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채욱 한영대 가정복지과 교수 -





봄비가 갠 뒤 양지쪽에는 개나리가 곱디고운 노란 색동옷으로 꽃동네를 만들어 주고 성급하게 달려 온 춘풍에 목련은 수줍은 듯 탐스런 꽃봉오리를 내밀어 봄의 밀어를 속삭여 주며, 진달래는 만산이 자기 집인 양 연분홍빛으로 온통 색칠을 해 주고 있다.

새봄은 어김없이 우리 곁에 찾아와 삼라만상의 새 생명들에게 희망의 에너지를 불러 넣어 주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를 통해서 들려오는 어두운 소식은 사회복지 현장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지급해야할 국비 보조금을 일부 공무원이 가로챘는가 하면 시골지역 군단위에서도 그와 유사한 사회복지기금 부실 운영실태가 적발되어 항상 그늘진 곳에서 헌신하고 있는 사회복지 전담공무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전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며 이것으로 인해 국민들로 하여금 복지영역에 불신풍조가 조장될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수 많은 공직자들이 복지의 최일선에서 공복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에 사회복지 전문직이 배치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부터이다. 아직까지도 복지전문직이 모든 복지행정조직에 다 충원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일이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고 관리감독을 체계화하여야 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복지행정에서 상호정보 미공유와 더불어 경직된 공적 행정조직의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수직적으로는 보고체계가 되어 있으나 수평적으로는 상호정보교환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 환경인 것이다. 수평적으로 자신의 업무에 대하여 서로 활발한 정보교환을 함으로써 장단점도 보완하고 효율성이나 효과성도 제고할 수 있다. 그러나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하여 근무환경 문제 상 상호정보교환의 시스템 부재와 유연성이 부족한 복지행정조직 운영에서 초래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복지행정을 전담할 공무원의 사회복지의식의 강화와 전문성 추구, 복잡하고 다양한 복지업무량을 처리할 전담공무원의 충원, 사기진작책의 제도적 보완, 복지행정조직 운영의 유연성 추구가 선행될 때 그 미비점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도 복지전달체계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정비 보완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복지에 참여하여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일을 계기로 사회복지 영역에서 제일 염려되는 것은 지금까지 닦아온 투명성의 명도(明度)가 흐려질까 걱정된다. 사회복지에서 추구하는 가치 중 가장 중요한 투명성의 문제를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사회복지의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행정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또한 모든 시민들이 복지에 적극 참여해서 더욱 투명하고 밝은 복지공동체를 만들어 가야할 시기이다. 사회복지 영역에 투명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모든 시민들이 동참하는 지역복지공동체를 완성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혼합이란 국가, 시장만이 복지의 주체가 아니라 공공, 민간비영리, 민간영리, 가족, 지역공동체 등 가능한 모든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복지기능의 공급에 필요한 영역에 각각 참여하여 지역복지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까지의 복지가 복지시설이나 복지전담공원, 수혜자, 공급자와의 한정적 관계 활동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여 복지의 공급자와 수요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국가재정으로 충분한 복지재원 조달이나 다양한 사회문제, 복지 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면서 더욱 더 지역복지가 강조되고 있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지방화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 지역복지는 지역사회의 모든 기능들이 원활하게 발휘될 때 그 기반을 잡을 수 있다. 지역복지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 많은 시민들이 지역사회복지에 참여하고 부족한 지역복지 재원의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지역사회복지가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서 능동적으로 복지의 수혜자와 공급자를 개발하고 자원을 발굴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서비스 대상자의 자발적인 참여와 복지공급의 통합성 향상과 서비스 전달의 효과성을 증진시켜야 한다.



국가재정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지역사회복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본원적인 기능이 회복되어야 한다.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자기정체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간의 활발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의 복지재원을 충당할 방법은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확대인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집권화에 의한 사회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니 집권화된 관료제적 구조로 인해 시민(citizen)의 자발성이 과도하게 억제되었다. 비자발적, 비참여적, 타율적 시민의식으로 구성된 사회구조는 고비용의 사회자본을 낭비하였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사회적 소외계층과 배제계층을 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시민들 혹은 지역주민들 간의 상호신뢰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사회자본이 많이 축적된 사회는 그렇지 못한 사회보다 사회적 교환 관계에서 그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역복지의 완성이나 복지재원의 확충, 사회자원 축적의 밑바탕은 투명성의 확보가 관건이 된다.



이제 지역사회복지의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이 확보되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지역복지공동체를 완성하여야 한다. 그러면 우리 지역사회복지 현장에도 춘삼월의 화사한 꽃으로 행복한 미소가 가득 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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