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민들은 여수산단이 우리지역에 존재하는 것에 많은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이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얼마나 큰 기업인지에 대해서는 아는 이가 드물다.
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언론도 없었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기업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신문은 몇 차례 기업탐방을 한 적이 있다. 이유는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어떤 철학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이러한 기업들이 남의 기업이 아닌, 우리 기업이라는 것을 알려 산단기업과 지역민을 가로막고 있는 벽 하나를 허물고자 하는 뜻에서다.

그렇게 기업탐방을 할 때마다 기업에서는 작은 성의표시를 하려고 했다. 그냥 고마움의 표시였다. 그러나 그 때마다 우리 신문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사례를 받자고 기업탐방을 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금 사례는 받지 않지만, 언젠가 우리지역의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때 부탁드릴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렇게 몇 개 기업을 소개하고 나서 탐방을 중단했다. 중단한 이유는 사이비언론과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기업들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비언론들에게 수도 없이 시달려온 기업들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어서, 지역언론과 지역기업간에도 서로의 신뢰감이 숙성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 일을 잠시 접었던 것이다.
지금도 가끔 산단 관계자들에게 전화가 온다. “모 기자가 밑도 끝도 없이 공사현장의 사진을 찍어 갔는데 어떻게 무마 좀 해 달라”는 내용이다.
“잘못한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잘했든 못했든 기사가 나가면 무조건 골치가 아프니 보도 좀 막아 달라”는 부탁이다.
“잘못한 것이 없으면 됐지, 뭐가 두렵냐?”고 오히려 타박을 하지만 결국 다른 방법으로 입막음을 했다는 씁쓸한 뒷얘기가 전해져 온다.

그런데 어제는 참으로 기분 나쁜 소식 하나를 접했다. 내용은 이렇다.
여수산단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에게는 지역의 각 언론사들에게 지급할 ‘산단연합광고비’라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작은 기업에는 이 광고비로 수백만원이 할당되고, 규모가 큰 기업에게는 수천만원이 할당 된다고 했다. 우리 신문이 과문해서인지, 그러한 정보에 어두워서인지 지금까지 그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 금액을 모두 합하면 수억원이 넘는 이 돈을 모아 지역의 각 언론사마다 등급을 매겨 힘이 센 언론사나 귀찮게 하는 언론사에는 많은 광고비를 주고,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같은 언론사에는 눈치껏 준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동부매일에는 과연 얼마의 금액이 책정되어 있는지 궁금했다. 몇 개 기업에 알아 본 결과 수억원의 광고비 중에서 우리 동부매일에 할당된 금액은 겨우 6만 5천원이 전부였다. 차라리 몰랐으면 더 좋았을 금액이다.

프로야구 선수도 자신의 몸값이 있는데 수억원 중에서 우리 신문의 몸값(?)이 겨우 6만 5천원이라니 그렇게 정해진 몸값(?)의 기준이 뭔가도 궁금했다.
어떤 언론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광고비가 지급되겠지만, 경기도 어려운데 산단기업 힘들게 하지 말라고 내부단속을 하는 우리 같은 신문에는 6만 5천원의 딱지가 붙었다는 것도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이제 우리신문은 1만부 발행을 돌파할 것이다. 지역의 어느 신문보다도 애독자가 많은 신문이다.

6만 5천원의 몸값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이왕 줄 것 같으면 우리 같은 신문사가 눈치 채지 않게 조심스럽게 주는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구체적 형태만 다를 뿐 사회 곳곳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수산단 뿐만 아니라 여수시에서도 각종 언론 홍보를 위해 수억원이 책정되어 있다.

무슨 무슨 캠페인과 홍보비, 그리고 이와 별도로 공보실에 1억 5천여만원의 ‘일반수용비’ 등이 책정되어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나름의 기름칠을 하는 모양이다.
그 지급 기준은 잘 모르겠다. 우리 신문은 워낙 융통성도 없고, 까칠한 신문이라 그러한 콩고물을 받아먹기는 애초에 글렀다.
이것 받아먹으려면 충직한 애완견 노릇을 해야 하는데, 이것 받아먹자고 그들의 애완견 노릇을 하자니 우리 신문의 까칠함을 좋아했던 시민들이 눈에 밟힌다.

기자가 촌지를 받거나 윤리규정에 벗어난 선물을 받았다면 당연히 징계감이 된다. 거기에 대가성이 있다면 사법처벌도 받을 수 있다.
물론 준 사람도 처벌된다. 몇년 전 기자들에게 촌지를 돌린 충주시장이 당선무효형을 받고 시장직을 박탈당한 경우가 그 좋은 예다.

당시 충주시장이 기자들에게 준 돈은 그리 큰 금액이 아니다. 시청 공보담당관을 통해 17명의 출입기자들에게 135만원을 줬다고 하니, 1인당 평균 8만원이 채 안되는 돈이다.
이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보도한 대전일보 기자는 촌지의 열배 정도에 해당하는 1300만원을 포상금으로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에는 영원한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모두가 건드리기를 두려워하는 사회의 환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알고 있는 우리의 인식이다. 우리 신문은 힘들고 어렵지만 기름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이러한 관행에 구차스럽게 따르지도 않겠고, 구차스럽게 침묵할 생각도 없다.
신문사에 촌지·선물 관행이 어느 정도 규모이며 어떤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독자의 중요한 알권리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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