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청소년해양수련원 추진위원회 청소년위원장 강봉명

여수고등학교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학교이다. 걸어서 2분이면 가는 곳에 엑스포장 정문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학교 학생들은 여수엑스포의 빛과 그림자를 실감하고 있다.

2014년에 우리는 학교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 12명이 모여, ‘엑스포장을 살리자’며 <Save the Yeosu Expo>라는 자율 동아리를 만들어, 황폐하게 변하고 있는 엑스포장과 그 주변 거리를 보도하기로 하였다. 2014년 3월 28일 “Save the Yeosu Expo!”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작으로 하여 11월 26일 “여수 빅오쇼, 젊은 날의 캠프파이어”라는 기사를 마지막으로 총 15편의 기사를 지역 신문인 <동부매일>에 게재하였다.

1. “Save the Yeosu Expo!”
2. “스카이타워에 물어 보세요!”
3. “그래, 저것은 누군가의 눈물이고.”
4. “살려줘요, 살려줘요, 살려주세요.”
5. “가만히 있지 않기로 했습니다.”
6. “여수엑스포역이 보이십니까?”
7. “게스트하우스로 모시겠습니다.”
8. “파도소리를 들으며 야영할 수도 있습니다.”
9. “여수 하면, 음식 아닙니까?”
10. “이 정도는 신선해야 품격이 느껴지지요!”
11. “대한민국 청소년들, 여수에서 2박 3일!”
12. “여수 이순신 로드, 그 길을 다시 걷다”
13. “여수 바다, 그 안에서 놀고 싶다”
14. “여수 아쿠아리움, 그 안에서 놀고 싶다”
15. “여수 빅오쇼, 젊은 날의 캠프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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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업을 하던 중 4.16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우리는, 여수엑스포장 안에 청소년수련시설로 만들어 달라는 내용으로 기사의 성격을 바꾸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주변의 냉소도 받았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해서인지, 청소년해양교육원을 설치하자는 논의가 물살을 타면서 해양수산부가 복합해양센터와 청소년해양교육원의 설계비 12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하게 되었다. 물론 국회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되는 아픔은 겪었다.

올 들어 발표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계획 변경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의하면, 정부에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을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청소년해양교육원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 서명운동에 나선 것은, ‘청소년 수련시설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청소년해양교육원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수고등학교 자율동아리 <Save the Yeosu Expo>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청소년해양수련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위원장에 강봉명(여수고 3년, 18세), 부위원장에 하재영(여수고 3년, 18세), 박상욱(여수고 3년, 18세)을 선임하고 3월 18일부터 학생, 교사, 학부모를 상대로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와 국회에 서명 용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인터뷰는 부위원장인 하재영과 박상욱이 위원장인 강봉명을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3월 18일, 21일, 22일 사흘간 여수박람회장과 여수고등학교에서 이루어졌다. (대표 집필 : 하재영)


▲ 강봉명 무슨 짓을 해도 용납이 되는 멋진 친구다. 고등학교 3학년이면서도 여수박람회장을 청소년해양수련원으로 만들겠다면서 나섰을 때, 나를 비롯한 여러 친구들이 함께 나선 까닭이 있는 내 친구다. ⓒ 하재영

친구가 친구를 인터뷰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날마다 보는 친구, 만나면 하나마나한 말을 주고받으며 시시덕거리기는 친구 사이로 3년을 지내던 우리 사인데, 느닷없이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한 녀석이 다른 한 녀석을 인터뷰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내가 봐도 좀 아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들 공부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 돌릴 겨를이 없는 교육현실에서 ‘철없는’ 우리라도 나서지 않으면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누가 어른들에게 전해 줄 것인가. 그래서 나섰으니, 용서하시라. 남들이 뭐라 하든, 나름 우리는 절박하다. ‘대한민국청소년해양수련원 추진위원회 청소년위원장’ 강봉명을 그래서 만났다.

▲ 친구가 묻고 친구가 대답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서로를 인터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상욱

하재영 사사로운 것은 빼고 묻겠다. 여수박람회장에 청소년 수련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고3으로서 그런 결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강봉명 사실 망설였다. 고3이 되어서 미쳤나 싶은 생각이 왜 안 들었겠나. 하지만 하고 싶었다. 작년에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닷가에 가서 우리가 한 결의를 떠올려 보라.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죽은 사람도 있는데, 살아 있는 내가 이 정도도 못 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박상욱 ‘대한민국청소년해양수련원 청소년추진위원회(가칭) 위원장’이라고 들었다. 좀 낯설다. 누가 그런 직함을 붙여 주었나.

강봉명 내가 나에게 붙였다(웃음). 잘 알고 있겠지만 이 일은 먼저 동아리 친구들과 상의했고, 학생회장과도 사전에 의견을 나눴고, 3월 12일에는 동아리 지도 선생님과 함께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고 허락도 받았다. 교장 선생님, 정말로 시원시원하셨다. 격려까지 해 주셨다. 그러고 나서, 3월 17일 학생회 전체회의에서 동아리 차원에서 이런 활동을 하겠다고 인준을 받았다. 내가 학생회 선도부장이지 않은가(웃음). 다행히 우리가 함께해 온 ‘Save the Expo’의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동아리가 생겨서, 작년에 우리 동아리 친구들뿐만 아니라, 그쪽 후배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우리사회연구소, 우리경제연구소, 우리교육연구소 등이 그곳이다.

▲ 동아리에서 우리는 만났다 ‘Save the Yeosu Expo’라는 동아리에서 우리는 우정을 키웠다. 그러면서 세상에 눈뜨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고민했다. 강봉명, 하재영, 박상욱―학부모님께 서명을 받고 있다. ⓒ 박용성

하재영 작년으로 돌아가 보자. <동부매일>에 “Save the Yeosu Expo”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실은 게 4월 초였지 싶다.

강봉명 그렇다.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끝난 뒤 박람회장 사후 활용을 놓고 지역에서 논쟁이 달아오를 때다. 정부에서는 투자한 돈을 회수하겠다면서 박람회가 끝난 뒤 세 차례나 매각을 추진했으나,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형 아울렛이 들어온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고, 지역은 발끈했다. 그렇잖아도 장사가 안 되는데, 지역 상권 다 죽인다는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무엇을 하자는 말이냐는 질문에 딱히 지역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과 여수박람회장을 청소년수련시설로 만들자는 우리 생각을 알리자는 의견을 나눴고, 그래서 동아리 만들고 신문에 기고하고, 그렇게 1년을 보냈다.

박상욱 그래도 어른들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강봉명 그렇다. 해양수산부가 복합해양센터와 청소년해양교육원의 설계비 12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하게 되었으나 국회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되는 아픔은 겪었다. 그때는 얼마나 힘이 빠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때 우리가 서로를 그렇게 위로하지 않았나. 아직도 우리 동아리에는 12명의 친구들이 있다고(웃음).
박상욱 맞다. 우리 동아리 회원이 12명이었으니까.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그렇게 패러디하며 서로를 다독였지.

강봉명 여수박람회장 사후활용 문제는 박람회 개최 정신으로 돌아가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때 우리가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세계인들에게 뭐라고 약속했나. 그래서 건 구호가 무엇이었나. “숨 쉬는 바다, 살아 있는 연안”이라는 가치를 되살려 내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투자금 회수”라는 가치만 남았다. 안타깝다.

하재영 우리가 내세운 방안은 다른 게 아니다. “숨 쉬는 바다, 살아 있는 연안”이라는 가치도 살리고 “투자금 회수”라는 가치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다. 설명해 달라.

강봉명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때 우리 생각에 불을 붙인 사건이 일어났다. 체험학습을 하러 가다 당한 친구들의 4・16참변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경제적으로 세계 몇 번째에 든다면서, 왜 대한민국에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대로 된 수련시설 하나 없는가 그때 우리는 물었다. 그러면서 그 대안으로 여수박람회장이 떠오른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이 봄여름가을겨울 4철을 찾아, 봄에는 봄바다를 느끼고, 여름에는 여름바다를 체험하며, 가을에는 가을바다를 학습하고, 겨울에는 겨울바다를 수련하는, 그런 수련시설 하나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래서 우리가 나서서 호소하기 시작했다.

하재영 여수박람회장이 청소년체험학습장으로 적합하다고 한 까닭이 무엇인가?

강봉명 우선, 여수박람회장은 교통편이 좋다. 2012여수엑스포 때 도로망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더욱이 박람회장은 여수엑스포역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안전하게 열차를 타고 올 수 있는 곳이다. 체험학습 보낸다며, 그놈의 ‘세월호’ 이제 그만 태워도 되는 곳이 바로 여수다.

나아가, 여수박람회장은 쾌적한 숙박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에 국제관 A동 2층 일부를 리모델링하여 엑스포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어 현재도 90여 명이 숙박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여수엑스포장을 청소년수련시설로 만든다면, 언제든지 국제관을 개조하여 400명이건 500명이건 학생들을 ‘모실’ 수 있다. 청소년수련시설 하면 흔히 거친 잠자리가 떠오르는데, 이제 21세기가 되었으니 대한민국의 학생들도 제대로 사람대접 좀 받았으면 한다. 더욱이 파도소리를 들으며 야영할 수도 있는 공간이 바로 여수박람회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여수 하면, 음식 아닌가. 이미 엑스포장 안에는 일반인을 상대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음식점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 바로 이 점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값싸고 맛있고, 거기에다 여수 냄새 물씬 풍기는 그런 음식을 먹일 수 있다. 봄이면 봄바다가 느껴지는 서대회도 맛보고, 여름이면 그 알싸한 게장 맛도 보고, 가을이면 쫄깃한 전어회 맛도 볼 수 있다. 거기에다 돌산 갓김치를 곁들여서 먹으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 대한민국은 세계인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폐기해도 될 사일로를 재활용하여 만든 스카이타워는 2012여수세계박람회의 정신을 응축해 놓은 상징물이다. 여수박람회장 사후 활용 방안도 바로 이러한 정신에서 찾아져야 한다. ⓒ 박상욱

박상욱 돈이 문제이지 않은가?
강봉명 아니다. 현재도 학생들이 수련회 가려면 10만원 가까이 부담하고 있다. 그 돈이면 여수로 모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짜’로 해달라는 말이 아니다. 만약 돈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면, 어른들이 머리 맞대고 생각을 모으면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정도의 나라는 되었다. 그리 되면, ‘그 청소년들’이 ‘그 때 그 곳’, ‘그 때 그 맛’을 못 잊어, 어른이 되어 다시 여수를 찾지 않겠는가.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1학기 때는 4월부터 6월까지 운영하고, 2학기 때는 9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한다 치자. 여름에는 어른들에게 돌려주고, 겨울은 다시 단장하는 시기로 잡고, 봄가을만 청소년 수련시설로 활용하는 거다. 이렇게 해도 1년이면 20주 남짓, 한 주에 두 학교씩 600여 명이 박람회장을 찾으면 1년이면 1만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온다. ‘그분들’이 여수에서 ‘추억’을 안고 가면, 그 추억이 나중에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고, ‘그분들’이 이곳에서 ‘여수(麗水)’ 곧 ‘아름다운 물’의 가치를 알고 가면 대한민국은 생태적으로 거듭나지 않겠는가. 가까이 보면 안 된다. 멀리 보아야 한다, 멀리.

하재영 현재 있는 여수박람회장 시설도 교육적 가치가 크지 않은가.

강봉명 그렇다. 그래서 “대한민국 청소년들, 여수에서 2박 3일!”을 걸고 <동부매일>에 기사를 계속 실었다. 2박 3일이면 다섯 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다. 첫날 오후, 밤, 다음날 오전, 오후, 밤, 마지막 날은 정리하고 귀가를 서두르니까 그건 접고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이순신 로드’, 그 길을 걷게 하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출전에 앞서 장수들과 결의를 다졌던 누각인 망해루와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진남관을 들르게 하고, 통제이공수군대첩비에서 타루비로, 선소에서 다시 충민사로 우리 역사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다. 이탈리아에 가면, 없던 기억도 만들어 관광 명소로 꾸민 도시가 있다고 들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가 바로 그곳이다. 마치 줄리엣이 실존 인물이었던 것처럼 갖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그런데 여수는 어떤가. 전라좌수영의 본영이었고, 장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데도,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전해 주는 변변한 건물 하나 없다. 엑스포 때, 왜 여수는 박물관이 없느냐고 해서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하재영 여수에 충무고등학교가 있다고 하니, 놀라던 친구 얼굴이 떠오른다. 여수엑스포장을 청소년수련시설로 만들어 선보이고 싶은 첫 번째 프로그램이 ‘이순신 로드, 그 길을 다시 걷다’라고 한 것이 이해가 된다.

강봉명 ‘2박 3일 여수엑스포장’에서 하는 두 번째 프로그램은 “바다, 그 안에서 놀고 싶다”이다. 2012년 여수엑스포 당시 주 무대로 사용했던 안전하고 쾌적하고 널찍한 곳에서, 학생들이 카약도 즐기고 수상자전거 체험도 하며, 해양레저스포츠의 참맛을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엑스포 스카이플라이도 더 확충하여 바다를 나는 기쁨도 맛보게 해 주며 말이다.

하재영 청소년 수련활동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해병대 체험이니 청룡 캠프니 하며, 군사훈련 하듯이 학생들을 다그치는 프로그램은 이제 끝나야 하다. 아니, 컴퓨터 게임이나 하며 노는 법을 잊어버린 학생들에게 진짜 노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강봉명 맞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친구다(웃음). 더욱이 박람회장에는 아쿠아리움이 있다. 여수에서 2박 3일을 지낸다면 당연히 한나절은 3만4천여 마리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아쿠아리움에서 보내야 한다. 2012여수엑스포 때부터 인기를 끌었던 벨루가도 그 모습 그대로이고, 수달, 펭귄, 물범, 바다사자 등 볼 만한 게 많다. 좀 비싸다는 말도 있지만 학생단체관람이면 확 줄일 수 있다. 더욱이 생태설명회를 통해 바다 생물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있으니, 가치는 충분하다.

도착한 첫날 오후에 시내투어를 겸하여 이순신 로드를 따라 걷고, 둘째 날 오전에 해양레저스포츠를 화끈하게 즐긴 뒤, 그날 오후 세 번째 프로그램인 아쿠아리움 탐방이 이루어지면 다들 경탄할 것이다.

박상욱 보통, 청소년 수련시설에 가보면 마지막 날 밤은 늘 캠프파이어를 하곤 했었는데.

강봉명 그렇다. 그런데 그 캠프파이어의 감격을 여수에서는 좀 격조 있게 안겨드릴 수 있다. 빅오쇼.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해상분수쇼를 시작으로, 여수의 밤바다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금빛으로 바다를 물들이는 분수의 향연이 이어지고, 그리고 빅오쇼 최고의 재간둥이 뭉키의 재롱을 보며 마무리하던 지난해 빅오쇼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캠프파이어였다.

하재영 듣고 보니, 스스로 붙였다는 ‘대한민국청소년해양수련원 추진위원회 청소년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잘 어울린다(웃음). 서명운동은 잘 되고 있나?

강봉명 사실 작년에 1년 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전적으로 부탁할까 했다. 하지만 다들 고3인지라, 손 내밀기가 미안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더니, 선뜻 나서 주었다. 우선 우리 학교 학생들 서명부터 시작하고, 학부모총회에서 학부모님들 서명도 받고, 그렇게 하여 마무리할 계획이다. 여수박람회장의 활성화를 위해 애를 쓰고 계시는 시민 단체에서 우리 운동을 이어받아 주신다면 더없이 고맙겠지만, 고3이라 그 일에 다시 앞장설 만큼 마음에 여유는 없다. 그래서 나는 이만큼 하고, 후배들에게 맡기고 대학에 가서 어떤 형태로든 다시 이 문제에 뛰어들 생각이다.

▲ 장대 여수고등학교 축제이름은 장대축제이고, 도서관 이름도 장대도서관이며, 기숙사 이름도 장대관이다. 장대는 이순신 장군이 올라가 명령을 내리던 구령대이다. 여수고등학교는 바로 그 장대 들머리에 위치해 있다. ⓒ 박용성
여수박람회장 정문에서 걸어서 2분 거리에 학교가 위치한 덕분에 엑스포 기간 동안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우리 학교는 몸살을 앓았다. 수업을 하고 있으면 스카이타워에서 울리는 중저음의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귀를 잡아당겼고, 밤이면 별관 창문 너머로 빅오쇼의 불꽃이 환상적으로 다가오곤 하였다고 한다. 이제는 아득한 전설이다.

그런데 지금은 적막하기 그지없다. 엑스포장을 보고 있으면,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문학 시간에 배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떠오를 때가 많다. 엑스포 유치가 확정되던 날, 여수는 환호했다. 꿈에 부풀어 울먹이는 어른도 있었다. 30만 여수가 50만 여수로 바뀔 거라는 ‘높은 사람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은 떠나고, 돌멩이처럼 보잘것없는 우리가 나서서 이런 기사를 쓰는 상황이 되었다. 많이 아프다.

▲ 하재영, 박상욱 여수고등학교 3학년으로, 공부도 열심이지만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도 관심이 큰 당찬 학생들이다. 2014년부터 동아리 ‘엑스포장을 살리려는 학생들(Save the Yeosu Expo)’를 만들어 친구들과 함께 여수박람회장 사후활용 방안의 하나로 청소년수련시설을 추진해 달라는 기사를 <동부매일>에 지속적으로 실어 왔다. ⓒ 강봉명

 취재 후기 :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여수세계박람회 사후활용계획 변경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의하면, 정부에서도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을 위해 우선 박람회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그 안에 청소년해양교육원 추진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하는데, ‘청소년수련시설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그런 교육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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