대답이 없고 시민들은 답답해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시민들이 애가 터지게 외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외쳐야 할 내용이 아니겠습니까? 지역 주민들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런 일을 앞장서서 하라고 선출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새해에는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존재감 있게 변해야 할 것입니다. 집권당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여당도, 제1 야당의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도, 그리고 제가 살고 있는 여수시도 변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가 어렵다는 불안보다 믿을 수 있는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즘입니다. 위기일수록 국민은 믿고 따를 지도자와 정치세력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지도자라 불리는 사람들이 반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도자의 리더십과 비전이 국민들 앞에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는 그런 한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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