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자금 리스트가 연일 정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해 홍준표, 김기춘, 홍문종, 허태열, 이병기, 유정복, 서병수 등 펄펄 살아있는 권력자의 이름이 줄줄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정치인들의 이름까지 줄줄이 따라 나올 개연성도 없지 않아 보입니다. 이래저래 정치인들에게는 참 피곤한 사월입니다. 이러한 정국을 보면서 지금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한번쯤 고민을 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에 내 친한 친구가 자기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둔 뒤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선다면 여러분께서는 그에게 정치를 하라고 권하시겠습니까? 아니면 하지 말라고 말리시겠습니까?

아마 대부분은 일단 말리고 볼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정치판이라는 것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하고 위험한 곳인가에 대해 열변을 토하면서,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강펀치를 날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당장 내년 4월 13일에 전국의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물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느껴집니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니 전남지역에서 현재의 국회의원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가장 높은 도시가 바로 여수라 했습니다.

그런데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그의 삶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사람보다는 용감한 사람이 훨씬 더 많아 보입니다. 사람을 바꿔야 한다는 것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면서도 “누구로?”하는 대목에서 시민들이 망설이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사람을 폄하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정치인이 가진 힘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합니다. 특히 어떤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나 어떤 청탁할 일이 있을 때는 그들을 숭상하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잘나가는 정치인을 지인으로 둔 사람은 대화를 할 때마다 그가 내 친구네, 나하고 친한 사람이네 하면서 후광 효과를 누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정치는 내 자신이나 내가 아끼는 사람이 할 짓은 아니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이처럼 우리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본질은 정치인의 부패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한 것은 정치인의 무능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펼쳐지는 우리나라의 정치를 한 단어로 규정하라 하면 ‘무능’이란 단어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정작 국민들의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무능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즉 사회경제적 어젠다는 뒤로 하고 허구헌날 자신들의 이익됨을 위해 끝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욕을 얻어먹음에도 정치판에 뛰어드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하나 있습니다. 비판과 비난에 초연할 수 있는 ‘맷집’입니다. 욕을 얻어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을 뻔뻔함은 물론이고,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마저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정치혐오는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이 되겠습니까? 바로 정치인입니다. 대중이 정치에 침을 뱉고 돌아설수록 잠재적 경쟁자의 수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를 하면 참 잘하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정치를 안 하고, 정치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정치를 하겠다고 손을 드는 일이 반복됩니다. 결국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의 영향력 아래서 지배를 받고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중학교 다닐 때 맛있는 반찬으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면 친구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제가 먹기도 전에 그 반찬을 모조리 먹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한두 번 당하다 보면 요령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그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 반찬에 침을 퉤퉤 뱉어놓음으로써 다른 아이들이 손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먹어봐!"하고 말해도 친구들은 차마 더러워서 못 먹습니다.

이렇게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독식하고 싶을 때 미리 침을 뱉는 방법이 정치인들이 즐겨 쓰는 수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이런데도 정치판에 뛰어들 거야?”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방법입니다. 정치인들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지금 그들이 하는 정치를 보면 이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앞을 내다보는 일은 미지의 일이기 때문에 예측하기도 어렵고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를 하겠다고 손을 든다는 것은 그렇게 힘들기는 하지만 그 일을 맡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정치를 지망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변화와 개혁을 습관처럼 말합니다. 작은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나 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나 이 말은 빠지지 않고 하는 얘기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변화와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은 정치인의 혀끝에서 나오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애달픔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애달픈 마음으로 도시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시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변화와 개혁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애달프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픔이 보이고, 고픔이 보이고, 갈망하는 것이 보이고, 사랑하는 방법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애달프게 사랑하면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서 눈물을 쏟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지역의, 또 한 국가의 리더가 되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신이 살아 온 삶에 감동정도는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조금의 감동도 없으면서 자신을 뽑아만 주면 그때부터 감동을 주겠다고 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잦은 비가 내릴 때, 우리의 정치판에도 거짓말처럼 희망의 새싹이 움텄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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