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부부들, 정신적·신체적·경제적 부담 “포기하고 싶어”
‘지친 심신과 비용 때문에 치료 중단’…지원 확대 절실

여수에 사는 박영희(38·가명)씨는 2012년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고 있다. 처음 1년은 배란일에 맞춰 자연임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몸 만든다며 용하다는 한의원에서 한약을 복용하고 온갖 민간요법을 썼다. 박씨와 남편을 검사한 병원에서는 “임신을 위한 부부의 신체 조건은 정상”이라고 했다.

인공수정 2회, 체외수정(시험관 수정) 3회를 시도한 끝에 임신에 성공했지만 그동안의 과정은 피를 말리는 듯 했다. 임신에 성공했다고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 아직 초기라서 여러 검사와 변수가 남아 있고, 노산이어서 건강에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박씨는 “무엇보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편안하게 생각하라고 하지만 당사자는 그렇지 않다.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이 물어올 때면 매번 답변하기도 쉽지 않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다.

신체적인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체외수정의 경우 배란을 유도하기 위해 ‘과배란유도주사’를 맞는데 과배란 자체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라 여성의 몸에 무리가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박씨의 경우 인공‧체외 수정 시술비로 정부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자부담이 지원금 못지않게 들어가고 있다.

박씨가 현재까지 인공 2회·체외수정 3회 시술을 받으면서 들어간 시술비용만 초음파 검사비, 약값 등 순수 자비 623만원, 산전 검사비 등 정부와 여수시 지원금 666만원 등 총 1289만원이다.

여기에다 난임 시술을 시작하기 전 몸만들기에 한약 복용 240만원, 식단관리 등에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자비는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진단자의 몸 상태에 따라 추가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 대구의 한 난임 병원내 벽에 ‘난임은 위대한 엄마를 만듭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광주지역 병원에서 4차례 시술한 받았으나 임신에 실패한 박씨는 현재 대구지역 병원으로 옮겨 시술을 받고 있다. 최근 두 달간 7번을 다녀왔다.

여수 제일병원이 인공수정, 순천현대여성아동병원이 인공·체외수정 시술을 하지만 여수지역 난임 진단자 상당수는 광주나 대구, 서울지역의 시술병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교통비, 식비 등 기타 비용까지 합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박씨는 그나마 지원금을 받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난임 진단자의 경우 모두 자부담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광주나 대구, 서울지역의 병원을 이용할 경우 반나절 또는 하루가 꼬박 걸린다. 서울은 전날 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직장인 여성과 남편은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출산휴가는 곧 퇴직’이라는 인식과 출산을 장려하는 사내 분위기가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이다.

박영희씨는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난임 부부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정부나 여수시가 이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난임으로 고통 받는 진단자(부부)에게 임신을 위한 노력은 ‘생의 위기’에 비유할 만큼 힘겹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관심·충고를 받으면서 부담감은 커진다. 특히 여러 번 임신을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난임 부부는 사회활동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난임 진단을 받은 여성의 90%는 우울 증상을 겪는 것으로 보고될 정도다.

실제 난임 치료를 중간에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지친 심신과 비용 때문이라는 조사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13년)에 따르면 난임 치료를 중단하는 이유로 ‘심신의 어려움’(45%)이 1위, ‘비용 부담’(26.6%)이 그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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