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창을 두드리는 건

삼월의 매화입니다

너무도 앙증맞은 손짓을 따라

나도 몰래 그대를 부릅니다

북풍 찬 서리 이기고 온 그녀는

참으로 시린 향기를 뿌립니다

그대에게 그 맵찬 몸짓을 보냅니다.



오늘 아침 물빛 청매(靑梅) 만난 그대

어떻습니까

저 물안개 속 다슬기들의 조잘거림

여명 여인네들의 발질 손질

그 가슴떨림, 짐작이나 하고 계십니까

내 몸 모래자갈 위에서 벌이는

고루한 탐색을 훔쳐보는 중입니다.



생명은 진부한 놀이입니다

고대의 황하(黃河)에서 흘러와

어디까지 흘러간들

나는 나인 강, 그대는 그대인 인간,

그래서 우리인 것을... ...

새롭다 해도 여전히 하늘물빛이요

뒷걸음쳐도 면면히 갈색 모래마을

바위 세월 따라 자갈이 되었고

그렇게 흘러 바다로 들어가면

저 멀고 먼 해저의 나라로 가서

맞이하는 태양은 눈부십니다.



* 시작노트*

강은 먼 고대의 인류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흐름과 무욕의 삶을 가르쳐 온 생명의 영혼 그 자체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변했다. 영혼은 썩고 육체는 화려하다.

이제 강에 이르러 그러한 무한 욕망을 덧칠하려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아직 그 강의 순수와 맑은 흐름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생명의 특성을 "진부함"에 두고 싶다.

아무리 새로워도 다시 돌아가 누울 곳은

바로 원형질의 세계, 흙 한 줌, 바람 한 줄기

그리고 흐르는 물과 함께 아닐 것인가.

우리가 살 곳을 버리고 떠나야 할 때 역설처럼

그 강은 더 맑고 더 유유히 흐를진대, 함께 살아야 한다면

더욱 그대로 두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그러하게.
저작권자 © 뉴스탑전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