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 “여론 수렴 등 공론화가 우선…설립 반대”,
주 시장, “사립 외고 설립 외에는 인재 육성 대안 없다”

사립 외고 설립이 인재 육성과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여수시. 하지만 지역 교육·시민단체는 시민공론화 과정이 미흡했고, 사립 외고가 여수교육의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수시민협, 전교조 여수지회 등 지역 9개 교육·시민단체로 이뤄진 여수교육희망연대는 지난달 18일 성명을 내어 여수시의 사립외고 설립 계획의 중단 및 시민공론화 과정을 요구했다.

희망연대는 성명서에서 “사립외고 설립 계획은 아직 여수지역 교육수요와 통계가 입증되거나 시민여론을 담보하지 못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면서 “시는 사립외고 설립과 관련해 지역 교육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정확한 통계와 시민여론의 내용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립외고 설립 관련 지역 의견수렴 과정은 인수위원회(시장준비위)와 시민위원회 두 차례뿐이며, 시민 80%가 찬성했다는 선거기획사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의문이 이는 등 여론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이해 당사자인 교육주체와 교육청, 교육단체 등이 함께 사립외고 설립에 대한 견해를 확인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조속히 추진해 줄 것을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희망연대는 “시의 교육환경 개선과 교육개혁을 위한다는 사립외고 설립에 반대하며, 이는 여수시 교육개혁의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천명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철현 여수시장은 “사립외고 설립 외에는 여수 인재를 육성할 대안이 없다”며 반박했다.

주 시장은 지난 6일 오후 3시30분 여수문예회관에서 열린 4월 직원 정례회에서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떠나는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 대안이 없다”며 “대안은 여수에 명문고를 만들어서 여수에서 그 학교를 다녀도 서울에 어느 명문고도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시장은 이어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대로는 여수의 인재를 육성할 수 없다”며 “여수에 산단 기업들 중심으로 명문고가 설립된다면 학생들이 떠날 리가 없고, 지역 인재도 키울 수 있으며, 이사 가는 사람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산단 기업이 운영하는 외고라면 인근 순천과 광양, 광주는 물론이고 영남 학생도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근 광양제철고도 영남에서도 온다”고 전했다.

주 시장은 “연간 300~400명씩 유출되는 학생들이 여수에 머물고, 나머지 다른 학교들도 따라오면서 덩달아 여수의 교육수준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라며 “이로써 정주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교육 때문에 이사 오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 여도초·중학교 전경.

市 ‘명문고 설립에 시민 80%가 찬성’…명확한 해명 필요
지역사회 여론과 공감대 숙성 후 산단 기업들이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양새 취해야 하는데 의욕만 앞세워 ‘거꾸로 행정’

논쟁에 앞서 여수시가 사립 외고 설립 추진의 근거가 되고 있는 ‘명문고 설립에 시민 80%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를 근거로 공약을 추진할 때는 조사방식이나 대상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여수시는 지난 2013년 12월 14일 한길리서치가 했다는 결과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설문 내용이나 대상 등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 자료는 주철현 시장이 후보자 시절 실시한 설문조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역 교육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명문고 설립 문제는 초·중·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시는 사립 외고 설립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조사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특히, 30∼40대 연령층이 수혜의 당사자가 될 개연성이 많은데 관심도가 떨어지는 연령층이 응답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론조사는 공정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확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시가 본격적인 사립 외고 추진에 앞서 시장준비위원회와 시민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했다고는 하지만 일부 주변인의 의견만을 앞세워서 여론이라고 들이미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명문고의 필요성과 설립 방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단순 질문만을 던져 얻어낸 결과는 오판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시민 여론을 설득할 타당성 있는 근거도 없이 공약이라는 이유로 추진한다면 자칫 행정력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론이란 게 전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데도 한쪽의 입장만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면 그 여론이 제대로 된 여론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여론조사는 ‘참고사항’일 뿐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잣대는 될 수 없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공론화를 통한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생략한 채 뒤늦게 타당성 연구 용역을 발주하겠다고 나선 것은 ‘거꾸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사회의 여론과 공감대를 충분히 숙성시킨 후 산단 기업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양새를 취해야 하는데 여수시가 의욕만 앞세워 일을 거꾸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민이 제대로 이해되어야 하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공약이고 시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치적사업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

주 시장은 지난 3일 공장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립 외고 설립을 추진하면서 기업들과 사전에 교감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는 양해의 뜻을 전했다.

시민과의 소통을 늘 강조하는 주철현 시장. 소통의 사회적 함의가 ‘양방 교감’이라고 한다면 공약 추진 의지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소통이 달성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행정이 가질 수 있는 착각이다. 그동안의 여수시의 사립 외고 추진 방식을 보면 그렇다. 투박한 행정이 아닌 세련된 행정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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